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절, 군대,군에서 받은 편지들

군시절 여자에게 받은 편지(7)

Jay.B.Lee 2014. 5. 28. 07:44

 

 

비가 꽃속으로 시원스레 스며드는 오후

창밖의 저녹색 무리들을 바라보노라면 어쩐지 찬란한 슬픔 같은 게 느껴집니다.

빗방울은 머리위에 떨어지는데 "영문학의 밤이 청년관에서 성대(?)하게 거행 되었습니다.

연극, 英詩 낭독.

그 밖의 찬조자들로 제법 축제의 Mood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나의 낭낭한 -사람들의 말하는 바에 의함-음성으로 테이프를 끊은 영시 낭독은 이 지역의 샌님들에겐 상당한 경이인 듯 했습니다.

축제는 항상 기분이듯이 우리는 다실에 들여 찬 물방울이 베어나오는  그라스에 오랜지를 담아 축배를 들었습니다

그럭 저럭 내겐 마지막일 축전도 막을 내렸습니다.

또 거리에 찢어진 노랑색 카니발 색종이가 버림을 받겠구 우린 이별의 노래같은 걸 미리 배워두어야겠습니다.

교과서를 옆구리에 끼고 Bus Stop에 서면 언제나 싱싱한 젊음이 느껴지던 시절은 아예 흘러 갔는가 봅니다.

무슈리,

오래 편지 못했군요.

세번의 편지를 무언으로 응수했으니.

분망하거나 좋은 사람이 생겼다면 자랑삼아 더 많이 썼을 텐데.....

아마도 권태가 몹시 심했던 모양입니다.

좋은 사람 같은 건  그전부터 물론 있었으니까요

당신에게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면 그의 범주안에서도 자유를느끼는 일종의 방종였겠지요

무슈리,

해변에 벌서 여름의 냄새가 짙겠습니다.

비가 부수수 내리는 속에서 총검을 든 병사들의 발자욱마다 안타까운 사념(思念)이 휩싸여 오겠습니다.

더 뜨거워지면 나도 바다를 걸어야지요

미치는 정열이나 뜨거운 의욕이라도 다시금 불러 일으켜서라도.....

최후의  시간들이니까요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껏 맹목의 슬픔 같은 걸 뿌리치지 못하는데 어째서 生의 진가같은 건 알지 못하겠는지 한심입니다.

늘 모두를 他人으로 간주하는 싸늘한 결별 의식속에서 더욱 내 문제를 타개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하여 피로감이 겹치고......

무슈리,

좀 더 과거에서 태어났더라면 해요

아니면 더 더욱 미래에서 태어나거나.....

내가 태어난 시점이 가장 아드메치한 세대 같기 때문입니다.

책도 음악도 한동안 타부였습니다.

할 얘기 많을 때 또 편지 쓰죠.

몸이 굉장히 쇠약해졌습니다.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 정말 슬픈 일이군요

모두 건강하기로 약속을 하고 안녕을......

 

1971.6.11

 

 

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