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원 묘지 부근의 두부집 주인이 만든 소박한 정원
겨울부터 오랫 동안 여러가지 사정으로 서울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가 모처럼 마음을 먹고 아내와 함께 청주 에 있는 부모님 산소에 들렸다.
산소에 흰 장미를 올리고 찬송가를 몇곡 불러 드리고 가덕 신씨고택에 들렸다.
지난 겨울 서울 딸네집으로 올라가셨던 신씨댁 할머니가 내려왔을까해서였다.
굳게 잠긴 대문을 보고 마침 나와 있는 이웃 할머니께 소식을 물었다
97세로 이제 연로한데다 치매기운 까지 왔다고 하신다.
작년 우리에게 커피를 대접해주실 때만 해도 건강하셨는 데.
따님둘만 두어번 왔다 갔다고 했다.
이제 돌아가셔야 내려오시게 될 것이란 얘기는 내가 기대하던 대답은 아니었다.
작년 우연히 들린 고택에서 안방으로 들어 오라해서 나와 아내에게 커피를 대접해 주시던 할머니.
미국 방문길에 찍은 젊은 날 고왔던 모습이 사진이 안방에 걸려 있었다.
다음에 꼭 들리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어 두번이나 찾아 왔었는데 할머니를 위해 사들고 간 빵과 쿠키는 결국 드리지 못했다.
중화사-충북 영동군 영동읍 화신리 28번지에 소재한 아담한 절이다.
영동읍에서 12키로 정도로 차로 20여분 걸리는 곳.
많은 사찰이 있지만 중화사는 내가 꼭 찾아 가보고 싶었던 시찰이다.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정리하던중 아버님이 젊은 시절 동료 직장인들과 찍은 사진이 있었다.
옛 사진에는 찍은 장소와 날짜를 사진 속에 써넣어 인화 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진 하단 밑의 중화사를 확인하고 아버님이 30대 후반이었던 57년전 방문하셨던 이곳에 한번 꼭 와 보고 싶었다.
마을에서 절밑까지 차로 갈수 있다는 정보대로 호젓한 길은 시멘트 포장 도로로 쾌적하다.
작은 산을 굽이 돌아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중화사에 이르렀다.
대웅전의 모습은 규모에 있어 크지 않으나 옛 사진 속 모습 그대로다.
단지 좁았던 돌계단이 언제 공사를 했는지 윗사진 처럼 넓어졌다.
아버님이 서 계셨던 바로 그곳 이다.
계단에 서서 산을 내려다 본다 사방 산으로 둘러샇인 곳에 남쪽 한쪽으로만 시야가 트였다.
개 짖는 소리가 아니었다면 조용하기 그지 없는 사찰이다.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와보고 싶었던 목록에서 하나를 지운다.
가을이 오면 고향에 찾아가 올려 보기만 하던 남산에 올라 조상이 집성촌을 이루며 400여년 살아온 골짜기와 들녁과 길게 흐르는 강을 내려다 볼것이다.
계단옆에 놓인 동자승
왼쪽으로는 작은 계곡이 흐른다.
돌난간으로 둘러 쌓인 종각.
1400년전 창건된 사찰이며 현재있는 건물중 가장 오래된 대웅전도 1908년 백의선사가 지은 것이라고 한다.
쓰레기 소각장으로 보이는 돌탑
낮선 방문객을 보고 짖어 대는 것을 보면 평상시 신도들의 방문이 많지 않은 곳이다.
종무를 보시는 여자 보살님이 나와 어떻게 오셨냐고 말을 걸자 짖기를 멈추던 영리한 녀석.
영동은 포도 재배로 유명한 곳이다.
포도주 공장도 멀지 않은 곳에 있을터인데 기회가 있으면 시음을 해보기로 하자.
큰 기대는 걸지 않는 것이 좋겠다.
중화사를 뒤로 하고 아래 차길에 가고 있을 때 혼자 더운 길을 걷고 있는 비구니 스님을 만났다.
영동읍에 나가신다기에 모셔다 드리고 서울로 향하는 마음이 평안하다.
어릴때 자란 곳이어선지 영동엔 늘 그리움이 배어 있다.
동진 유치원,이수 초등학교,마차다리,향교,오포대.부엉이가 울어 무섭기만 하던 구세군 병원이며 영동역앞에 산더미 처럼 쌓여 있던 목재들이며.
눈 감으면 순식간에 지나가는 장면들이 사진처럼 차곡 차곡 쌓여 있는 곳.
태어나 6년을 살고 떠난 곳일지라도 내 지난 삶을 반추하기에는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곳-영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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