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절, 군대,군에서 받은 편지들

ROTC 장교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

Jay.B.Lee 2016. 4. 14. 22:09

이형,

세월에 년륜이 쌓이고 해가 바뀌더니만 드디어 이형이 얼룩무늬 옷을 입을 날이 가까워 왔나 보구려

날이가고 달이 가면 집으로 돌아 갈날이 오려니 했겠지만 막상 얼룩 무늬를 수놓은 예비군복을 입고 새 인생의 꿈과 복학의 꿈을 가지고 군무를 마치고 돌아 갈땐 기쁜 마음에 몹시도 벅차리라 생각하오.

군생활 하는 동안 괴롭고 슬픈 일이 많았으리라 믿소.

나는 요사이 별다른 일없이 건강한 몸으로 잘 지내고 있오.

물론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항상 바쁜 일과 속에서 생활을 하면서  고되다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지만 힘은 드오 .

더우기 학창 시절에 경험하지 못햇던 자취 생활을 하다보니 추운 날씨가 밉기만 하다오.


이형,

그간 책많이 읽었오?

항상 이형의 손에 책이 떨어지지 않았으리라 믿소

이형,군복을 입고 있을 때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는 데 이젠 틀린 것 같소.

허지만 이형,사회에 나가서 만나면 되지 않겠오.

부디 무사히 군복무를 마치고 귀가 할 수 있기를 바라오.

그리고 집에 돌아가거든 소식 자주 전해주기 바라오.

물론 복학하랴 무척 바쁘리라 생각하지만 말이오.

이형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라오.

 항상 건강한 몸으로 행운이 같이 하기를 기원하오.


*1972.1.30

이동에서  WH 서 .


* 얼룩무니 옷-제대복을 의미. 제대후 예비군 조직에 소속되면 예비군 훈련복으로 사용했다.

*제대 (1972.2.22일) 2주전 정도 받은 편지다.

친구는 ROTC중위로 군에 있는 나에게 자주 편지를 주었다.

친구는 자기 여자 친구(나중에 결혼)의 직장 동료를 나에게 소개를 시켜주었으나 이루어지지 못했다.

나중에 비슷한 시기에 결혼해 우연히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게 되어 서로 자주 왕래하곤 했다.

참 심성이 착한 친구다.  






이형 ,

밤이나 낮이나 더워 어쩔줄 모르겠더니 세월 흐름 탓인지 ,태풍이 몰고온 약간의 비탓인지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분이오.

오래도록 소식을 전하지 못했는 데 이렇게 주소까지 옮기었는데도 잊지 않고 서신을 보내주어 정말 기뻣다오.

미안한 마음은 말할 것 없고.

내 이렇게 병상에서 건강의 고귀함을 절실히 느끼며 서러워한지 벌써 5개월이 지났오.

지난 3월 3일 천안 개인 병원에서 입원을 해서 부터 18일 앰부런스에 실려 수도 통합 병원으로 가기위해 고속도로를 질주해 간 것이 그저 꿈만 같다오.

여하튼 이제 건강이 좀 회복 되는가 싶으니까 그런지 모든 것시 아쉽다고 할까,서럽다 할까

그저 허탈한 기분이오.

모두가 내가 어리석은 탓으로 제 몸하나 잘 돌보지 못한 탓이겠지만......

쓸쓸하게 병상에서 서러움을 씹고 있자니 어느덧 덧 6월이 지나고 생각치도 못했던 친구들의 서신이 하나둘 날라왔오

모두들 어떻게 소식 듣고 말이오 .

"마음이 지척이면 천리도  지척이라더디만 .....

그 간 펜을 들 수 있었음에도 소식한자 전하지 못한 나자신 부끄럽기 짝이 없오

용서해 주시오.

그 동안 동기들은 제대해서 일자리들을 잡고 있으리란 생각에 나의 마음은 조급하기만 하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뛰쳐 나가고 싶지만 그러나 폐렴과 달리 늑막이란 것은 그리 쉽게 아나주질 않았오

이형,

가만히 보면 정말 비참하기 짝이 없소

젊은 놈이 제 힘껏 뛰어도 시원치 않은데 그저 침상을 지키며 열등감만을 키워가고 있으니 말이오.

하긴 이제 꽃 한송이 들고 찾아 올만한 사람하나 만들어 놓지 못한 주제고 보면 역시 모든 것을 체념하는 편이 속편하겠지만  그 것 역시 한 인생에 걸작은 못되는 것 같소.

새로운 신념으로 내 운명을 다시 개척해 볼 심산이오만  운명의 여신이 날 어여삐 보시어 새로운 인생에 배역을 맡겨 주실런지가 의문이구려

그럼 이형 건강한 몸으로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나는 이달 말일부로 *소집해제 예정이오


1973.8.18

W H 서.


*소집 해제: 제대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