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모로코 여행기

Fes에서 머문 이혼녀의 집-모로코 여행(10)

Jay.B.Lee 2007. 10. 31. 07:44

 사진;모로코 Fes에서 묵은 현지인의 집 내부

 

 

 

사진:기도를 마친 의젓한 큰 딸(고 3).이름을 잊었다.

 

 

"여행은 인간을 겸허하게 합니다.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입장이 얼마나 하찮은가를 두고 두고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G.플로베르

 

잠자리 예약없이 낯선 곳에 내렸을 때 제일 먼저 할일은 잠잘 곳을 필히 찾는 일이다.
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역주변에서 추천해준  메디나 부근의 호텔로 우선 향했다.
호텔을 찾았을 때 예약이 다 되어 빈방이 없다고 한다.
신시가지로 가서 호텔을 잡을까 하는데  작으마한 50대로 보이는 친구가 나오며 혹시 현지인 집에 머물러 볼 생각이 없냐고 묻는다.
역에서는 호텔로 보내고 호텔에선 방이 없다하여 현지인 집으로  인계하고, 모든 것이 씨나리오가 아닌가 미심적은  생각이 든다.
일단 현지인의 집을 가보기로 했다.
엷은 황토색으로 된 높은 성벽같은  집에 이르러 철문을 열고  들어갔다.
2층이었는데 바깥에서 보는 누추함과는 달리 안은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넓이는 40평정도로 거실이 3개가 연속으로 붙어 있고 벽과 기둥은 아름다운  타일로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다.
유목민 시절의 습관인지 벽을 따라 소파로 길게 둘러 싸여 있고 바닥에는  카핏트를 깔았다.
마치 초대형 룸 싸롱을 보는 듯 했다.
한 6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규모다.규모에 비해 창은 하나다.
별도로  된방은 하나뿐으로  방에는 침대가 놓여 있고 컴퓨터가 한대 놓여 있다.
부엌은 따로 독립되어 있고 작은 싱크대,냉장고와  도시가스가 없어 푸로팡 가스통에 직접 연결된 버너가 큰것 작은 것 두대로 소박했다..
화장실은 수세식 좌식 변기로 공간은 넓은 편이었다.
샤워는 어디서 하냐고 묻자 뜨거운 물은 주방에서 데워 주고 화장실에서 해야 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한 양동이의 뜨거운 물로 해결을 해야 하는 것이다.
30년전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잠은 어디서 거실  소파 아무데서나 자면 된다는 것이다.
불편하지만 호기심으로 인한 충동 때문에  한번의 경험 삼아  묵어 보기로 했다.
여주인과 인사를 나누었다.
몹시 뚱뚱한 여인으로 벽에 걸린 젊은 날의 사진 속의 아름다운 모습은 찾기가 어렵다.

창피할 정도로 뚱뚱했던  *영화"길버트 그레이프"의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었다.
첫째 딸은  고교 3학년이고 의젓하고 숙녀티가 났다.
둘째 딸은 고교 2학년으로  1년차이에  언니에 비해 훨씬 어려 보였다.
10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는데  놀러나가 아직 안들어 왔고 . 
식구들은 어디서 자냐고 묻자 거실의 중간 방에 해당되는 소파에서 잔다고 했다.
안주인이 점심을 준비하러 간 사이 안내인은 여주인은 이혼한 여자로 남편을 잘 아는데 괜찮은 남자였다고 했다.
뚱뚱하게 퍼져버려 이혼 했는지 이혼후 스트레스로 많이 먹어 망가진 모습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메디나 일대를 돌아보고 왔을 때 큰 딸과 엄마는 기도할 때 입는 옷이라며 자색의 긴 옷을 곁에 입고 메카쪽을 향해 그네들의 알라에게 절을 했다.
미리 내가 곁에 있어도 되냐고 양해를 구하자  상관 없다고 했다.
기도를 마친 큰딸은 옷을 입고 한바퀴 돌아보며 괭장히 비싼 기도복이라고 하며 나에게 입혀준다.
옷을 입혀 놓고는 재미있는지 깔깔대며 웃던  큰 딸.

 쿠션을 베개삼아 내가 일찍  구석에 눕자 안주인이 가져다 준 모포 대신 퐁신퐁신한 새 모포로 바꾸어주는 큰  딸의 마음이 고왔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정말로 가운데 방 소파에는  아주머니,큰 딸,아들,처남,집이 멀어 이곳에서 잔다는 안내인까지 한자리씩 차지하곤  세상모르게  자고들 있었다.

호기심 때문에 뜻하지 않게 머문 현지인 가정집의 경험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모로코에 대한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길버트 그레이프(What's eating Gilbert Grape)
1993년작품으로 가위 손의 죠니 뎁(길버트 역)과 타이타닉,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레오나르도 드카프리오(어니 역)가 어린 저능아역을 맡았다.
최근에는 이제 성인 역에서 자주 보는 줄리엣 루이스가 할머니와 함게 여행하는 손녀로 나온다.
길버트는 인구 1,091명이 사는  아이오아주 "엔도라"에서 식료품점에서 일하며 보험회사 아저씨의 부인과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다.
 길버트에겐  몸무게가 500 파운드(225Kg)가 나가는 엄마를  보살펴 드려야하고  저능아 동생 어니를 돌봐야하는 장남으로서  그의 어깨에 지워진 짐은 너무나 무겁다.
그는 엄마가 죽었을 때 집벽을 뜯고 엄마의 시신을 꺼내 장례를 치루어야 하는 것이 너무나 창피하고 끔찍해 그가 택한 방법은 집을 불태워 엄마를 화장하는 것이다.
저능아인 동생이  엄마의 죽음도 모른채 천방지축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동안 불타는 집을 바라보는 길버트의 모습이 무척이나 안쓰럽다.
족쇄처럼 그를 옭아메고 있던 긴 사슬을 풀고  미련없이 동생과 함께 마을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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