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모든 고통을 끌어안고 간 친구.

Jay.B.Lee 2012. 1. 20. 08:48

지난 년말도 어김없이 일년에 한번 있는 전 회사 재정 OB 모임이 있었다.

처음엔 몇분이 시작하다 재정 부문에 일하다 타 부서로 옮긴사람들까지 합류하였다.

70대가 넘은분부터 50대 후반까지 모이다가 지금은 60대초반까지로 압축이 되었다.

많은 대화가  일하던 에피소드나 추억으로  채워지다가 선배로부터 Y가 이자리에 있었으면 하다가 언제 죽었지 하며 그를 회상했다.

13년전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 장례식장에 쫓아 갔을 때 나는 그의 영정을 보며 울컥 솟아 나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죽기 며칠전만해도  나와 그의 동생에 대해 걱정하며 얘기를 나눈  동년배며 입사동기며 한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친구다. 

 누구나 그를 좋아했는데 그는 보통 화를 내는 법이 없고 힘이 부칠터인데도 위,옆,아래 모두에게 참 잘했다.

특진을 두번이나 했으며 남들에 비해 한자리에 오래오래 근무를 했다.

어느 날 아침 아버지가 출근시간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자 문을 열고 들어간 고교생 아들이 발견한 아버지의 싸늘한 죽음.

심근 경색이었다.

그가 죽자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얘기가 장례식장에서 흘러 나왔다.

딸은 집에서 가출했고 신혼시절 그렇게 사이 좋던 아내와는 사이가 틀어져 부인은 노래방 운영한다고 밤에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한다.

키가 크고 건장하던 동생은  간암 판정을 받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회사에서 사전 감지도 못한채 "잘리고" 말았다.

회사 오너가 한 일이라 누구도 알지 못한 일이다.

통상 전출이란 명목아래 관계회사에 승진시켜 보내는 배려도 없었다.

그가 3개월을 방황 하는 동안 상사들의 노력으로 관계회사에서 겨우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곳엔 옛 후배가 상급자가 되어 있고 상당히 오래전  수시로  업무차  만났던 작은 방계회사 경리 과장은 일찍 회사 창립시 자릴 옮겨 부사장이란 직책으로 직속 상사가 되어 있었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주어진 상황이 그림같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술 한방울도 입에 대지 못하던 친구

저녁자리 ,술자리에 동행하면 왜 그가 가능한한  집에 늦게 들어가려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짖누르는 고통과 번민을 안고 살면서도 내색없이 그는 항상 웃고 지냈다.

차라리 화를 내고 술이나 마셨던들 스트레스가 덜 쌓였을 것을 .

홀로 지기에는 너무나 큰 짐이었고 고통이었다.

결국 폭탄이 터지고만 것이다.

그의 제수씨는 장남인 시아주버님은 처음부터 집안의 어른이었고 기둥이었다고 술회했다.

그 해 년말 그의 동생도 형을 따랐다.

한 해에 3형제중 둘이 세상을 떠나고 미국에 있는 동생만 남았다.

지금도  그의 웃는 얼굴이 생각난다.

젊은날 함께 했던 시간 속에 그는 살아있지만 가끔 그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