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영정사진

Jay.B.Lee 2008. 2. 4. 09:11

 

"나 어제 너와 같았으나 너 내일 나와 같으리"-어느 비문에서 (출처 모름)

 

엊그제도 전화연락을 받고 전 직장 상사 되시던 분의 모친상에 다녀 왔습니다.

상주가 73세가 넘었으니  돌아가신 모친께서는 90세가 훨씬 넘으셨을 것입니다.

죽음이 어느사이 일상으로  자연스러럽게 받아들여진 지금 저는 장례식장에 가면  예를 올리며 영정사진을 순간적이나마 자세히 보게 됩니다.

사진이 관심분야여서  그렇고 또 사진을 통해 당신의 생애가 어떻했는지 ,죽음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었는지 생각을 해봅니다.

영정 사진을 보면 돌아가시기전 미리 찍어둔 것인지  급히 돌아가셔서 허겁 지겁 준비한 것인지 짐작이 가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은 여유가 있어서 가족 사진들도 찍고 영정 사진을 미리 찍기도 합니다.

혹은 스냅 사진 중에서  잘된것을 찾아 확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제일 안쓰러운 것은 전의 주민등록증사진(현재 것은 어렵다)을 확대한 사진이라든지  급히 그린 초상화를 보았을 때 입니다.

당사자의 죽음에 대한 준비도 없고  부모님의 죽음을 준비하지 못한 자손들의 모습을 봅니다.

또 살아생전 여행이나 즐겁게 보내던 순간의 사진도 없이 고된 삶을 살다 가신 것은 아닐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갑작스럽게 쓰러진  동료 ,친지들의 장례식장에선 슬프기도 하고 반가운 사진들을 보게도 됩니다.

젊은 날 군 정복을 입고 가슴에 훈장들을 달고 찍은 사진,동료들에게 보여주던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이 마치 당신들과 함께한 시간이 행복했었다고 말을 대신 합니다.

국력의 신장으로 인해 출장이나 개인 해외 여행들이  잦아져 대부분 여권을 소지하게 된 지금  여권 사진으로 인해  젊은 날의 영정 사진은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움직임이 우둔해지기 시작 하기전  죽음을 맞을 생각을 해보면  영정 사진을 어느때 찍은 것으로 할 것인지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나이가 90이 되었는데 예술인들의 Profile 처럼 젊은 사진도 그렇고   쪼글쪼글 백발이 된 자신의 흉한 모습을 문상객들에게 보이고 싶지않을 것입니다.

어느 때가 가장 적절한 때인가?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는  죽음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셨습니다.

당신의 손으로  수의를 직접 만들어 놓으셨고 사진은 두번 찍어 마음에 드시는 것을 골라  액자까지 만들어  항상 수의와 함께 지정된 곳에  두셨습니다.

언제고 떠날 준비를  해두셨습니다.

저의  할머니께서는 큰 아버님이 옻을 옮아가며  수차례 칠했다는 관에 미리 들어가 보시곤 했다는데  관에 들어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궁금합니다.

어머님이 10여년전 돌아 가신후  장모님의 영정사진을 미리 찍어놓으라고 독촉을 했건만  처남들이 차일피일 미루어 내가 직접  NIkon F3 로  10여장을  촬영했습니다

그중 살포시 미소 짓고 계신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인화하여 표구점에서 액자를 맞추어 가져다 드렸습니다.

장모님은 퍽 만족해 하셨으며 어머님과 동갑이신 기미년생(90세)으로 지금도 건강히 살아계십니다.

하나밖에 없는 사위가 잘한 일중의 하나라고 기억해 주셨으면 !

전에  가난한 달동네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무료로 영정 사진을 찍어  드리며 봉사를 하시던 사진 작가분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사진 작가와 대화하며 찍힌 사진은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담겨 그분들의 영정사진이  엄숙하지 않고 밝았나 봅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성찰과  준비가  사진 한장에 남아  마지막 길을 가면서  남은 자들을 인도 하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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