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5월의 서울 하늘.
그림을 좋아 하다 보니 미술 전시관을 가끔 가는 편이다.
규모있는 전시회나 유명작가가 되기 직전의 작가의 전시회에 가면 곤혹스러운 일이 있다.
미술 평론가들의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설을 읽다보면 나 자신이 너무 무지하다는 당혹감에 휘말린다.
그들은 심리학 내지 해부학을 전공했는지 마치 작가의 뇌를 들어 내어 현미경으로 훑어가듯 작가의 의도를 심도있게 분석해 낸다.
명색이 대학을 나왔고 나일 먹는 동안 각종 많은 글을 읽었다고 생각하는데도 평론가의 글 앞에서는 주눅이 들고 만다.
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글을 써내는 사람들이 미술 평론가 같은 생각이 든다.
그네들이 쓴 평론은 대충 읽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복잡하다.
때론 음미하듯 다시 읽어보아도 마찬가지다.
간결한 문체로 유명한 마크 트웬이나 헤밍웨이가 살아있다면 뭐라 한마디 하지 않을까.
음악 평론가들의 글은 미술 평론가에 비하면 감성적이어서 비교할 것이 못된다..
그네들이 쓰는 어휘와 긴 심층분석은 나로 하여금 좌절감을 갖게 한다.
때로는 비참해지기도 한다.
대중가요를 좋아 하는 일반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잘 이해 못하는 경우처럼 내 스스로가 무지한 것이라고 반성을 해도 가끔 용납이 되지 않는다.
북미에서 주재원으로 일했을 때 일이다.
전임자가 Finance Director 라고 뽑아놓은 친구는 19세에 영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와 공인 회계사를 취득했다.
타이틀은 그랬지만 Accounting 만 알 뿐 Finance와는 처음 부터 거리가 먼 친구였다.
그는 공문이나 말을 할 때 어려운 어휘를 골라 사용하는 것을 즐기는 듯 했다.
사람이 많은 어휘를 구사 할줄 안다는 것은 지적 능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현학적인체 하는 면이 있어 주재원들에게나 현지인들에게 하나의 우월감을 들어 내놓고 싶어하는 교만이 들여다 보였다
언제 한번 벼루고 있다가 예의 길고 긴 괴상한 표현의 공문을 본사로 보내며 참조로 내 앞으로도 보내 온 날, 내 사무실로 그를 불렀다.
한국 본사에사 근무시 미국의 하버드 출신도 영국의 옥스포드 출신들도 비즈니스 레터를 보내오면 영어권이 아닌 사람들에게 이해가 될 수 있는 가능한 한 쉬운 영어를 사용한다고 얘기를 했다.
자기네 사업 의도를 상대방에게 쉽게 이해 시키지 못하면 사업의 첫걸음 부터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당신은 비즈니스 공문을 보내면서 영어사전에 사용 빈도 에 따라 별 하나 부터 셋까지 표시된 단어는 피하고 괴상한 어휘만 선택하여 공문을 작성하는 경향이 다분히 있다고 했다.
소설을 쓰는 거냐 비지니스 레터를 쓰는거냐 .
사장(현지 한국인 사장)이나 본사 중역들이 매번 사전을 들추어가며 네 공문을 읽어야 하는 수고를 하여야 하는데 똥개 훈련시키는거냐.
본사에서 괴상한 어휘와 표현으로 장식된 공문을 보고 당신을 과연 유능한 사람이라고 평가 할 것 같냐고 심한 면박을 주었다.
당시 회사에는 Inhouse lawyer가 있었다.
영문학과 출신으로 부동산 관계 변호사를 하다가 회사의 변호사가 된 그의 공문은 전문 분야를 다루면서도 항상 수려하고 물흐르듯 누구나 이해하기가 쉽게 쓰곤 했다.
유달리 그는 변호사와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는 터라 변호사처럼 쓸 수 없냐고 은근히 그의 자존심을 건드려 주었다
대오 각성을 하였는지 그후 그는 태도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본사에 보낼 중요한 공문인 경우에는 가끔 Draft를 가지고와서 미리 나와 의논한후 쉬운 비즈니스 용어로 다시 문장을 수정하곤 했다.
난해한 평론가의 글을 대하게 되면 이제 그들의 글에서 좌절하기 보다는 작가의 그림을 보며 내자신이 느끼는 감정으로 족하려 한다.
음악 이론을 다 알아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도주를 마실 때 포도주에 관한 깊은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은가.
커피를 즐기기위해 커피에 대한 지식으로 중무장할 필요는 없다.
신앙도 종교적 지식의 깊이에 따라 믿음이 비례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나는 궁금증이 솟을 때가 있다.
화가 자신은 어려운 평론으로 장식된 자신의 그림이 더 심오한 의미로 인해 훌륭한 작품으로 비추어지길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
또 미술 평론가 자신도 자신이 써놓은 이해 못하는 어휘와 글의 미로 속에서 도취되어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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