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서유럽 여행

Ronda-롬브레 안토니오

Jay.B.Lee 2007. 8. 16. 18:04

 

 

사진:

스페인 Ronda,절벽위의  하얀집들

 

 

푸엔테 누에보 다리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Binco"의 집은   이슬람식 문양의 아름다운 타일로 된 바닥과 벽으로 장식된 정원이 있다.

 Binco의 집 정원에서 보는 절벽 건너 펼쳐진 구릉과 들녁은 정말 장관이다.

특히 봄이 주는 싱싱함과 유채꽃이  온 들을 가득 채우고 있다.

Binco의 집을 나와 좁은 길을 따라가니 작은 공원이 있고 홀로 기타 연주를 하고 있는 남자가 있다. 

관광객에게서 동전을 얻거나 CD를 팔 수 있을런지 걱정이 될 정도로 듣기에 어색한  연주 솜씨다
그를 뒤로 하고 전망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문닫아 녹이슨 식당 간판 아래로  소로가 보였다.

혹시 다리를 아래서 볼 수 있겠다 싶어 길을 따라 내려 가니 Y자로 갈린 길 우측에 그 스페인 산도둑이 앉아 있던 거다.

낡고 작은 오두막 같은 집은  반짝이는 초록색  담장이 넝쿨로 뒤덮혀 있고 도를 닦는 듯한 그의 눈 빛은 술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술냄새가  떨어져 있는 나한테 까지 풍겨 오는 것을 .

그는 1유로를 접시위에 놓는 나에게 왼편길을 따라 가면 다리 밑이고 사진을 찍기가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따라 100여미터 더 내려가니 멀리서 보던 다리 밑이다.

 바로 밑에서 보는 다리는  더욱 웅장하다.

 300여년전  100미터 높이의 깊은 협곡에 높디 높은 튼튼한 다리를 건설한  인간의 위대함이여!

 

다리 구경을 마치고 올라오자  금테 안경을 쓴 키 큰 사내가 흥미로웠다.

나이는 45세 후반으로 보였다.

그가 앉아있는 등 뒤의 집은 흰 벽에 적회색 지붕으로 기와의 일부가 주저 앉아 있다.

 집이라기 보다 작은 오두막 같아 들여다 봐도 되냐고 양해를 구한뒤  문을 열어 보았다.

  집안은 약 6평 정도의 공간으로 구석이 침실인듯 작게 나눠져 있고  바닥은 어둡고 음습하여 가구나 농기구도 없고 사람이 사는 흔적이 없다.

그래도 밖에 슬리핑 백을 말리고 있어 이곳에 사냐고 물으니 이곳에 살지 않고 강 건너 산다고 했다.

집에서 마누라에게 쫓겨나면 이곳으로 도망와  잠을 자고 갔을 것이라고 소설을 써 본다.

그의 집이라는 것을 보면 부모가 농사질 때 사용하던 오두막 아니면 가난했던 할아버지 시절 살던 집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통과세를 일방적으로 받을 리가 없다.

내가 청하지 않았는 데도 동양인이 자기 오두막에 대해 흥미를 갖자 자리에 일어서서 안내를 해주었다.

오두막  앞 뜨락에는 아무렇게 심어놓은 꽃들이 피어 있고 오두막과 그렇게 잘 어울 릴 수 없다.

그가 가르키는  빛 바랜 흰 벽에는  옛 민화 처럼 그리다만 벽화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집 뒤로는 시커멓게 이끼긴  긴 세월을 견딘  키만한 돌로 만든  물단지가 남아 있고 이곳 저곳에 여러 과수 나무가  보였다.

 그는 과일 나무를  가르키며 스페인어로 일일히 과수 이름들을 말해 주었다.

이곳에도 활짝 핀 야생 양귀비 무리들를   본다.

봄에 여행 할 때마다  맞아주는 수줍음 속에 피어난 새빨간 정열의 꽃이다.

사내는 왼쪽 길을 따라 내려가면 옛 성터와  무너진 성당도 있으니  사진 찍기에 좋을 것이라고 권한다.

영고성쇠의 흔적을 따라 무너진 성벽을 따라 걷자니 아무도 없던 이곳에 젊은이 한쌍이 내려온다.

스위스에서 왔다는 그들.

그들을 위해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장 찍어  주었다.

작은 친절이 얼마나 사람사이를  가깝게 하던가.

 

구경을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  산도둑의 손을 잡고 작별의 악수를 나누었다.

그의 이름은 롬브레 안토니오.

그는 스페인어로 얘기하고 나는 영어로 얘기했다.

 그것이 우리가 나눈 대화의 방법이었다.

그는 영어를 모르고 나역시 스페인어를 모르면서 막히는 법이 없었으니 꿈결처럼 우린 가슴으로 얘기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