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서유럽 여행

세비야에서 만난 여인

Jay.B.Lee 2007. 8. 2. 10:34

 

사진:

코로도바 의 메스키타( Mezquita-모스크)

AD.785년  아라비아 왕족 압달 -라만 1세가 건축을 시작하고 후손들이 확장했다는 사원 내부는 정말이지 매혹적이다.

 중앙엔 대성당이 함께 있다.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세비야  Backpackers'  호스텔에서다.
숙소옆 근처 술집에서  무료 훌라멩고를 본다고  여행자들과  우르르 몰려가서는 모녀간인 듯한 동양인 여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사내처럼 짧은 머리, 둥근얼굴에  흰 피부를 가진 그 여인은  저녁인데도 커다란 캐논 디지탈 카메라를 목에 걸고 허리에는 큰  카메라 보조 장비색을 찼다.

항시 만반의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한번 맞추어 보란다.
영어에  우리말 억양이 묻어났다.

 "혹시  한국분이세요?"
"어마!,쥐구멍이 어디있지요."
막 술집 테이블 밑으로 기어 들어갈 기세다.

여행지 숙소에서 한국인을 만난다는 것은 때론 부담이  되면서도 너무 반갑다.
그녀도 나이든 여행자를  만나  편하게 오랜만에 한국말로 얘기가 하고 싶었나보다.
작은 테이블에 둘이 마주 앉아 맥주를 마시며 그녀의 긴 얘길  들었다.
딸로 생각했던  동양 아가씨는 여기서 처음 만난 여행자고   혼자  여행중이라 했다.
집은 양수리(양평군) .나이는 50세며 한달째 여행중으로  세비야를 마지막으로 스페인 여행을 끝내고 북유럽 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밝은 불빛에 보는 그녀의 얼굴은 오십이라고  보기엔 너무 젊다.
키는 160센티 정도.
자기가 지금은 살이 좀 쪄서 그렇지 젊은 시절엔  예쁘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고 진짜 예뻣다고 했다.
지금도 아름답다고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 커다란 위안이 되리라.
직장 생활도 하고 동대문시장에서 7년간 장사도 해서 돈도 많이 벌었었지만 젊은날 너무 교만해서 보통 남자들은 쳐다 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결혼하자던 많은 남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교만했다고 되뇌이는 그녀의 얼굴엔 후회의 빛이 역력하다.
이젠 홀로 살고 있고  그래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돈도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묻지도 않는 말을 하는 것은 맥주의 취기를 넘어  
꼭 돈이 많아 여행하는 것이 아님을 서로 공감하기 때문일게다.
그녀는 한번 꼭 쌀밥을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녀를  숙소에서 다시 본 것은 다음날 밤 11시 로비에 마련되어 있는 컴퓨터 앞에서다.
방금 들어 왔다는 그녀는 컴퓨터 앞에 앉아  그날 찍은 사진들을   컴퓨터에 저장하며 맘에 들지 않는 사진들은  지우곤 했다.
호기심으로 그녀가 찍은 사진들을  구경했다.
그녀는 친구가 권해준 사진 장비를  사서  무조건 찍기 시작했다는데   본인은 극구 초보 수준이라지만   타고난 재능 때문인지  짧다는 경력에 비해 좋은 사진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녀가 마드리드에서  다녀왔다는  "쿠엔카(Cuenca)"는  가보지 못하고 절벽에 걸쳐 지은 집은 사진으로만 보았다.
사진의 소재로 괜찮은 론다(Ronda)에  가볼 것을 권했다.


다음날   밖에서 저녁을 먹고 10시경  숙소에 들어가자  로비에서 나를 본 그녀는 밥을 해주겠다고  성화다 .

숙소  식당에  앉아  그녀가 15유로(19,000원)에 사왔다는  쇠고기로 만든  불고기를 구어   <고추가루>가 든  오이무침을 반찬으로  금방 새로한 쌀밥을 염치도 없게 혼자서   먹었다. 
내일 아침 떠나야 하기 때문에  찬그릇을 다 비워야 한다며  다그치는 그녀의 속내에 감사하며 정말 맛있게  먹었다.
생각해보면 하루 저녁에 저녁식사를  두번 한 기억은 생애를 통해 처음이다.
그녀에게 내가 할수 있었던 것은 여행중 너무 과분한 대접 받아  감사하고 부디 남은 여행 건강히 잘하란 인사를 한 것이 전부다.
지금은 긴 여행에서  돌아와  서울에서도 가까운  양수리  하늘 아래 건강히 지내고  있을 줄 믿는다.

소녀처럼 떨어질 듯  커다란  눈망울을 지닌 그녀.

어디서든 씩씩하게 살기를  기원한다.
비록  우리가 여행길에  우연히 만나 서로의 이름도 모르는체 헤어졌더라도.




'해외여행기 > 서유럽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Ronda-롬브레 안토니오  (0) 2007.08.16
론다 -푸엔테 누에보(Puento Nuevo) 다리  (0) 2007.08.15
타파스(Tapas)와 하몽(Jamon)  (0) 2007.07.28
여행-스페인 영화  (0) 2007.07.20
스페인어  (0) 2007.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