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태양이 타고 있는 허공엔 또 어느 때쯤 커단 흰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련만 그 죽고 싶도록 기막힌 생의 축복을 위해 이 찌는 더위를 견딥니다.
그 해안-
당신의 초소엔 땀과 공허가 뒤범벅 되었겠군요
온몸이 땀에 젖도록 어떤 생각에 잠겨 있다가 돌연 정신을 차렸을 때 가슴이 서늘해지는 공허
모든 건 여름인 까닭입니다.
무슈리,
오늘은 예의 그 여행용 가방을 들고 고속버스 대합실에 한 30분 동안 앉았다가 돌아왔습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습관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유는 있기마련이지요
대중 속에서 생각하고 싶은 것(사람들 속에 선 나의 위치,타인들의 사랑속에 나의 사랑,생의 가치,돈의 가치,진실, 허영 ,신뢰의 범위등)이 많이 쌓여 있을 때는 대중 속에우뚝 서있다가 오는 것이 내 치유의 방법입니다.후후
허나 슬프고 또 더욱 슬픈 몸부림 속에 내자신이 슬플 뿐입니다.
여자
사람들이 절보고 여자라고 주장하기에 한잔의 Beer 대신 한잔의 맑은 Tea를 주문했지요
그리고 돌아와서 이편지를 씁니다.
Love story를 읽으셧나요?
" What you can say about a Twenty-fiveyear old girl who died?
That she was beautiful ,and brilliant
That she loved Mozart and Bach .And the Beatles.And me.And me"로 부터 시작하는 Erich Segal의 사랑론.....
너무 멋있고 너무 지고한 24세의 부부였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존경과 신뢰 그리고 아낌이라는 것.
또 결코 사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것
그 엄청난 베리트가의 외아들이 초라한 잡화상인의 딸인 제니를 사랑하기 위해 낡은 아파트에서 스파게티를 먹는 생활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올리버 제니
백혈병이 제니를 올리버에게서 빼앗아 가기까지 .
그들의 사랑 -
완전한 공존 완전한 소유 완전한 신뢰
무슈리,
*지난번 휴가때 이 xx씨(나를 )를 만났다는* K와 S의 얘기를 듣고 많이 섭섭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그 카키 제복을 바라보며 남성 세계의 강렬한 매력을 탐미하고 싶었는데.
당신들의 그 무섭게 두꺼운 군화라든가 여기 저기 붙어 있는 계급장 이름표 따윈 아주 묘하게 보이거든요
*9월이 제대라더니 이제 그 갈증심한 규제속에서 해방될날 머지 않았군요
군복을 벗고 돌아 왔을 때 또 한번 느껴야할 종류 다른 아픔 같은 건 아마 미리 각오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어느 때 어느 상황아래서건 인간은 결국 허덕여야만 하는 것이니까요
추구와 불만과 허무 허탈 그리고 쓰디쓴 소외감과 불멸의 고독같은 것 때문으로 하여-
졸업이 다가온 4학년의 여름 방학
그토록 좋아하는 바다를 찾아 나서기에도 나의 주위가 너무 초조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나의 거실에 누워 창밖의 성하 (盛夏)를 응시 하는 것도 또한 못견딜 밀폐군요
밀폐-그것은 아직 젊은 나 다혈체가 분노하기에 충분한 모멸입니다.
4학년
실력 함양 결국 무엇을 위해서인지.-
무슈리
오늘도 그 해안을 거니나요?
사람들의 발자욱들 ,모래와 파도 그 태고의 오묘함에서 무엇을 느끼십니까?
아 바다를 맘껏 즐기고 싶건만 녹색의 끈이 긴 가방을 어깨에 걸고 어떨까
그러나 혼자는 싫어
*제롬의 진실을 가진 사랑하는 이......
몹시 피상적인 세계로 말려드는 시간입니다.
요즈음 경이적인 일들이 귀에 들리는 군요
무언가 새로운 일들.
마구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 줄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꽝 터지던가 아니면 멋있게 오래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던가
혹 이 여름이 다가기전에 어디라고 가게될 행운이 있다면 그 때 또 편지 쓰도록 하죠
그럼 안녕히
*1971.8.16
C시에서 AK
*지난번 휴가
1971년 6월 초 33사단 사단장 "전자열 "준장(천안 전씨 후손으로 소장으로 예편했다) 후임으로 육군 대학원을 졸업하고 세계사를 전공한 새로운 사단장이 부임했다.
부임후 각종 점검및 훈련 및 정신훈화를 하며 부지런히 사단 발전을 위해 노력했으며 특별 휴가를 주어 사기를 높였다.
예를 들면 어느날 새벽 소사 사단내 비상 소집을 발령, 선착순 집합에서 1~5등 까지 짧은 포상 휴가를 보내거나 사병 지침서상의 항목을 갑자기 물어 암기를 정확히 하는 사병을 휴가를 보내는등 돌출 포상을 많이 했다.
우리 대대까지와 세계사의 흐름과 군인의 반공 의식에 관한 교육 시간에 세계사에 관한 질문을 하였다.
나 이외엔 아무도 손을 든 사람이 없어 대답을 하고 나중에 3박 4일의 갑작스런 짧은 포상휴가를 받았다.
집이 먼 곳이라면 4박 5일을 주었다
그 때 받은 휴가를 말한다.
대단히 적극적이고 열심이었으며 훌륭한 인격과 리더쉽을 지닌 사단장이었으나 부임후 2개월 반만에 터진 "실미도 사건"으로 책임을 물어 대기 발령을 받았다.
너무 짧은 기간이라 사단장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 9월 제대
아마 본인이 편지를 보내며 제대가 9개월 남았다는 얘기를 9월에 제대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실제로 1972년 2월 22일 육군 병장으로 35개월 11일 근무후 명예롭게 전역을 하였다.
논산 군번으로 119420xx.
*K와 S
편지 쓴 후배와 같은 영문학과 동기들로 S는 친구의 여동생이다.
나는 경영학도였다.
갑작스런 짧은 휴가라 길에서 우연히 만난 것 같다.
*1971.8.16
편지를 받을 무렵인 1971.8.23일(일요일) 그 유명한 " 실미도 사건"으로 당시 무장 괴한 출현이란 통보를 받고 우리부대는
경인간 구도로와 고속도를 차단하고 M-16에 실탄을 장착하고 잠을쇠를 푼뒤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은채로 버스들을 검문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탈취한 버스로 도주한뒤 영등포 유한 양행앞에서 수류탄 자폭으로 끝이 났다.
자세한 사건의 개요는 저의 블러그 '군대 이야기'중 실미도 사건을 참조하면 된다.
*제롬:앙드레지드의 "좁은 문"의 주인공 .
제롬은 앙드레 지드 자신이기도 하다.
제롬과 알리사의 사랑이란 시대를 초월하여 오는 공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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