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절, 군대,군에서 받은 편지들

군대에서 일병때 받은 사촌 여동생의 편지.

Jay.B.Lee 2016. 4. 16. 19:05

내겐 두 살 아래인 사촌 여동생이 있다.

 아버지 형제가 여섯 분이어서 사촌들이 많은 셈이다. 

사촌 27명중  3분의 2인 18명이 나를 포함하여   남자 사촌 형제요 , 3분의 1인 9명이 여자로 여동생은 단지 둘뿐이다. 

 여동생과는 말도 잘통해  가장 가깝게 지냈다.

 사촌 여동생은 대학시절 연애 한번 못하고 중매로 결혼을 했다.

대학시절 헤어지는 아픔을 주기 싫어 연애하지 못한다고 나에게 궤변을 떨었었다. 

사실 얼굴은 예쁜 편이어서 인물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작은 아버님은 대학생이된 여동생에게 귀가 시간을 정해줄 정도로 엄하셨다,

고학년이 되면서 시간이 늘어나긴 했지만.

친구들과 저녁후  막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이면 일어나야 해서 흥을 다 깬다고 친구들에게 엄청 비난을 받았다는 얘길 들려주었다. 

70년 초  결혼 후 신랑을 따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신랑이 학위를 딴 후까지  7년을 살며 조카 둘을 낳았다

미국에서 낳은 조카들은 미국 시민권자가 되어 한국에서 군복무 ,대학을 마치고 결혼 후 미국으로 들어갔다 

숙부, 숙모님도 다 돌아가신 지금 가장 가가운 친정 식구는 내가 되어 버렸다.외아들 맏며느리여서 나중에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돌아가실 때까지 오래오래 모신 효부다

사촌 여동생도 군시절 보낸 몇통의 "위문편지"가  있다.

군에서 근무하며 서울에 외출,외박시 흑석동 작은 아버지 집에 들러 자주 얼굴을  본 셈이다.

쌍갈래 머리를 따고 이화여고를 다니던 산뜻한 모습이 지금은 곱게 늙은 할머니가 되었다.

가끔 얼굴에서 돌아가신 작은 아버님 ,어머님 모습이 보인다.

 

 

J 오빠에게,

 

편지로 읽다시피 건재하고 있음.

엄마도 아버지도 동생도 다 편안함.

나는 오늘로 학기말 시험을 끝마쳤어.

다른 과들도 20일까진 다 마치고 겨울 방학으로 돌진하는 거야

시골애들은 짐 꾸리느라 공부도 제대로 안 했나 봐.

연세 대학은 내일부터 시험이고 서울 대학은 19일부터야

*중앙대학은 벌써부터 방학했어.

중대는 데모로 공부도 안 하고 방학 일찍하고, 개학하곤 공부도 안하고 시험만 보고 방학인가 봐

이화여대에서 (아니 우리 과뿐 아니라 전체도 해당되지) 우스운 일이 발생했어. 

X-Mas Seal 대를 등록금에 포함시켜 100원씩 받아 놓고는 이번에 X-Mas 실을 40원어치 주고 또 40원씩 걷었거든.

 100원을 돌려주던지 아니면 실을 더 달라고 야단하다가 흐지부지 되었어. 

이화여대 알아주어야 해.

겨울 방학 동안에 나는 노래하는 거 계속하고 코리아 헤럴드나 다닐까 해

단어 실력 좀 길러야겠어.

*Digest(영어 잡지 이름) 같은 것 있으면 하려고. 이번 방학은 좀 바쁜 방학이 되었으면 좋겠어.

남들은 크리스마스가 가깝다고 야단이지만 난 조용해.

갈 데도 없고 오라는 데도 없어.

내일은 졸업생 환송회 한데.

안 가도 되지만 그런데 자꾸 빠지면 과애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 것 같아.

그래서 내일은 거기에 좀 가봐야지.

서울은 요사이 눈이 꽤 많이 왔어.

오늘 아침에도 많이 오구.

어제 나 내 친구집에서 같이 공부하고 거기서 잤거든.

집 떠나서  남의 집에 자긴 처음야.

그 집은 어제 아버지와 큰 오빠가 일본에 다니러 가서 집안에 여자 밖에 없었어. 엄마는 중 3 때 돌아가셨고 막내인 애야.

고2 때는 교환 학생으로 미국 New York 주에 가서 1년 살다 왔지.

조그만 게 객지 생활하더니 생각은 아주 어른 다 되었어.

웬만한 어른보다 나아.

아버지가 야단도 치지 않더라.

셋이서 같이 공부했는데 (다른 애도 왔었어) 재미있었어.

서로 모르는 것 물어가면서.

JH(동생)는 요새 기타를 열심히 배우는 중이야. 제법 띵동 거려.

빨리 배우는 것 같아.

음치지만 음악적 머리는 있나 부지?

슬슬 잠이 온다. 이제 자야지.

12시 45 분야

다음번 편지 슬 땐 엎드려 쓰지 않고 글씨 깨끗이 쓸게.

기분 나빠하지 마.

군인대로의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지내고 명년에 한 살 더 먹으면 더욱 씩씩하고 점잖아지길.....

 

00 이가

1969년 12월 18일 0시 45분

 

*중앙 대학교 -당시 숙부집은 중대부근 흑석동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