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절, 군대,군에서 받은 편지들

그녀에게 받은 마지막 편지(13)

Jay.B.Lee 2016. 8. 20. 06:42

1972. 2월 22일 지급받은 개구리복(예비군복)을 입고 인천에서 소사 사단(33X)에  들어가 전역 신고를 했다.

연대 본부  인사과에 들린 뒤 작전과 앞을 지나며 보초 근무중인 이등병 고교 동창을 뜻밖에 만났다.

반가움과 동시  미안함에 손을 잡았다.

재학중 입대와 졸업후 입대의 차이지만 나는 제대를 하고 그는 3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공연히 미안했다. 

며칠 전 훈련을 마치고 들어 왔다는 그는 예비군복을 입은 나를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

 

69년 3월 13일 입대하며 옥천에서 새벽에 문을 연 이발관에서 머리를 깍았다.

사정 없이 밀어 버리는 이발사의 '바리캉'에서   뭉텅 뭉텅 떨어지던 머릿칼을 보며 어제까지의 생활을 다 잊기로 굳게 다짐을 한지가 3년전이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이 있는 법"(키케로)이라고 체력이 강하지 못했던 나( 갑종 아닌 을종으로 신체 검사시 판정)는 고통스러운 훈련 과정을 견디어 내야 했다.

돌이켜보면 군복무시 여러 사건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간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35개월 11일의 군생활. 

복학까지  절묘하게 단 일주일이 남아 약간의 휴식 기간뒤 복학을 했다. 

3월 2일 개학하여 강의실은 후배들,제대후 복학한 동료들, ROTC 생들-세 그룹으로 갈라져 3학년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의 생애를 통틀어  참으로 공부를 열심히  한 시간이었고 큰 도전이었다.

오직 학교와 도서관과 집을 오가던 생활.

4학년 개학전에  제대후 10여개월이 지나 잊고 있었던 그녀에게 편지를 했다. 

아마 그녀의 집 혹은 그녀가 근무한다는 학교로 편지를 했나 보다.

제대를 하며 모두 잊고 새롭게 시작해야했다.

영어 선생님이된  그녀의 편지.

발견한 세통의 편지중 하나로 나의 마지막 편지에 마지막 받은 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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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라는 이름이 결코 갑작스러울 까닭도 없습니다.

의외로 나의 심장은 약할 수도 있지만 더불어 놀라지는 않았지요.

언제가 제편에서 죽 서울에 있었다고 편지 할 때는 J씨는 군인이었는데

이제 자기만이 도시인인듯 시골 여선생을 저윽이 비웃고 계시는군요

허지만 당신에다 대고 자신있는 제스춰를 쓸만한 재기와 매력은 아직 충만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고작 남자 대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젖비린내 나는  여대생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지금 이 편지를 쓰고 있는 방의 분위기.

우선 사나이의 체취가 한점도 없는 아주 담백한 mood.

Tea ,Music(Record는 많지 않으나 좋아 하는 건 다있음)

가까운 날 소형 TV도 사다 놓을 예정입니다.

이만하면 저녁 이후의 시간을 혼자 보낸다해도 유감은 없다고 생각안하십니까?

화려한 것이 아니라 생을 사랑하는 즉 시간을 아낄줄 아는 참다운 생활인이기 때문일 거예요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만 있다면 그 이상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은 데 그 것만은 잘 안되는군요.

언제나 추종자들은 많아도 내 편에서 순전히 사랑을 위한 사랑을 할 사나이를 발견한다는 것은 왜이리 어려운지.

그래도 내게 Tea를 산다거나 극장을 넣어 준다거나 하는 사람정도는 있지만 .....

"*Funny Girl" "*Play misty for me "를 갔을 때만 해도 좌우간 혼자는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제게 좋은 사람이 안생겼다해도 그 쪽에서 실망적일 이유는 또 뭐죠?

그건 그렇고 아직 대학생이니까 공부 많이 하시겠네요.

J씨야 말로 어서 좋은 사람이 생겨야되지않을 까요.

그래야 *Graduation Thesis 라도 청탁하지 않겠어요.

J씨가 선택하는 여자야말로 진정 여자다운 여자일거라고 믿습니다만 .

아직 저를 기억하시는 걸 보니 Girl Friend 도 없나 본데 분발하세요.

B 시나 O 시나 객지인점만은 다 마찬가진데 어느 쪽이 내게 더 플러스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대학 시절 꿈꾸었던 주말 여행은 자연히 실현 될수 밖에 없군요.

한주일은 D시에 한주일은 C시에 그럭 저럭 시간이 잘 갑니다.

J씨가 제대이후의 모든 가치관과 세상을 보는 눈이 옛날과 같지 않은 것과 같이 저역시 생각했던 여러가지가 

지금의 Situation에서 보는 것과 너무 큰 차이가 있다는 걸 걸 압니다.

역시 Adult 에 이르렀는 지.

사나이를 보는 눈도 정말 틀려졌어요.

Mr.리 

언제쯤 그대가 따르는 Beer를 우정으로 기꺼이 들고 싶군요.

시간이 허락하는데로 전화하겠습니다.

For your Spring.

 

1973.3.29

AK

 

그것이 마지막 편지였다.

확연히 학생 때와 다른 정말이지 생활인이 된 그녀의 편지였다.  

 그 해 나는 가을 입사 시험을 치루기 위해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 동안  그녀가 군의관을 만나 연애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녀의 소식을 들은 건  20여년이 지나 해외에서 귀국하여 우연히 만난 친구 여동생에게서다. 

몇년이 지나 T시에 출장 간 날 친구 여동생에게서 받은 전화 번호로 전화를 했다.

깜짝 놀라며 반가워하는 그녀.

분명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기차역 부근 카페를 알려주고 30여년만에 만나 그녀. 

늙은 얼굴 보이기가 겁난다던 전화완 달리  변함 없는 그녀의 얼굴.

우린 처음 얼굴을 탐색하듯 쳐다보며 서로 웃었다.

KTX로 서울 출발전 짧은 시간 ,가족들의 얘길듣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녀에게 안녕을 고했다.

그녀의 젊은 날의 꿈이 모두 이루어졌기를....

 

 

*Funny Girl:1968년 작품 .가수 바바라스트라이 샌드와 오마 샤리프가 주연했다. 윌리람 와일러 감독.

 

*Play misty for me-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주연으로 방송 DJ인 그를 따라 다니는 스토커 역엔 제시카 월터가 맡았다.

주제가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는 공전의 히트곡으로 지금 들어도 변함없이 아름답다.

 

*Graduation thesis : 아마 여자 친구가 생기면  여자 친구가 졸업 논문을 나에게 부탁하지 않겠느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