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폐기물 처리를 주업으로 택한 친구

Jay.B.Lee 2012. 4. 22. 17:45

친구의  사업자등록증엔 분명  '"폐기물 처리"라고 못박혀 있었다.  

일년에 한,두번 친구의  고향에 있는 공장을 혼자 혹은 우리 부부 방문하거나 그가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한다.

언제나 소박하고 꾸밈이 없고 진실하며 그의 큰 덩치에 비해 너무 순수한 친구다.

친구가 폐기물 처리업을 한다니까 무슨 중고품내지 고물상을 연상할런지 모르겠다.

그가 오래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절박한 순간  생각해 낸 것이 식품 폐기물 처리였다.

사업 내용으로  친환경만 외치는 지방 관청에서  "폐기물 처리" 문구에 에  펄쩍 놀랄만 했지만  허가를 내준 것은  내용보다 그가 그 고장 출신인 것도 적지않게 작용한 듯 싶다.

사실 내용을 들어 보면 공해를 일으킬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가 고심하여 생각해 낸것은 식품업계의 폐기물을  대신 처리해 주는 것이었다.

어느 식용유 생산업체든지  식용유류(콩기름,포도씨,해바라기,참기름등등) 와 마가린등 유효기간이 지난 제품을 수거한 다음 제대로 처리해야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는 그점을 착안,기름을   추출해내는 아이디어를 사업화 했다.

 친구가 고안하고 설계한  기계는 외주발주를 하자 너무 비싸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호사다마로 작은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여  전소한뒤  허탈해 있는 그에게  마침 그의 사업 얘기를 잘 귀담아 들은 '깨어 있는 공무원'이 수억원의 기술자금을 신용으로 지원하여  새 공장부지에 새기계를 제작했다.

식품 제조업체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 것 같다.

우리나라 식품 유통 구조상 유효기간이 지난 식품은 생산자가 소매점부터 수거해오는 방식이어서 우리나라 굴지의 식용유 업체들은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해 줄 그가 반가웠을 것이다.

그의 작은 회사에서는 한달에 한두번 각공장을 돌며 유효기간 지난 식용유류를 수거한다.

백화점에서도 몇번 식품(육류)의 유효기간을 지우고 다시 판매해서 크게 물의를 일으킨 사실에서도 보듯이 업체들이 제일 걱정하는 부분은 혹 유효기간을 슬쩍 고쳐 암시장에 팔아 버린다면 하는 문제다.

 그런 경우 식품업체의 신용도의 추락은 물론 담당자들에겐 책임을 물어  '목이 떨어지는'  치명적 사고가 된다.

어제 유효기간이 끝난 식용유라고 해서 오늘  먹어서 죽는 것은 아니니까 .

그가 현재까지 무탈하게 거래하고 있는 것은 그의 철저한 신용때문이다.

시가로 말하면 수억원에 해당하는  상품도 정확하게 순식간에 폐기 처분해준 덕분이다.

그에게 더 행운인 것은 물량이 넘칠만큼 경쟁업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보통 흔히 회사 경영자/담당자 마음대로 납품선 바꿔치듯 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커버려 자연히 독점형태가 되었다.

자동화 기계로  추출된 기름은 공업용으로 판매되며 마가린의 경우 찌꺼기는 식물 성장 촉진제 제조 업체로 들어간다.

각종  식용유 보관 용기인 프라스틱은 추출과 동시 산산히 조각내어 대형 프라스틱 검정  흄관 제조공장으로  옮겨져  재 활용된다.

최종적으로 나오는 골판지  상자들은 어떻게 처리하냐고 묻자  지정 고물상이 트럭으로  깨끗이 치워간다고 한다.

돈 한푼 않받고 그냥 준다고 한다.

과연 그다운 생각이다.

정부에서 지원 대출금도 모두 상환했고  그는 요즈음도" 폐기물 처리" 대신  "리사이클링'업에 열심인 애국자인 셈이다.

폐기물 처리 공장에< 페기물>이란 하나도 남는 것이 없는 청결업체다. 

말이 사장이지 물량이 들어오면 자기까지  나서서 기계를  가동하고 후딱 처리한다.

이제 아이들 다 결혼 시키고 어려운 시절을 헤쳐나와  큰 욕심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친구에게선  항상 넉넉함이 묻어난다.

꼭 하루전에 전화하고 오라는 친구.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친구로 늘 보고 싶은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