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절, 군대,군에서 받은 편지들

입대한 후배에게서 받은 서신

Jay.B.Lee 2016. 4. 8. 17:03

그는 고교 한해 후배다. 

함께 클래식 음악 감상 모임의 회원이었고 한해 대학을 늦게 간 관계로 학년이 나와 같았다.

내가 입대후(1969.3) 3개월뒤인 6월에 그도 입대하였으며 7528부대 대대 작전과에서 근무하다 월남에 자원,십자성 부대에 근무했다 

학교에 남아 학교 교장으로 은퇴했다.


1. 제 7689부대 7중대 일병XXX 귀하 


읽어 보우 

나의 가장 좋은 시간은 한밤중 근무 시간이오.

상황 장교도 잠이 들어 버린 시간.

밖은 절망적인 암흑.

몹시 바람이 불고 있오.

절정에 있는 이른 단풍잎을 낙엽화 시키려는 바람인가 봅니다

그 멋들어진 거대한 산들의 단풍도 무감각이니 어인일인가요

편지 받고 소식 늦었군요

다시 이사온 이곳 생활은 할만 하오.

우리나라 의 비극이 무엇인가 알수 있구.

나의 시야는 국가관으로 옮겨지고 있오.

우리는 정말 누굴 원망해야 할까요.

요사인  고향 소식도 드문드문.

그런데로 생각나게는 소식이 오고 있오.

J형,

영하의 온도.

훨훨 타오르는 난로에 젖은 손을 말리고 ,

입속에 녹아 나는 달콤한 휴식에 정말 이빨 썩는 줄도 모를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시간 ,

정말 아까운  순간들이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다시 소식 전하리다.

전선에서   CY



2. 읽어 보십시요.

날씨가 추워 야전 잠바에 모포를 둘러 쓰고 근무를 서야하는 가을 밤.

하늘은 맑다오 별은 반짝이구.

그 별빛따라 번지는 향수는 ...

오늘 오랫만에 위문공연.

여자라는 동물을 구경할 수 있었오

어쩌면* 내생애 마지막 일런지도..

내 정든 거리의 소식을 전해주는 편지는 더 없이 반갑고.

이젠 또 한번의 *생활의 변화가 찾아 올것 같으오

짧은 시간안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위문 공연도 있었구.

내부반에선 손벽운동도 했습니다.

그런 얘기는 별 흥미없을 게구요

휴가를 나왔다는 J 형,

아닌게 아니라 부럽기도 하지만 그런걸 구체적으로 생가해볼 여유는 .....

J 형,

나는 작업모를 쓴 군인이 아니오.

언제나 철모를 쓴 군인이라로.

J형이 나열해 놓은 이름들을 읽을 때 스쳐가는 환상들.

휴가 ,후회없이 즐겁게 지내십시요.

건투를 빌면서 

CY


* 월남에 자원하여 혹시 전투중 사망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

3.제 7689부대 3중대 일병XXX


북풍 

시달리는 잿빛 눈발이.....

꿈은

 서러운 시간 

자장가가 없군요.

CY


4.제 7689부대 인사과 일병XXX




겨울의 휴가를 다녀왔구요.

다시 *내집을 찾아 들어 섰을 때 형 편지가 날 기다리구 있구요.

답장을 씁니다.

휴가를 가서 쓸쓸한 거리  빌빌 싸는 것보다 이렇게 바쁜 생활이 내 생리에 맞는 다고 말해 둡시다.

볼 사람 다들 보구 왔습니다.

다들 잘 있더군요.

돌아와 보니 날씨가 따듯해서 좋군요. 

다시 추워질테지만.

휴가 같은 건 이제다시는 가지 않을 모양이외다

무척이나 우울해지더군요.

이제 형은 군생활에 기틀이 마련 되었겠지요.

그런대로 잊어가며 재미 붙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보낼 것 같습니다.

참 KT형 주소를 분실했습니다.

알고 있으면 연락 바랍니다.

한달에 한번쯤 편지 띄우겠습니다.

몸건강을 빕니다.

CY

*내집:복무하고 있던 부대


5.군우 151-소사

제 7689부대 인사과 일병 XXX


올들어 눈이 가장 많이 쌓였고 길은 막혀 버렸으니 내 마음은 편할 수 밖에

제설 작업.......

편지 잘받아 보았습니다.

오늘 밤은 밤샘을 하는 날, 억지로 잠않자려 할 것도 없이 밤샘을 하게 생겼습니다.

휴가두 갔다왔구 ,제대는 아직 멀었고 

희망은 .......절벽.

하기야 언제는 희망있었냐마는 .

*상병을 단다구요.진급 한번 빠르구만

여기는 말이오 일등병만 꼬박 스무달은 달아야 상병 진급이 될까.

외출 ,외박-제발 몸조심 하시구레.

나두 소사,부평,신앙촌 지리는 알만큼 알으오.

이따금 집에도 들려 보십시요

성주는 영 소식이 없구만 요

아마 괴로운 모양 인 것 같으오.

여하튼 군생활은 재미있고 묘하게 그런데로 이럭저럭.

어제 받은 훈련.

내 생애 최고 높은 산 능선을 타고 하여튼 경치 하나는 일품이오.

건투를 빌으오.


CY

*당시 군부대에서 사병 진급 시험을 필기로 보았으며 대재,대졸은 가산점을 주었다.

사단 연대본부 인사과에도 근무한 적이 있어 병장 진급을 무척 빨리했다. 


6.군우 151-소사

제 7689부대 6중대


발신: 주월 십자성 부대 제 11지원대대 111탄약 지원대

상병 이CY


J 형 

멀리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몇자 끄적 거려 보는 거요,

언젠가 그 점쟁이 말이 되살아 나오.

당신 나이 스물 넷에 먼길을 간다더니.

학길이라도 오르려나 하고 기다렸던 것이 그게 아니었더라 이 말씀.

웃어야 할일.

*무슨 영화인가 똑같은 모래 사막.

선인장 꽃이 피어나고 .

우린 맨발의 청춘,

M16대신 삽자루를 힘차게 잡고.....

미사여구는 집어치고 야자수 그늘아래 그 흔해 빠진 맥주켄을 기울이든 때는 옛날입니다.

월남 하늘엔 재수없게도 꿩새가 꺄륵대고 울고 갔어요.

종말이 가깝다는 이야기인지도 모르오.

아까운 지독히도 아까운 취침시간이지만 

간단히 소식전하오.

청룡의 얼룩 무늬 아저씨들과 생활하고 있오.

건투를 

CY


*어릴 때 본 다큐멘타리 영화 "사막은 살아있다"일 것이다.


7.제 3177부대 RNTC 통제부

병장 XXX


발신: 주월 십자성 부대 제 11군수 111탄약 지원대

상병 이CY


J 형,

남국의 오수.

졸리워지는 시간.

비치로 향하는 ,질주하는 오토바이의 행렬이 부럽소.

이 곳의 모든 명물들이 시시해지구 무의미해진 지금.

몰아 닥치는 저 모래 바람이 좀 멎었으면 하는 마음 뿐.

전 부대에서 편지가 왔드라구요.

정말 오랫동안 소식이 두절 되었었습니다

지루한 군생활.

아직 까마득하시겠지만 기다려 봅시다.

다행히 이곳엔 시간하나 잘 지나 간다는 사실. 

본국에서 보다. 

원대가 바쁜 생활이오.

자주 소식 주길 바라며.

KT형 주소를 알면 전해 주십시요.

건승을 빌며.


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