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다.
마침 새벽예배도 생략된 주일이고 설날이라 교회에서 점심을 제공하지 않는 유일한 주일이다.
아들 며느리 내외가 우리가 다니는 교회에 올갈지 모르겠다하여 너희 좋은대로 하라고 했으면서도 은근히 기다려진다.
손자가 오기 때문이다.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고 온 손자가 교회의 성도들에게서 뜻하지 않게 세뱃돈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며느리가 점심으로 떡국을 준비하는 동안 손자에게 좀 더 따듯한 할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손자는 손자대로 유아원에 다니고 자기가 배우고 싶다하여 그림,한글공부 등으로 바빠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더우기 요즈음은 어린 외손자가 자주 오가 외손자에게 관심이 쏠리게된 것은 사실이다.
어린 손자라고 눈치가 없을 리 없다 .
우리는 우리대로 사돈은 사돈대로 맞벌이하는 막내 딸에게서 난 외손자 봐주느라 정신이 없어 모두 관심이 전만 못하다.
손자에게 할아버지와 아이스크림도 사고 슈퍼에도 들려 짜요짜요 요거트도 사러가자고 꼬드겼다.
손자를 뒷좌석에 안전 벨트로 매어 놓고 살살 운전해 아파트 단지내 정문 상가에 주차를 했다.
슈퍼 마켓이 그곳에 있어서다.
손자에게 물었다.
"아이스크림집에 먼저 갈까,아니면 슈퍼마켓 부터 갈까 "당연히 슈퍼 마켓이 먼저다.
수퍼마켓에서 짜요짜요 요거트 두박스를 들고 물어본다
"어느 걸 먹을래 딸기,포도중 골라보세요 "
손자는 오래전에도 먹던 포도를 선택한다.
손자는 장갑낀 손에 짜요 짜요 한개를 받아쥐고는 빨아 먹으며 기분이 좋다.
길건너 아이스크림 집 베스킨 로빈스까지 가는 걸음이 가볍다.
설날 아이스크림집이 바쁘다.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후 손자를 안아 들어올려 아이스크림 통을 보여주며 세가지 아이스크림을 선택하도록 했다.
나머지 두개는 할아버지가 고른다했다.
Half Galon을 주문하며 내가 택한 것을 먼저 담고 아이가 주문한 것을 나중에 담도록 했다.
"할아버지,나 여기서 아이스크림 먹고 가고 싶어요"
종업원에게 손자가 먹고 싶어하니까 작은 컵에 좀 덜어줄수 있냐고 부탁하자 그렇게 않되고 따로 사셔야 한다는 대답이다.
작은 컵 아이스 크림이 2,.500원인 것은 잘안다.
하지만 하프 갈론으로 23,000원어치를 사며 따로 사먹을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베스킨 로빈스의 Policy 가 있어 종이컵을 절약한다던지 종이컵으로 매출을 산정한다면 모를까 하나라도 더 팔기위해서라면 문제가 있다.
손님중 어린아이들이 있으면 당연히 먹고 가고 싶다는 아이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종업원의 한심한 대답에 설날부터 종업원에게 화를 낼수도 없고 나는 말없이 종업원을 쳐다만 보았다.
'이 한심한 것아'하는 내 무언의 항의가 순간 전달되었다.
"그러시면 종이컵은 않되구요 맛보기로 드리겠습니다."하며 하얀 예쁜 접시에 손자가 택한<솜사탕> 아이스크림을 담아 주었다.
처음부터 종이컵은 따로 계산해야하니까 그냥 다른 그릇에 드려도 될까요하면 않될까.
아이들이 꼭 컵에다 먹어야 한다면 별개의 문제지만 말이다.
짜요짜요와 아이스크림까지 먹고난 손자는 이제 졸립고 걷기가 피곤한지 할아버지 업어달라고 한다.
서로의 옷이 미끄러워 도저히 업고 갈 수가 없다 .
길만 건너 차타고 집에 가면 된다고 달래서 손자 손을 잡고 횡단 보도를 건넜다.
'원우야,이 세상은 선택의 연속이란다.
항상 최선의 것이라 믿는 것들을 지혜롭게 택하는 것을 배우고 힘들더라도 참고 또 참으며 인내해가는 걸 배워야 한다'
내가 살아가며 손자에게 정말 가르치고 싶은 일이다.
어제 손자가 할아버지와 아이스크림 집에 다녀온 것이 너무 좋았던 모양이라는 며느리 전화다.
집에 가며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짜요짜요와 먹다남은 아이크림을 통채로 가져가 흐뭇한 것은 아닐거라고 믿고 싶다.
오랫만에 할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과 자기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좋았을 거라는 할아버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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