강남주 여태껏 나는 헛것을 찾으며 살았다 때로는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무대 위에서 춤췄다 뜻 없는 박수에 우쭐거리며 벅수를 넘었다가 바닥에 뒹굴었다가 객석을 향해 거짓 웃음도 날렸다 관객들이 떠난 무대 위에 홀로 서서 문득 나를 되돌아본다 나는 어디에도 없다 욕망으로 고통 받는 맥베스의 사람 짙은 화장을 한 피에로만 서있다 아무것도 없어 허허한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어둠이 서성거렸다 - 강남주 을숙도에 가서 자유롭게 날으는 새를 보면서 머리카락이나 흩날리고 싶었다. 새는 바람을 타지만 바람 속에 삭아가는 나는 시간을 타고 있구나. 강물과 질펀한 황혼과 일출처럼 이제 일몰이 시작된다. 돌아갈 시간이 되면 제 자리를 찾아 바람을 거스르기도 하는 새. 아아 을숙도의 새를 보면서 나는 머리카락이나 흩날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