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의 추억

하숙집의 추억(6)-하숙생의 로맨스와 결혼

Jay.B.Lee 2008. 12. 28. 07:56

75년 여름  2층 청주 병원집 할머니는 큰손자가 군에서 제대해 오는 바람에 방이 좁아 더 큰집을 구해 나갔다.

남자 회사직원들로  하숙생을 받던 아주머니께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종전의 경영 방침을 바꾸었는지 아니면 2층현관 문열어 줄사람이 필요했는지 숙대생 2명을 하숙생으로 받았다.

단지 여학생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을 뿐 그네들은 8월말 개학시기에 맞추어 하숙을 하기로 하고 짐만 맡기고 갔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보니  꺽새와 같은 방에 기거할 시절이다.

2층에는 방이 4개로 현관옆 왼쪽으로 두개,오른 쪽으로 두개 있었다.

오른 쪽 방둘은 벽으로 나눠지지 않고 네짝의 나무 장지문으로 나누어져 필요시 옆방과 터서 같이 사용할수 있도록만들어져 있었다.

8월말이 되고 복도 건너 옆방에 드디어 숙대생 두명이 올라왔다. 

 2학년과 3학년.

저녁 후 방문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었다.

  3년생이  쟁반위에 커피잔과 비스킷을 들고 서있었다.

"아저씨예~,저희들 하숙 신고 하려구요~"

눈에 확띄게 이쁘면서 경상도 아가씨의 목소리까지 그렇게 예쁠줄이야.

'꺽새'와 커피를 마시며 그녀의 집이 진주라는 것만 알았다.

불행하게도 나는 다음날 부터 일주일간 동원훈련 소집으로 하숙집을 비웠다.

나에게  숙대 3학년과  어떻게 해볼  기회조차 없을 줄이야.

우리와 장지문 사이로 독방을 사용하고 있는 31살 노총각(당시는 분류상 그랬다) J와 숙대생이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어느 날 늦게 들어온 날 잠자리에 들때  옆방에 노총각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매불망 그를 기다린양  건너편 숙대생 방이 살며시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귀를 귀울이고 있는 나에게 복도를 고양이 처럼  살살 걸어 노총각 방으로 들어가 둘이서 밀회하듯 소근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뿔사.내가 일주일 없는 사이에 어찌 이런일이.

소문의 실체를 확인 하는 순간이었다.

옆방 노총각은 매일 새벽 6시에 출근, 밤 12시가 되어 들어와 우리와 식사를 할 기회가 거의 없어 한달이 지나도 마주칠 기회가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

숙대생도 그를 만나려면 밤 12시까지 자지 않고 애타게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J는 광주 사람으로 광주 일고출신이다.

 일본에 농산물 수출하는 무역회사에 근무하여 무척 바쁘다고 했다.

특히 자연 송이가 나올때면 비상이 걸리고 Cargo 비행기를 잡아 선적을 해야하기 때문에 선적하는 일이 전쟁 같고 비행기를 잡지 못할 경우엔 남대문 시장으로 직행, 헐값에 넘기고 만다고 했다.

숙대생이 입주후 25일 정도 지나  진주 처자는  하숙을 떠나 2년생만 남았다.

한 하숙집에서 하숙생끼리 교제한다는 것이 좀 그랬나보다.

어느 날 우리가 옥상에 올라가  아직 어두워지기전 기분 좋게 저녁 바람을 쐬던 날  그날 따라 일찍 퇴근 해온 J가 병맥주를 사가지고 올라왔다.

옥상 빨래줄에는 하숙생들의 옷이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흔들리던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맥주를 한잔씩  마시자 그가 자기와 숙대생과의 러브 스토리를를 밝히기 시작했다.

그녀를 처음 만난 며칠후 그녀로 부터 아저씨가 너무 좋다는 고백을 들었다고 했다.

J는 179센티정도의 키에 긴 얼굴형으로 우리보다 서너살 위인 형같은 사람이었다.

자기도 그녀가 예쁘고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새로 그녀와 결혼을 전제로한 연애를 한다는 것이 한심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 내 나이가 몇인데 이제 너하고 연애하게 생겼냐?" 

"그럼 아저씨 결혼하면 되잖아요?"

"뭐?"

나랑 지금 결혼하게 되면  아직 돈 모아 놓은 것도 없어 월세방에 살아야 하고 고생할런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겠냐고 그가 계속 욱박지르며 다짐을 하자 여자애가  끝내 눈물을 터트리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좋다면 결혼하자는 말에 울며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한말은 그래도 진주의 아버지(학교 교장)께는 어른들이 정식으로 청혼해주십사하더라는 것이다.

아버지와 자기가 진주에 도착했을 때는 결혼한 언니 둘이서 그나이까지 무얼했냐,사주를 보았더니 애가 둘이나 있다 하더라하여 애를 먹었다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자애의 눈물에 속았다는 것이다.

모든 어려움을 함께 할 각오가 된 여자인지 테스트를 해본것인 데 자기가 방을 비운 사이 방에 들어와 모두 뒤져보고 특히 앨범을 본것을 몰랐다 했다.

어릴 때 부터 찍은 앨범 사진을 쭉 보면 말과는 달리 자기집이 괜찮게 사는 집인 것을 미리 알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날을 잡은 뒤 그가 결혼 할 집을 사라고 돈을 주자 대견하게 당시21평 아파트를  혼자가서 계약을 해놓았더라는 것이다.

결혼은 10월 20일 한다고 했다.

만난지 한달 20일만의 결혼 .

31살 노총각과 22살의 어린 아가씨의 결혼이었고 전라도와 경상도의 실제적 화합이었다.

"아저씨예~"하며 남자를 사르르 녹게하던 목소리를 지녔던 숙대 3학년 .

남은 2학년생으로 부터 언니가 학교를 자퇴 했고 그녀는 J와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김포공항에 같이 서류를 들고 쫓아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며칠후엔 숙대 게시판에 그녀의 결혼 소식이 붙었다고 했다.

학업보다 좋은 사람 만나 결혼 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했다는 아가씨.

예쁜 얼굴보다 그녀의 적극적인 성격에 모두 놀랬다.

76년 1월초 저녁  J와 그의 아름다운 새 색시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하숙집에 찾아와  안방에서 아주머니께 큰 절을 올렸다.

그와 그녀를  맺어준 하숙집이 고마왔을 것이다.

아쉽게도  나에겐 기회도 없이 초특급으로 결혼한 그들.

그들은 지금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며 지금쯤 며느리 ,며느리 사위를 보며 자기들의 "하숙집에선의 맺어진 특별한 사랑과 결혼"을 얘기해주었을 것이다. 

먼 훗날에는 믿기지 않을 러브 스토리를 또 손자 손녀들에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당시 초특급으로 결혼한 그들처럼  요즈음 시대에도 그런 불같은 사랑의 결실은  보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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