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북미에서 근무하는 해외상사 주재원들은 대개 5년정도 근무하게 마련이어서 연휴나 휴가를 이용, 기를 쓰고 이곳 저곳을 여행하게 된다.
약소민족이 대륙을 정복하듯 광활한 땅을 여행하다 보면 20여년을 살아온 교민들 보다 때론 훨씬 많은것을 구경하게 된다.
때론 비행기로 때론 자동차로 자녀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것에 충실했음은 돌아가야할 시간으로 인해 '한정된' 4~5년에 많은 것을 보여주어야 할 교육적 의무 때문이었다.
자동차 영업지점에 자수성가한듯 보이는 나이 지긋한 고객이 찾아와 차를 구입하려했으나 차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생님 가령 80세를 사신다해도 수명대로 차를 운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차를 바꾸시면 앞으로 한번 정도 기회밖에 없을 겁니다."
이 고객은 갑자기 충격을 받았는지 깨달음을 얻었는지 고가차로 계약금을 치루고 망설임 없이 떠났다.
이제 우리는 50대 후반으로 가고 있다. (60대를 향하고 있다는 표현은 우릴 모독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값진 삶을 위해 평균수명에서 건강 수명 범위내로 축소해 본다면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들은 조금 더 명확해진다.
어느 학자는 55세 이후를 인생의 제3기로 구분한다.
(4기는 엄숙히 죽음을 맞기 위한 준비 기간이다)
현재 대부분이 자녀들이 학교를 마치고 혼기를 앞두거나 결혼을 했을 것이다.
자녀를 모두 출가 시킨 후 우리 인생에 '황금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아마 "결코 그런일은 없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하라.
우리의 삶은 영원하지 않다.
우리에겐 오직 이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손안에서 별처럼 빤짝이는, 그리고 눈송이처럼 이내 녹아 버리는 이 순간 만이" -<마리 베이온 레이>-
"젊기 때문에 아름다웠던 청춘은 바람이 빠지면 윤기와 광택을 잃는다.
인간의 아침은 오후를 넘겨 저녁으로 접어들고, 어느 여름날 안개낀 아침은 빛이 바래며 인간도 시간에 닳아 존재가 식는다.
세월과 시간은 삶을 연료삼아 소모하고 인간은 죽어가는 과정을 성숙이라 부른다." -안정효의"하늘에서의 명상에서"
우리의 삶은 이제 20~25년 정도 남았다.
그중 15년 정도를 제외한 남은 시간은 보너스일 뿐.
이미 20여명의 동기생들은 여러가지 사유로 우리보다 먼저 이세상을 떠났다.
나만은 예외일 것이라고 안심해서는 아니된다.
이런 시점에서 다석 유영모 선생(함석헌의 스승)의 말씀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요, 죽음을 없이 하는것이 종교다"
우리의 아름다운 삶을 즐기며 '남아 있는 나날들'을 어떻게 보낼것인지 이제 순전히 우리의 몫으로 다가왔다.
아직은 마음은 젊고 경험과 지식이 정점에 있는 우리라고 자위하지만 시간이 가면 주류에서 벗어나 있음을 알게된다.
아니 벌써 벗어나 있다. 서글프게도...
친구여, 이제 우리의 앞날을 생각하며 우리의 삶의 방향을 위한 각자의 모범답안을 만들어 보자!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야고보서 4장 1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