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절, 군대,군에서 받은 편지들

군 시절 여자에게 받은 편지(9)

Jay.B.Lee 2014. 5. 29. 07:53

 

부대에서는"실미도 사건"로 국회의원들이 진상 조사단이라고 두대의 버스를 타고 방문한뒤  육군 해안 경비대가 고생하는 실상을 보고 우리를 위로한다고 야식으로 1인당 닭백숙을 한마리씩 주고 갔다.

부대의 실체를 아무도 몰라 그냥 "무장 괴한 출현 으로 표현되었던 시기다.

그렇찮아도 68년 1월21일 청와대 습격시의 무장 괴한들로 국민들이 놀랬던 터다.

사단장 대기 발령,연대장 대기발령으로 부대 사기가 떨어졌다.

 정보계통으로 월남을  다녀온 대대장은 무슨 사유인지  책임을 묻지 않았다.

초소 근무 일병은 승진후 사단 으로 전출갔다.

근무 철저에 대한 포상이지만 외부인 접촉을 금하려는 조치였다.

사람 좋았던  중대장은 45분간 보고 지연(대낮에 일요일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 잠시 연락 두절)과 책임을 물어 군사 재판후 대위에서 2등병으로 강등되어 불명예 제대하고 말았다.(지금처럼 핸드폰이 있던가 아니면 야간에 발생한 사건이면 그런일이 있을 수 없다) 

소대장도 전출, 선임하사도 전출 .

중대장은 위생병에서 장교지원한 병출신으로 수원 비행장 경비중대장으로  재임시에도도 수류탄 사고가 터져 이곳으로 온 것인데 참 운이 없는 사람이었다.

사실은  정작 특수 공작부대를 만들고 <망각한채 방치한 >  중앙 정보부장과 공군 참모총장이 책임 져야할 사항이었다.

그 무렵 200자 붉은 원고지에 쓴 편지를 그녀에게서 받았다.

제대를 반년 앞둔 뒤여서 나나름대로 번민과 희망에 사로잡혀 있던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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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편지는 짧은 편지 보다 훨씬 기분좋군요

무슈리처럼 언제나 할 얘기가 많은 사람에겐 내적인 멋이 넘치고 또 삶의 의욕(또 그 속엔 진지한 번뇌가 있을 지라도)이 강렬하다는 얘기가 될 겁니다.

어느듯 8.31일

들끝으로보터 벌써 바람이 이는 것 같습니다.

몇년전인가 철이 들면서부터 이 계절은  반드시 슬펐고 지금도 역시 애수적입니다.

싸롱에서 다갈색의 술이라구요?

술이라는 것 .

당신은 아주 적당히 멋있게 취해서 아가씨의 의 검은 긴 머리같은 걸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겠군요

아니면 MM(마린 먼로)의 불타는 금발일까?!....

많은 것을 추억하고 또 많은 것을 탐욕할 수 있는 시간은 역시 애잔한 기분으로 취해 있을 때겠지요

마치 애주가인양  나 . 하하

허지만 그 쯤은 알고 있거든요.

웨스턴의 수염덥수룩한 사내들은 통나무 간판위에 붉은 색으로 쓴 Salon이란 단어를 매우 좋아 하지 않습니까?

한잔 마시고 비위 거슬리자는  탕탕 쏴버린 기분.

웨스턴 무비중에선 언제나 이장면이 꼭  있기 마련이어서 난 그 장면을 젤 신나합니다.

무슈리의 편지 읽으니 나 *Salon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

졸업후의 일들-취업 ,결혼,연애의 어떤  정당성등등을  생가해야지요.

무슈리,

남자의 그늘 아래서 사는 여자.

당신의 그말엔 오히려 쓰디슨 슬픔을 ......

남자의 그늘아래서 행복한 여자가  그중 제일 행복하다는 것을 난 알고 있으니까요

허지만 지금 이세대는 여자가 남자의 그늘 밑에서 안일한 행복만을 누릴 시대가 아닌것 같습니다.

왜냐면 24살의 내가 생활과 돈을 늘 염두에 두고 있으니 밀입니다.

결혼 후에도 물론 뚜렷한 자립 능력을 갖길 원하거든요

굉장한 거부를 반려자로 맞지 않는 한.

그러나 난 거부와 결혼 하지 않을 것이고 할수 도 없을 겁니다.

나는 후일에라도 남편과 분리된  나만의 서재와 나만의 거실을 갖길 원해요.

때문에 지금 졸업후의 취업에 가장 많이 번민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진실한 애정은 아무데고 없는 것 같습니다.

Only You라는 말은 잃어 버린 이데아 인 듯.

후일 결혼 하여 허즈와 다툰 (여자문제 그외의 것) 어느 날 밤시간에 나만의 위로를 위한 드레스와 보석과 책과 돈을 위해 지금 번민하고 잇습니다.

너무 큰 넌센스라구요?

아니죠 분명히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이고 더우기 여인의 생이란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나 입센의 '"인형의 집"

에서 한치도 벗어 날수 없는 겁니다.

언제나 나만의 쾌락을 위한 또 하나의 세계를 간직하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남편을 배신하는 행위.

춤이라든가 연애 도박 술따위는 경멸해요

발랄한 젊음 뒤에서  젊음의 가장은 추하고 치사한 거겠지요.

그 땐 역시 知的인 고상한 생활이 좋을 것입니다.

꽤 당치도 않은 변론.....

그 보다는 아직은 티없이 젊기만 한 내머리위에 불타는 저 태양과 내 갈증을 풀어주는 그 "*Summer Wine"사랑합니다.

무슈리,

올 여름엔 바다에 잠겨보지 못했군요

늘 무한한 우주의 신비가 그 라멜-

그 수 많은 모래와 파도를 바라보노라면 나의 작음과 내 목숨의 짧음을 다시금 생각하며

자신에 대한 가여움과 애착 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더 할수 없는 그리움을 남기겟지요.

겨울까지 살아있게 되면 이xx씨의 초소를 찾아 갈지도 모르겟습니다.

저 *"인간의 조건"에서 고호령의 추억을 안고 가지를 찾아 눈덥힌  고지를 넘는 미찌꼬 처럼.......

남남 끼리는 더 멋있을 것 같습니다.

무슈리는 내게 큰 긍지와 포부를 잃었다고 말하지만 아직 당신의 언어들 속엔 인생에 대한 신념과 성실함이 꽉차있군요

또 아직 여인의 따스한 얼굴 앞에선 얼굴을 붉힐 순수함도 있는 것 같구요

제대후엔 소원데로 기막힌 연애도 해보시구.

9월에 제대인줄 착각했습니다.

휴가땐 엽서를 보내세요.

당신의 그 정화된 병사론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가끔 답장을 빼먹는 경우는 남자인 무슈리가 이해하기 곤란한 만사 귀찮은 권태병이나 멜랑고리 일때니까 괜히 오해 마시기를 -

그 땐 모든 것이 싫어져요

물론 이렇게 넋두리를 늘어 놓을 만큼 기분 좋은  때도 많아요.

지금은 정오.

어느 조용한 다실에서 둥근 찻잔을 쓰다듬으며   *Forever with you를 듣고 싶은 기분에 잠겨 있습니다.

내주엔 수강 신청 .

내 최후의 수업 몇날이 전개되겠지요.-

너무 아쉬운-

안녕히

 

1971.8.3

AK

 

 

 

 

 

 

*Summer Wine

 

작곡가겸  싱어인  Lee Hazlewood가 작곡한 곡으로 1966년  처음 Suzi Jane Hohom와 듀엣으로 불렀으나 이듬해 1967년 Nancy Sinatra와 부른 노래가 더 유명하다.

Hazlewood(1929.7.9-2001.8.4)는 미국 오클라호마 태생으로 한국전에도 참전한바 있다.

Nancy  Sinatra (1940.년생)는 후랭크 사나트라의 딸로 팝가수겸 여배우였다.

한국에선 박인희나 나나에로스포(두꺼비와 개구리)가 부른 번안 노래가 유명하다.

 

 

*인간의 조건

고미카요 준베이(1916-1955)의 소설로 1955년 발표 1500만부 가 팔린 Best Seller.

대한 민국에서 당시 일본소설외 번역 작품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었던 소설이다.

준베이는 만주 태생으로 도쿄 외국어 학교 영문학부에 재학중 군에 장집된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인의 만행과 잔학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1943-1945년의 시간을 배경으로 전쟁의 극한 상황속에서 인간답게 살아보려는 주인공 "가지" 이야기다.

영화나 TV극으로 제작되었으며 영화는 1959년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작품이다.

 

*Forever with you

작사:岩谷 時子

작곡 "彈 厚作

테너 색스폰으로 듣는 블루스곡은   감미롭다

아마 색스폰 연주자로 이곳을 연주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이 황홀한 곡을 일본인이 작곡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당시 작곡을 누가 했느냐는 관심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선 당시 일본에서 임시로 만든 Modern pops Orchestra(해체되어 현존하지 않음)의 연주로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Slaughter on 10th Avenue (10번 가의 살인)를 연주하던 <Ventures>악단의 연주가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