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몽롱이의 죽음

Jay.B.Lee 2017. 7. 9. 01:49

어제 생질(누나 아들)에게서 카톡으로 문자가 왔다.

몽롱이 가 죽었다는 것이다.

"몽롱이가 오전에 하늘나라 갔어요. 그동안 이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화장터 예약하고 가는 길이에요"

누나에게서도 문자가 왔다,

매형이 입원해 있는 병원 주차장에 와서 잠시 얼굴보고 화장터로 갔다고 한다

몽롱이는 누나네 개이름이다. 

원래 "몽룡"이로 지은 것을 발음이 어려워 몽롱이로 불렀다. 

14년전 누나와 매형이 가끔 시끄럽게 싸운다고 조카가 개를 키우며 시간을 보내라고 덜컥 사온 시추 잡견이다.

누나와 매형은 원래 개를 무척 싫어 하던 사람들이다.

강아지를 돌보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이 변해 우리가 보기에 좀 광적으로 개를 키우기 시작했다.

누나네 집 개를 보다가 우리집 개를 보면서 반성도 많이 했다 

그저 평범하게 키우던 우리개에 비해 누나네 개는 '특별 가족 대우'를 받으며 자랐다.

주인이 개를 무척 위하니 아파트 이웃,동네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까지 대우를 받았다. 

잘생기기고 했거니와 약간 잡견으로 섞인 것이 오하려 더 기품이 있었다.

누나는 개 간식으로 찢어 놓은 좋은 황태포를 구어 매일 줄 정도로 정성스럽게 키웠다.

조카 결혼때는 턱시도를 맞추어 입히고 가족 사진을 찍고 여조카 결혼식때는 맞춤 한복으로 입고 사진도 찍은 녀석이다.

자기가 사람인줄 아는 그녀석은 처음 조카와 서열 다툼을 하더니 나중엔 2위로 만족해 했다.

우리 부부가 방문하면 우리 부부를 많이 따랐다.

우리에게서 개냄새가 풍겨 더 그랬는지 모른다.

숫놈인지라 안사람을 유난히 좋아 했는데 좋다는게 반갑다고 발톱으로 시뻘겋게 다리를 긁어 놓아 그녀석이 달려오면  안사람은 질색을 했다.

14년을 살아 우리집개가 15년 7개월 산것에 비하면 조금 일찍 간 셈이다.

사람으로 치면 72세 정도다 (1년X20년+13년X4년).

우리 개가 죽은 뒤엔  누나네가 해외 여행을 가게되면 몽롱이를 우리에게 맡기곤했다.

우리집에서 일주일간 부부사이에 누워 자며 재미있게 놀다 누나집에 데려다 주면 주인을 반가워하기보다 누나와 매형을 보고 뻘줌해 했다. 

마치 우리가 주인인양 계속 우리를 뒤돌아 보며 우리와 헤어지는 걸 되게 섭섭해해서 누나네가 황당해했다. 

내가 가기만 하면 인사차 귀뒤를 긁어주면 몸을 맡기며 아주 좋아하던 녀석이다 .

근 일년전 부터 듣지도 보지도 냄새도 맡지 못하며 벽에 부딪치던 녀석을 보면서 귀뒤를 여전히 긁어 주곤했는데 나인지 짐작이나 했을 까.

몸에 종양도 나기 시작했다.

지난 금요일부터 밥을 먹지 못하고 물만 조금 먹기 시작해 몽롱이의 죽음을 예상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7-8일이 고비이다.

매일 매형에게 폐렴기가 있다는 몽롱이의 안부를 묻곤 했는데 마침내 편안한 저세상으로 갔다.

매형은 전에 몽롱이가 죽으면 화장하여 매형 고향 청주 고향 선산에 묻겠다했다.

개로 태어나 몽롱이는 개로서 정말 많은 사랑받으며 행복한 삶을 살다간 셈이다

우리까지 무척 이뻐했으니까.

 

후기;

2019 년 2월 매형이 타계한후 몽롱이의 한줌의 재도  매형 묘옆에 묻혔다.

 




'살아온,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의 하루 휴가   (0) 2017.07.20
인정많고 배려심 많은 외손자   (0) 2017.07.14
삼청동 목수전  (0) 2017.06.30
자라고 있는 손자들.  (0) 2017.06.21
항가리에서 온 하겸이 .   (0) 2017.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