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의 추억

하숙집의 추억(7)-이달조 선생의 부인

Jay.B.Lee 2008. 12. 28. 20:24

하숙집을 얘기하자면  이달조 선생님의 부인을 빠뜨릴 수가 없다.

하숙집 1층 대문을 들어서면 부엌과 큰 방 두개가 달린 별채(일본식 관사)가 있었다.

부엌달린 별채방에는 하숙생을 받지 않고 세를 주어 신혼부부로 들어온 이달조 선생 부부다.

당시 신혼이라고 하면서도 늦은 결혼으로 신랑은 33살 정도의 중학교 선생님이었고 Y대 수학과를 나왔다.

새댁은  29살로 청주 D여고 출신이라고 본인이 밝혔다.

하숙집에서 청주 병원집 식구와 새댁 또한 청주가 고향이어서 나역시  반가웠다.

날마다 저녁이면 하숙집 안방에서 벌어지는 대담이 재미가 있었는지 이 새댁이  신랑이 집에 오지 않은 시간  함께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달조 선생의 부인은 성격이 무척 쾌활하고 화통해서 하숙생들과 격의 없이 얘기를 나누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그녀의 신혼 가정얘기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남편은 작고 마른 사람으로 우리모두가 보기에 어쩌다 여자에게 물려 할수 없이 결혼한 사람이다라는공통적인 생각이었다.

도대체가 두사람이 도저히 어울릴것 같지 않은 부부였다.

이달조 선생의 부인은 어느 날은 하숙생의 손을 붙잡고 일어나 사교춤을 가르쳐준다고 빙글빙글 돌리고 해서 29살때까지 조신하게 지내다 온 규수완 조금 거리가 먼 인상을 주었다.

그녀의 남편은 아래채에 있어 얼굴 보기도 힘들었는데 얼굴을 본다해도 고개를 푹 숙인채 하숙생을 본다는 것이 면목없는 듯 했다.

그녀의 남편은 술꾼으로 그녀의 얘기를 통해 선생님들이 보기와 다르게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을 알았다.

 늦은 시간까지 집에 안들어 오면 학교 부근 선생님들이 잘 간다는 술집을 뒤져에  남편의 멱살을 끌고 들어  온다 했다.

나중에는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선생님들한테 욕까지 해대며 끌어온다고 했다.

억세빠지고 새댁 같지도 않은 아내가  있는 집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그에게 지옥이요 그래서  또 술을 마시면 동료 교사앞에서 질질 끌려오는  망신을 당해 집에 일찍 들어오기가 싫어 또 술마시고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우린 그 선생님의  신혼을 동정해 하면서도 정말 술을 너무 마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 물을 마신다고 부엌으로 나간 사람이 영 안들어와 방문을 열자 남편이 부엌 바닥에 얼굴을 대고 엉덩이는 하늘을 향한채 자고 있더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데 간혹 이 새댁이 얘기를 하는 것을 관찰하면 꼭 신기가 있는 듯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느 날인가 계룡산에서  도를 닦다 왔다는 남자를 하숙집에 데리고 왔다.

도사,점쟁이 ,무당들 모두가 계룡산출신이 아니면 인정 받지 못하는 듯 모두 계룡산 출신이라고 하던 시절이다.

계룡산에서 졸업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본사람도 없어 본인이 말하면 그런줄 알아야  했다.

 계룡산 출신이라면 차라리 사기꾼이라고 믿는 편이 나았다.

이 말솜씨 좋은 재담꾼은 자기가 남의  과거 사실을 족집게처럼 맞추었다는 실례를 들며 좌중을 사로 잡았다(누가 봤냐고)

우선 자리에 없던 하숙집의 넷째-둘재 아들의 생년 월일이 주어졌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집안에서 막내처럼 귀여움을 받는 처지도 아닌 둘째 아들이 아주머니에게는 늘 걱정거리엿다.

이 사기꾼은 치료 상담사처럼 아주머니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봐줄만한 대목이다.

"지금은 그래도 형제중 나중에 제일 효도할 사람이 넷째입니다"

그런 넷째는 효도 할 시간도 없이 막내와 함께 미국L.A로 간후 안타깝게도 아주머니 가슴에 못을 박고  죽었다.

질병,총기 사망,교통사고 어느 것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상처를 건드려 가슴아파할 가족에게 차마 무슨 이유로 죽었는지 묻지 못했다.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것만으로도 가족들은 괴로웠을 것이다.

내차례가 되자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릴 때 죽을 뻔 하지 않았습니까?"-정말 모호한 질문이다.

물에빠질뻔한 위험,차에 치일뻔한 위험,병에 걸려 죽을 뻔한 위험,식중독에 걸려 죽을 뻔한 위험 ,군대서  죽을 뻔한 위험-모두에 해당되는 위험이 있다. 

기억하기 시작한 만 세살이후  죽을 번 한 기억은전혀  없다.

아니 있다.군에서 장티프스로 입원해있을 때.

"한번 있습니다"-많은 사람앞에서 체면을 세워주기로 하자.

" 조상님의 음덕으로 살고 있는 겁니다.(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그런데 마이싱 많이 먹었죠?"

점점 더 엉터리 점쟁이의 넘겨짚기 실력이 나왔다.

총각이 바람피우다  성병 걸려  마이싱을 먹지 않았겠냐고 넘겨집는  뚱단지같은 질문이다.

나는 이 엉터리 계룡산 도사를 놀려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니, 어떻게 그걸 아셨어요? 군에 있을 때 장티프스에 걸려 20일간 마이싱-클로루마이싱을 한주먹씩 털어 넣었는데"

맞장구를 쳐주자 예상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지만 이친구 아주 신이 났다.

나는 배우자로 용띠(잠시 사귀다 헤어진 여자다)가 좋은지 물어 보았다.

용띠는 아주 안좋고 말띠가 좋다 했다.하숙집 딸도 말띠다.

늦게 결혼한 누나,그리고 5년 만에 가진 아기-딸이 틀림 없다는 그의 예상은 어긋나고 아들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가 한 말은 하나도 맞은 것이 없었다.

복채를 받지 않고 공짜로 봐주어  그런것인지.

단 한가지 결혼하게된  나의 아내가 말띠라는 것으로 용서해줄만 했다.

여하튼 요상한 친구를  하숙집 까지 데려오던 뚱단지 같은 이달조 선생의 부인이었다.

아기가 생기지 않던 이달조 선생의 부인은 꾸준히 저녁 모임에 참석했는데 어느 날 아래채 선생의 성을 다르게 부르는 하숙집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물어 보았다.

"아니 남편 되시는 선생님의 이름이 이달조씨가  아닙니까?"

"아 ,그거요,하하하  우리 남편 ,그 인간을  '쪼다리'남편이라 제가 별명을 지어 그렇게 부릅니다."

이달조 선생을 거꾸로 발음하면 조달이-"쪼다리"선생이 된다.

아니 하늘같은 남편을 "쪼다'라고 기가 막혔다.

"그 인간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이른 신혼이었다.

우리 하숙생들은 남편을 무시하고 놀리고 존경하지 않는 무서운 악처의 실상을 보아오며 저런 마누라만 만나지 않아도 결혼의 절반은 성공이라는 의견에 동의 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