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절, 군대,군에서 받은 편지들

군 시절 그녀가 보내온 위문 편지 (11)

Jay.B.Lee 2016. 8. 18. 07:22

삶을 조금씩 정리하며 주변의 물건도 많이 정리했다.

아파트 창고의 박스를 열어보며 몇권의 책과 오래전 외국에서 귀국시 아이들 입학을 위한 자료들-성적표 영어 재직증명 사본 과 함께 한뭉치의 편지들을 발견했다

친구들이 보내준 편지와 특히 가족,누나가 보내준 편지 외에 어머님이 횡서로 쓰신 편지도 찾았다.

그리고 군시절 많은 위로가 되었던 여학생의 첫 위문 편지

*전에 그녀의 10여통  그녀의 편지들을 보내줄까 문자로 보냈더니 다 없애달라고 답장이 왔다.

그녀가 달필로 쓴 편지들을 다 없애고(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겼지만) 한편으로 아쉬웠는데 다시 만난 세통의 편지.

47년전의 우정 . 

청춘 시절을 잠시 돌아본다.


*나이는 하나 아래였으나 두살 아래 친구 여동생과 입학 동기생이다.

그녀의 전화번호를 30여년이 지나 알수 있었는데 32,3여년이 지나 출장길에 지방 T 시 역앞 카페에서 한번 만났다.

얼굴이 너무 늙어 만나기가  몹시 걱정이 된다던 그녀는 여전히 옛 모습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세 자녀를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파란 하늘을 너무 오래 보고 있으면 신경 쇠약이 걸릴 것 같은 기우에 

커텐을 길게 늘이고 낮잠을 잘까 보다 하고 있는 중 뜻하지 않게 날아든 하얀 봉투.

지난번 15연구실에서 고구마를 먹던날 밝게 웃어주던 모습을 상기하며 무척 가벼운 마음으로 주 내려 읽었습니다.

짧고 명료한 ,애착도 미움도 없는 ....

그러면서 대한 민국 육군 일병의따분한 고독이 엿보이는 이 한잔의 편지에 난 그저 하하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J씨

거기에도 ,그 카키제복의 숨막히는 카테고리 속에서도 코스모스의 여덟꽃잎은 애상의 계절을 합창하고 있는 듯

 "가을 입니다"

라는 서두에 짙은 공감을 느낌니다.

역시 가을이예요  여기도

밤 보도 위를 걷다보면 어디선가 굴러오는 낙엽이 밤색구두에 휘감겨 오는 이런 가을 .

무기 휴교는 너무 길답니다.

무첫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머리 빗고 허둥 지둥 버스를 집어타고 학교를 가는 규제.

다 큰여자는 그 규제라는 것이 없으면 무척 게을러 지거든요.

나를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학교는 단연코 문을 열어야 하는 건데,통탄할 노릇입니다.

나 원참 .

어젠 말이죠

"티파니 "에서 9시 30분까지 노래를 듣다 왔어요.

Young Lover,Walk away,Forever without  you 아니 참 Forever with you겠죠.

좌우간 눈물이 핑 돌만큼 좋은 노래를 많이 들었습니다


J씨,

생각하는 바에 따라 다른 것이겠지만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얼굴이 붉어지면서 수줍어 하던 것도 그 전보다 훨씬 덜하던걸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이 됩니다만 너무 너무 변하진 마세요.

후훗,제게 욕설을 뱉어 줘야 할 무슨 사유라도 있었던가요?

그리고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

저란 가시내는 언제든 누구에게나 그래 왔습니다.

짐짓 쉽게 보이나 실제론 너무 어려운 ,

제 주변의 얘기듣고 웃음 지으셨단 말.

뻔한 얘기들을 충분히 알것만 같습니다.

항상 쑥덕 공론의 대상인데 대해서 난 별로 유검감을 품어 본적 없지만 

이일병님의 귀에 들어간 얘기는 제발 실제 이상의 진부한 얘기가 아니었기를 ....

사랑하면서 정말 진지하게 살고 싶습니다만 내가 추구하여 마지않는 ,

내게 알맞게 창조된 완성의 내 다른 한쪽 날개는 아직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일병님,

길거리 마당에 빨강색 과일이 가을을 자랑하면서 정말 너무도 풍성히 쌓여 있습니다

이 풍성한 가을 을 만끽하지 못한 채 여자들과 국가를 위해서 오늘도 수고 하시는 우리 일등병들을위해 

눈물겹게 생각하면서 지금 사과 한알을 아삭아삭 먹는  바입니다.

전쟁은 언제나 일어날런지요?

와당탕  쿵 그저 신나게 부서지고 다시 새로운 세계가 탄생되어야 하는 겁니다.

문학도 너무 싫증이 나요.

전후 소설의 새로운 테마를 위하여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는 잔인한 사고 일까요?

군대라는 곳은 어떤 의미에서 참 좋은 곳입니다.

많은 걸 배울수 있겠지요

남성들만의 지역에서 존재의 이유와 눈물과 사상과 죽음을 .....


저 파란 하늘이 바다라고 생가하면 우린 얼마나 머나먼 여로를 혜엄쳐야 합니까?

인생은 끝없는 곤혹같습니다.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안녕히 계십시요.


그저 쓰고 싶었던 기분이 든날에 .

AK

69.10.14


(재수하여 입학한 그녀가 대학 2학년 때 쓴 편지)



*69년  입대후 문득 그녀에게 첫 편지를 띄웠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