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헛것을 찾아서 -시인 강남주

Jay.B.Lee 2023. 1. 20. 08:11

 강남주


<헛것을 찾아서>


여태껏 나는 헛것을 찾으며 살았다
때로는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무대 위에서 춤췄다
뜻 없는 박수에 우쭐거리며
벅수를 넘었다가 바닥에 뒹굴었다가
객석을 향해 거짓 웃음도 날렸다
관객들이 떠난 무대 위에 홀로 서서
문득 나를 되돌아본다
나는 어디에도 없다
욕망으로 고통 받는 맥베스의 사람
짙은 화장을 한 피에로만 서있다
아무것도 없어 허허한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어둠이 서성거렸다

 

<새와 머리카락>

- 강남주

을숙도에 가서
자유롭게 날으는 새를 보면서
머리카락이나 흩날리고 싶었다.
새는 바람을 타지만
바람 속에 삭아가는
나는 시간을 타고 있구나.
강물과 질펀한 황혼과
일출처럼 이제 일몰이 시작된다.
돌아갈 시간이 되면
제 자리를 찾아 바람을 거스르기도 하는
새.
아아
을숙도의 새를 보면서 나는
머리카락이나 흩날리고 싶다.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젤라루띤 루미의 시  (4) 2023.02.02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0) 2022.08.03
지혜  (0) 2022.07.24
내 마지막 순간  (0) 2022.06.20
미당 서정주- "푸르른 날"  (0) 202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