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모로코 여행기

속이는자와 정의로운 사람들-모로코 여행(15)

Jay.B.Lee 2007. 12. 15. 22:25

 

사진:Fes에서 Tanger가는 시골길.

달리는 차에서 색유리창을 통해 찍어 어둡다.

탕헤르에서 카사블랑카까지 가는 고속도로와 달리  2차로의 지방 도로로 거리에 비해 7시간 반이 걸린

다.

그 긴시간은  봄날의 지방도로를 달리며  들녘에 뿌려진 야생화들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사막 아닌 모로코의 아름다움을 맛보려면 이도로를 가보길 권한다.

 

 등산가에는 발에 잘맞는 등산화가 필요한 것처럼 여행시에도 좋은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89년 토론토에서 당시 세일가격으로 85불(60,000원 상당)에 산 이태리제  여행화는 모양도 좋거니와 발이 편했다.
등산화처럼 발목까지 보호해 주고 가죽이 부드럽고 전체적으로 가벼워 긴 세월동안 많은 신세를 졌다.
신발끈은 한번 매면 풀리지 않아 신발끈 하나에도 기술이 상당히 앞서있던 회사 제품이었다.
"Fox Travel"브랜드로서 같은 제품의 구두 가게를 발견한 것은 피렌체였는데 비슷한 유형의 여행화는 다시는 찾을 수 없었다.
카페에서 향기 짙은 민트티를 마시고 밖으로 나왔다.
구두닦이 청년이 구두통을 달랑 손에들고 들고 지나간다.
시간도 보낼겸 사연 깊은 내 여행화에 약칠 좀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구둘 닦는데 얼마냐고 물으니 5디람(650원정도)이라고 손가락 다섯개를 펴는데  얼핏 눈가에 스치는 눈빛을 놓칠리 없다.
그네들의 물가수준으로 보아 3디람(450원)이 아니냐고 손가락 세개를 폈더니 고개를 저으며  다섯 손가락을 펴 보여준다.
그때였다.
카페 밖 테이블에서 우릴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던 사람 둘이서  구두닦이 청년을 향해 막 야단을 치는데 무슨 얘기인지 짐작이 갔다.
"야 자식아 ,너 외국인이라고 속여  비싸게 받으려고 하면 되냐.외국인들이 바보인줄 알아
너같은 녀석들이 나라 망신시키고 모로코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돌아간다 말이다 임마"
이런 얘기가 아니었을까.
설령 3디람이 아니라도 그 가격에 닦을 용의가 있었다.
200원이란 동전 두개의 차이로 사소하나 그네는 자신을 속이고 타인을 속이며 그것이 습관화된다.  그래서 외국인인은 속여도 된다는 만만한 생각을 갖게 된다.
가난한 나라일 수록 정직해야  발전이 있지.
또 개인적으로도 정직하지 않게 일한다 것처럼 싫은 것도 없다.
그녀석에게 구두 닦는 것은 포기하고 CTM 버스 터미날에 천천히 걸어 돌아왔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버스 회사 입구에 구두통을 앞에 놓고 앉아 있다. 
얼마냐고 다시 물어 보았다..
모로코어로 얘길 하는데 내가 손가락을 세개를  펴자  옆에 서서 목판위에 가치 담배를 파는 나이든 아저씨가 한마디하는데 순간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발을 내밀어 흙먼지에 시달린 여행화를 닦는데 마주친 담배파는 아저씨의 눈빛이 선했다.
3디람이 맞는 가격이란 눈인사였다.
그네들의 알라도 정직함을 가르쳤을 것이다.
이제 이곳 Fes에서  탕헤르까지 버스로 7시간 반을 가야 한다.
육포,초코렛의 비상식량만 가지고 가기엔 긴 시간이다.
근처 시장에 들려  과일 가게에서 파란 사과 몇개와  포도 한송이를 사고 생수 한병도 챙겼다.
식품점에서 기념으로 모로코산 박하차를 사고 싶었다.
남자 주인이 여러 제품을 내어 놓는데 낙타 그림이 근사하게 그려진 박하차도 모두 중국제품이다.
모로코 제품이 없냐고 물으니 모로코 제품이라고 다른 제품 두개를 보여주는데 둘러 보아도 원산지가 모호했다.
그때 물건을 사러 왔던 세련된 아주머니가 남자주인에게 야단을 치더니 나에게 휘휘  손을 저으며 모두 중국산이라고 사지 말라고 한다.
남의 일에 나서서 옳지 않음을 지적하는 사람들 -어디서나 속이는 자가 존재하는 세상속에서 모로코인들은 유달리 정의로웠다.
비록 가난한 사람들이 속인다 해도 모로코의 중산층들은 믿기 어려울 만큼 너무 친절했고 정직했다.
멀리서 온 동양의 한 여행자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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