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의 추억

하숙집의 추억(1)-효창동

Jay.B.Lee 2008. 12. 10. 06:07

내가 34년전 효창동 외인 아파트(지금은 없어졌다) 부근에 하숙을 하기로 한것은  근처에 누나와 자형이 살고 있어서였다.

57번 시내버스는 효창동에서 타면 시청앞(북창동)에서 내리고 명동에서 타면 청파동 숙명여대를 지나 외인 아파트앞에 정차하고 이촌동으로 향했다.

효청공원을 끼고 경사진 왼쪽으로 버스가 휘몰아 달리면 당시 옆으로 된 긴의자에서 졸고 있다가 앞좌석으로 미끄러지거나 가끔 나가떨어지는  승객도 있었다.

(당시 만원 버스에서 공간을 만드느라 기술적으로 버스를 일부러 흔드는 능숙한 운전기사가 있던 시절이다)

숙대를 올라가 오른 쪽으로 효창공원과 효창운동장을 한바퀴 도는 버스는 57-1번으로  하숙집에 돌아 올 때는  어느 버스고 타기만하면 되었다.

버스가 외인 아파트 슈퍼마켓(당시 외인 아파트엔 슈퍼마켓이 있었다)을 지나 베이커리 앞에 정차하여 오른 쪽 향하여 보면 왼쪽으로 파출소가 보이고 하숙집은 그냥 곧게 뻗은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되었다.

하숙집 여주인은 당시 40대 후반으로  직장에 다니던 큰 딸과 가수 김세환씨와 막 방위 근무를 끝내고 열처리 관리사 강사를 하는 큰아들 ,직장 다니는 둘재딸과 고교에 다니는 두 아들등 5남매의 가장이었다.

여주인은 경상도 분으로 남편이 무슨 사연인지 가족을 다 버리고 LA로 이주하여 홀로되자  건축업자에게 돈을 빌려주며 이자로 생활하다가 건축업자가 부도를 맞자 돈대신 건축 자재,특히 벽돌을 받아다가 억척스럽게 집을 지었다고 했다.

집은 이층 양옥으로  대문에 들어서면 오른 편에 방 두칸과 부엌이 달린 별채를 지나 본채가 있었다.

본채에는 큰 안방을 비롯하여 3개의 방이 있었고 이층엔 가운데 복도를 중심으로 4개의 방과 작은 부엌이 있었다.

처음 가본  그 집은 마루와 기둥,노란 장판 모두 니스칠로 번쩍거려 깨끗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보니 하숙생이 나가면 방에다 당시 인기 상품인" 하이 타이"와 물을 뿌린 다음 방바닥을 솔로 닦아 놓을 정도로 끔찍히도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여주인이었다. 

내가 배정 받은 방은 이층으로 이층으로 올때는 1층 대문이 아닌 언덕길을 돌아오면  이층 정문과 맞닿아  두 손자 뒷바라지 하러 올라오신 청주 병원집 할머니가 늘 문을 열어주시는 그런 집이었다.

하숙생이라고는 구청에 다니는 공무원 혼자였다.

그렇게 그집에서 하숙을 하게된 나는 공무원과 함께 "창업 공신"이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