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아직 끝나지 않은 겨울

Jay.B.Lee 2013. 2. 9. 18:28

 

사진:창밖으로 본 아파트 앞동산 공원

 

Winter is gone,Spring has come.

 

옛 고향에는 아버님이 결혼하여 재금 나셨다는 집이 있었다.

그 당시 (1930년대 중반  )로는 시골에 귀한 펌프를 설치했다.

부엌과 방 두칸 ,부엌위 다락, 대청 그리고 대청에 붙은 사랑방으로 된 양철집이었다.

내겐 피난 시절 어머니와  잠시 살았던 집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 쪽에는 퀘퀘한 냄새가 나던 광이 있었고 왼쪽으로는  행랑채격으로   꼬딱지만한 방문이 붙은  초가집이 한채 있었다.

누가 살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으나 방문을 열면 서쪽에서  창호지 사이로 들어온 희미한  빛이 어두운 방을 밝혔던 기억이 난다.

한번은 고교시절 고향에 큰 집에 방학에 내려가  굳게 잠긴 우리집 빈집에 무엇이 보관되어 있나 궁금했다.

큰 집에서 보관하고 있던 열쇠를 큰 어머니께 받아 안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안방을 들어가면 방과 방 ,대청방,사랑방 모두 방문들로  연결되어 이동 할 수가 있다. 

처음 발견한 것이 눈에  익은 장농이었다.

어머님이 19살때  시집 오시면서 가져온  장농이다.

근대식 장농인 셈으로 검은 칠을한  이층장에 하얀 주석으로 장식이 달렸던 장이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쓰시던 여행 가방과 잡동산이들.

공무원 생활을 하시던 아버지께서 영동에서 청주로 발령이 나며 영동에 있던 짐들을 40리길 고향 아버지 집으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

잡동산이중  내가 발견한 것은 영어 교재였다.

반질반질한 고급 종이에 인쇄한  책이 아닌 A4지 보다 조금 작은 종이로 한장 한장된 영어 교재였다.

인쇄를 얼마나 잘했는지 변색이 되지 않고 선명했다

 일본에서 인쇄하여 발간한 것이다.

청주 고보를 다니셨던 큰 아버님이 보시다가 동생인 아버님에게 준 것인지 아버님이 통신 교육을 받으신것인지 아니면 동생들 뒷바라지 나 혹은 할머니 간병차 경성(서울)울 오가는 길에 사온 것인지 궁금하던 것들이다.

"Winter is gone ,Spring has come "

그 영어 교재 첫 장 문구다.

첫 글자는 멋진 펜글씨체로    Winter의 " W字"가 유난히 컷다.

겨울이 오면 봄이 머지 않으리(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라고 노래한 요절한 시인 쉘리(1792.8.4-1822.7.8)의 싯귀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입춘이 지나고 설도 지났건만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참으로 길고 긴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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