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절, 군대,군에서 받은 편지들

군대에서 받은 친구여동생의 편지.

Jay.B.Lee 2016. 4. 16. 07:44

친구의 여동생이 대학에 생긴 신설학과인  영문과에 입학하였을 때(1968년) 그녀의 얼굴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서울대 실패후 재수않고 2차 대학에 온 그녀의 심정을 헤아리려 했다.

총명하고 이지적인 그녀는 친구인 오빠를 닮았다.

여고 시절  아주 우수한 성적을 지닌 것으로 알고 있었다. 

친구 여동생은 얌전하면서 성격은  쾌활한 편이어서 나를 포함, 오빠 친구들이 잘 보살펴준 관계로 학교에 조금씩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당시 학교가 작은 관계로 자주 얼굴을 보게되었고 그녀의 클라스메이트들까지  모두 알게 되었다.

친구 여동생이 2학년으로 올라오던해 나는 군에 입대했다. 

그녀를 조금 좋아했던 남자인 과친구의 부탁으로 함께 두어번 함께 그녀의 집에도 가주고 했다.

그녀가 군에 있는 동안 생각보다 많은 위문 편지를 보내왔다.

나중에 그녀가 영어 선생으로 근무하다 서울 법대를 나온 남편을 만나 결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의 남편은 우리의 중학교 선배였다.

그녀를 졸업후 우연히 다시 보게 된것은 1996년 고려대학 특례 입학 시험장이었다.

27년만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일본에 영사로 근무했었다. 

나중에 그녀와 식사도 하고 집이 멀지 않아 선배 형님 부부와 우리 부부가 함께 식사한 적도 있다.

첫 장남은 결혼 했고 둘째아들이 마음에 들어 내 사윗감으로 슬쩍 비추었으나 그는 결혼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

딸이 시집 간후 친구 여동생과 선배인 남편과 몇번 통화를하며 좋은 규수들을 소개해주려했다.

 친구의 여동생이 다니는 교회에서도 많은 분들이 중매를 서려했으나 어른들의 소개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나중에 선배님이 아들에게 '신체적 결함'이 있냐고 물어볼 정도로 화를 내자 그렇지 않다고 했다고.

얼마전 모친상 소식에 장례식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생전 늙을 것 같지 않던 소녀적 모습은  세월을 이길 수  없나보다 

그녀가 1969년 ,논산 훈련소로 29연대로 보내온 편지다.

오빠를 닮아 글씨가 달필이다.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는데 중간의 부분은 생략했다.




이 훈병님께,

아직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부할절의 새 아침이예요.

이 훈병님 ,그동안 안녕하세요?

방금 ,오는 부활절을 맞이한 시내 연합 예배가 새벽 4시 30분부터 중앙 공원에서 있었기에 엄마랑 언니랑 같이 다녀왔어요

촛불을 하나씩 든 천명이 넘는 신자들의 모임은 참으로 장엄한(?)광경이었어요.

이젠 훈병이라는 이름을 가진채 푸른 제복의 군인이 되신 기분은 어떠신지요?

매일 매일의 고달픈 훈련의 계속일까요?

그렇지는 않겠지요.재미있는 일도 많으실테고 .

처음 입대한 생활의 졸병이라서 계급 높은 아저씨들에게 꼼짝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해야할 터이니 ....

지금도 그렇게 하고 계실  것을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군요.

키는 크지 못한데다 몸에 큰 군복을 입고 그위에 큼직한 모자(철모 같은 데요)쓰고 무거운 총을 들고 훈련을 받는 모습을 그려 보았어요.

무거운 워커를 신으셨겟지요

아-멋진 그림인데요.그옆엔 무슨 무슨 장 되는 사람이 호령을 부르고.....

까분다고요? 실례했습니다.

식사 당번이니 보초병이나 그런 것도 해보셧나요(*그녀의 오빠인 친구는 군복무를 면제 받았었다)

그것도 모두 남자로 태어 났기에 한번씩 해야하는 거겠지요

국가를 위한다는 ,나라를 지키겠다는 그랫 우리를 지켜 주시겠다는 장한 용기와 의지를 찬양하는 바이오.

저도 군인이 되어 보고 싶은데.....

요즈음 학교 생활은 도대체 흥미 없는 생활에요.

 15일 입학식을 하고 29일은 신입생 환영회를 했어요.

우리는 각 학회별로  환영회를 가졌어요. 

우리 영문과는 지난해 선배도 없는 외로움을 이번 1학년에 주지 말자고 특별히 자치 회비를 걷어서 간단한 다과회를 가졌어요

겨우 12명의 신입생이지만요.그중에 여학생이 3명예요.

그리고 이번 2학년에 편입 온학생이 6명이나 됩니다. 

요즈음 영어 특강으로 이 XX 교수께서 "Newsweek"을 매주 두번 (월,금)해주고 있습니다. 

월요일은 시간이 있는데 금요일은 강의가 있어서 들을 수가 없군요.

그리고 3,4학년을 상대로 취직영어 특강이 있구요.

새로된 학생회장이 강력하게 성의껏 다 해보겠다고 하는데 두고 보아야지요 

어제가 토요일 식목일이라서 ,그리고 오빠 징병 검사 통지서가 나와서 다녀가라고 편지 했는데 오질 않았지 뭐예요

그래서 오늘은 서울로 전화를 해보려 하고 있지만 .....

어제는 또< 희 다실>에서 샹송음악 감상회가 있었습니다.

하xx 씨가 디스크 자키를 본다나요.

꼭 오라고 해서 갔어요.사람들이 떠드는 데 이맛살이 찌푸려더군요

재미있는 곡도 많았어요.

제법 다방에 간다구요.2학년되고 처음이예요.

그리고 이번 장학생제도에 영문과도 특대생을 주더군요.

그래서 생각지도 않은 특대생이 되었어요.

학교 생활에 흥미를 가지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군요.

전 원래 문장력이라곤 도대체 영점이고 글씨 또한 졸필이니 훈병님께서 이해를 해주시며 읽으셔야 될꺼예요.

그리고 29일 교육회관에서  채xx교수의  독창회가 있었습니다.

너무 두서없이 이것 저것 길게 벌려 놓았나 봐요.

이젠 동쪽에서 해가 떳어요.

맑은 햇살이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군요. 이따가 11시 예배를 보러 교회에 가야죠. 

그럼 이만 오늘은 Pen을 놓으렵니다.

이 훈병님의 건투를 빌면서 다음에 또 소식 드리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1969.4.6 아침 

 OO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