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반가운 손님 "몽롱이" 내방기

Jay.B.Lee 2013. 3. 2. 20:27

 

사진: 누워있는 몽롱이.

 

우리집에 귀한 손님이 왔다.

열살된 누나네 개 "몽롱"이다.

원래 이름이 "몽룡"인데 발음이 불편해 모두 몽롱이로 부른다.

姉兄과 누나가 여행가는  동안  일주일을 맡기기로 한것이다.

몇년전  우리" 두이(욕셔테리어)"가 16여년을 살다 떠난후 더 이상 개를 키우지 않기로 작정하였다.

요즈음 국내에서도 개 대여 사업이 유행인 모양으로 키우지는 못할 망정 며칠간 못봐주랴 싶었다.

우리집에 벌써 두번째 방문에다  10여년간  친해온" 외삼촌,숙모"라  이 녀석이 남의 집에 와서도 거침이 없다.

누나는 몽롱이를 데려오며 바리바리 보따리를 가져왔다.

털모자 달린 빨간 외투, 신축성 좋은  옷에다.개 줄,목거리 ,사료,배설물 봉투, 타월,물그릇 ,밥그릇,개껌,샴프,간식으로 줄 닭고기 소세지,중간간식으로  몽롱이가 좋아 하는 살짝 구운 황태포까지 일습이 다 갖춰져 있다.

정확히 아침 7시에 일어나 나와 같이 잠자던 침대에서  8시까지 쉰다음 내려와 기지개를 한번 펴고 아침 식사를 마친다.

첫날 아침은 아파트 주변을 한바퀴 돌면서 여기 저기 자기 흔적을 남기기 위해  탐색하며 오줌 갈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둘째 날부터 일찍 집에 들어가려하면 더 산책 하자고 버틴다.

아파트 단지를 이리 저리 더 돌면 그제서야 성이 찬듯 따라  들어온다.

흙묻은 발 샤워해주고 샴프로 씻기고  드라이로 말려주면 일단 아침 행사는 끝난다.

그리고  잘했다고 황태포 몇조각 얻어 먹고는 우리 부부  아침식사 시간에  식탁 밑에서 사과 조각이나 단감 몇쪽 더 얻어 먹으면 몽롱이는 행복하다.

매형은  개라면 워낙 싫어했는데도   누나 부부가 하도 잘 다퉈 아버지 어머니 조용하라고 조카가 사온 강아지가  몽롱이다.

개를 혐오 하던 사람들이 개를 키우면 더 유별나고 광적인 모양이다.

조카들 결혼식에 한번은 턱시도를  ,한번은 한복을 맞춰 입고가족사진 까지 찍은 몽롱이는 누나네 가족의 일원이다.

주인이 귀하게 대우하다 보니 손님으로 온 몽롱이를 소홀히 대할  수 없다. 

개를 돌봐준다는 것이 이제 귀찮은 일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외출했다 집에 오면  몇번 짖으며 반기는 맛에 모두 잊혀진다.

나를 알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주말 외손자가 방문하자 갑자기 눈빛이 달라지고 긴장하는 몽롱이.

그 녀석은 몇번의 경험을 통해 아기들이 나타나면 자기가 찬밥 신세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조카와는 경쟁적인 '아들관계'에 있었지만 아기들은 다르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8일간을 침대위에서 내 옆에 자며 지내던 몽롱이를  누나가 여행후  피곤해 할것 같아 내가 직접  데려다 주러  갔다.

몽롱이를 차 앞좌석에 태우자 가기 싫은지 불러도  창너머 다른 곳만 쳐다보며 딴 청이다.

몽롱이를  누나네 아파트에 데려다 주고  몇시간 후 다시 들리자  반가워하며  소파 내 옆에 엎드려  떠날 줄을 모른다.

전 같으면 인사차 꼬리 몇번 흔들고 호들갑떨다가 휙 가버리던 녀석이 산책 시켜주고 쇠고기는 못주었어도  참치 캔이라도  대접한 삼촌을 잊지 않는 거다. 

자형이 주인한테도 오지 않는 몽롱이를 보고 '어 저 녀석봐라'  할 정도로 며칠 돌봐준 내가 고맙고 좋았나보다.

아니면 자기를 남겨두고 놀러갔다온 누나네 부부에게 항의 제스춰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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