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에게
주말입니다.
약간의 해방감에 젖어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기억은 이제는 망각되었나봅니다.
반복되는 *올빼미의 습성은 그걸 잊으라고 강요합니다.
토요일이라면 *TV의 주말 프로정도 보고 오후의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것이 상례입니다.
오늘 같이 "비상 전투대기"중인 경우는 그것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5분 전투 대기조" 혹은 "전투대대"라든가 전투란 어휘에서 전율을 느끼게 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생생하게 실감나는 현장에 서 있습니다.
간헐적으로 자극적인 요소들이 저의 가슴속에 꺼질듯한 생명력에 불을 붙여주었던 시절이 지나고 있습니다.
군대 생활에 너무 익숙해진 탓입니다.
전투.
산다는 건 투쟁이고 전투의 연속입니다.
이 헤어날 수 없는 경쟁 사회는 투쟁내지 쟁취에 의해 승리하는 자만이 존재하는 사회가 되어갑니다.
세상살이가 그렇고 나자신의 인생도 그렇습니다.
9월도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머지얺아 마지막 휴가입니다.
요즈음 같아서는 잠시 산사에 묻혀 군대아닌 일체를 잊고 싶습니다.
기다리던 휴가란 기대도 사실 막상 손에 쥐고 나면 별것이 아니어서 말입니니다.
이번 휴가에는 기대를 걸어보자고 다짐해 봅니다.
얼룩 예비군복을 입고 떠나는 전우들.
마음속에는 그 예비군복을 입는 순간의 환희의 기쁨을 탐하면서도 그 얼굴들에 스치는 허무감을 봅니다.
시간은 그런대로 잘지나고 있습니다.
자신의 내적 세계와 외부의 적당한 타협은 갈등만을 일으키는 군요
나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확신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가끔 서글퍼지는 것이 계절탓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바람이 차가워오는 해변에서
1971.9월
*올빼미 습성: 해안 경비 부대는 저녁부터 2개조로 근무하며 일정 지역을 좌우로 순찰했다.
아침 엔 부대로 철수한뒤 조식을 일찍 마치고 오전 취침을 해야 했다.
*5분 전투 대기조:군대내에 안보와 관련 발생할 수 있는 초비상 사태에 대비하여 긴급히 출동하기위해 사단에" 5분 대기조"를 운영했다.
옷을 벗고 자다 갈아입는 시간을 단축하기위해 24시간 전투 옷을 입었고 옷을 입은 채로 잠을 잤다
항상 실탄등을 몸에 지니고 글자 그대로 비상 사태가 발생할 경우 즉시 출동하기위해 대비한 전투 소대.
'청춘시절, 군대,군에서 받은 편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 시절 받은 편지 (0) | 2016.04.05 |
---|---|
논산 수용연대 화장실의 낙서 (0) | 2014.09.04 |
군에서 어머님에게 쓴 편지 (0) | 2014.06.03 |
군시절 자주 읽던 지혜의 말들 (0) | 2014.06.03 |
군대에서 보낸 편지 (0) | 2014.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