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사라진 친구 블로거.

Jay.B.Lee 2013. 3. 17. 18:04

언젠가 우린 떠난다.

살고 있던 곳으로부터 ,친구로 부터 ,직장으로부터 가족으로부터 떠난다.

10년뒤에 보면 그 이웃이 그 이웃이 아니요 자주만나는 사람들도 바뀌어져있다.

마지막 떠나면서 뒷정리를 깔끔히 하고 가신 법정스님처럼 미리 미리  철저히  준비한 분도 보기힘들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이 티베트 속담처럼 살아간다.

"내일이 먼저 오려는지 다음 세상이 먼저 올런지" 를 모르면서

블로그 친구중에 너무나 갑자기 없어진 사람 두분이 있다.

Off line이 아닌  On Line 친구라 연락할 방법이 막막해  더 허망하다.

 그냥 잊고 지나가기엔   그동안 on line 에서 나눈 우정이 아쉽다.

한 분은 외국인과 결혼하여 스위스의 작은 시골도시에 살고 있었다.

취미로 커피잔를 모으며 스위스 이곳 저곳의 풍물을 소개하는 그분의 글을 읽곤 했다.

사업차 스위스 여자분과 한국에 왔다며 전화한  그녀에게서 한번 식사 대접하려 했다.

 그러나 서울로, 지방으로 그녀의 바쁜 스케쥴 때문 여의치 못해 그냥 돌아가고 말았다.

그 후 그녀의 블로그에서 그녀의 흔적은 끊이고 말았다.

더 이상의 글도 불로거들에 대한 답글,댓글도  보이지 않은채 수면 아래로 잠적한 것처럼  블로그만 덩그라니 남아 있다.

가끔  둘러  보아도 마치 빈집같이  2009년이후 그녀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 분은 블로그에 사진을 올린 적이 없어 어떻게 생긴 분인지도 알지 못한다.

글에 비추어 자녀없이 외국인남편과 사시던  분으로 짐작할 뿐이다.

한 분은  뉴욕에 사시던 분이다.

한국에서 자라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남미로 이민후 다시 북미로 이주하여 학업을 마치고 뉴욕에 살았다.

토종 한국인과 결혼한 그녀는 아들을 하나 두었고 교육 사업체(교육 도서 취급)를 가지고 방송일도 하였다.

그녀의 글들을 보며 많이 웃기도 하였고 긴 댓글과 답글을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말 어휘의 뉴앙스나 사자성어를  배우기 위해 열심이었다.

나는 나이 차이를 떠나 서로 교감하며 미국식 사고 에서 오는 그녀의 올바르고 곧은 성품과  남편과 아들에 대한 사랑,이웃에 대한 사랑에 감탄을 하곤 했다.

늘 유모어가  풍부했던 그녀는 겸손했고 생각이 깊었고 순수한 참으로 맑은 영혼을 지닌 소유자였다.

 알차게 교육관련 사업을 하며  만인에게서 사랑받았던 그녀는 비록 체구는 작았지만 생각은 거인같은 여자였다.

뉴욕에 오면 꼭 들리라던 그녀.

2010년 4월의 글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사라졌다.

한해 두해 혹시  마음에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작년 큰 마음을 먹고 그녀가 운영하는 뉴욕 회사에 전화를 했다.

전화가 더이상 사용중이 아니라는 전화 메세지가 나왔다.

다시 그녀가 봉사하던 한국 방송국에 전화를 했다.

방송사 직원에게 그녀의 소식을 조심스럽게 묻자 방송일(책읽어주는 여자 프로그램 담당)만 그만두었을  뿐이지 건강하세요하며 나를 안심켰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좋은 이미지만 지니고 살라는 말인지 직원이 전해주던 '건강하세요'의 의미를 알길이 없다

우리 서로 만나적은 없지만 그녀는 내겐 참 각별한 친구였다. 

그녀가 건강하다면  인사 없이 무작정 블로그를 떠날 사람이 아니다.

쓰신 글마져 글빚이라고 더이상 출판을 하지말아달라고 부탁했던 법정 스님.

이젠 우리도 인터넷 세상에서도 떠날 때를 대비해야 한다.

 남은 가족에게 유언하듯 인터넷 세상에 남긴 발자취와 삶의 찌꺼기들을 정리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가족들에게 "아이디와 비빌번호"를 꼭 남길 일이다.

 

혹 누가 소식을 아시는 분이 계셔 정확히 전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녀의  한국명,  뉴욕의  <강정화>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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