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고흐는 동생인 테오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Jay.B.Lee 2014. 11. 1. 22:25

 

반 고흐 (Vincent van gogh:1853-1890)형제의 묘지-2007년, 오베르 슈르 오아즈(Auver-Sur Oise) 방문

 

가을 코스모스가 좋았던 시절은 마음도 여렸거니와 다른 꽃들을 보기 힘들었던 가난한 60년대 초였다.

중학 시절엔 르노아르가 그린  상류층의 화사한 그여인들 그림이 좋았다.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는 꽃들도 음식도 화가도 바뀌었다.

변한다는 것이 두렵던 시절을 거쳐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나자신 변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화가중 유독 고흐에게 더 관심을 가진후 오르세 미술관을 비롯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기쁨도 누렸다.

암스텔담에 잠시 들렸을 때 고흐 미술관에 갈 여유가 없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다녀온 사람 말로는 기대만큼 좋은 작품들이 없다고 해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파리에서 하루를 할애하여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0키로 떨어진  "오베르 슈르 오아즈"를 방문했던  일은 잘한 일이다.

고흐가 마지막을 보낸 라보여관의 작은 방,고호가 그린 그림에 존재하는 교회,시청 건물이며 까마귀 나는 밀밭을 그린 밭과  마지막으로 초라한  고흐 형제의 무덤앞에 섰을 때의 떨리던 작은 감동은 지금도 선하다.

고흐가 좋아 그에 관한 책들과 그의 전기 영화,극영화들 ,그의 작품 DVD를 수집했다.

화가로서 고통스로운 삶을 산 작가가 한둘이 아니나 그의 생애는 유독 외로움과 고통으로 얼룩져 연민의 정을 금치 못했다.

작가로서 10여년을 보내는 동안 약 1,100여점의 드로잉과 900여점의 그림을 그렸던 고흐.

 그의 절대적인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에게  평생 신세를 진 형제애를 생각하면 현세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어떻게 그 오랜 동안 형을 후원할 수 있었을까

그것을 참아 낸 제수씨,요한나가 더 훌륭한 여성이다.

고흐 사후 6개월뒤 남편 테오가 죽자 그간의 형제애를 생각하여 형옆에다  묻어주었으니.

말년의 편지에 고흐는 돈을 꼭 갚겠다 아니면 영혼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고흐는 테오에게 아니 제수씨를 통해 갚았다고 믿고 싶다.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중 발췌 

 

테오에게,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힘들지만 ,너와 나사이에 그리고 우리집에 나로인해 그토록 많은 불화와 고통이 있어 왔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내가 외모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건 너도 알고 있지.

나도 그걸 알고 있고 ,또 그게 충격적일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런데 한번 더 생각해봐라

내가 그렇개 하는 것은 단순히 외모를 가꾸는 일에 환멸을 느끼기 때문이 아니다.

한마디로 돈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보잘 것 없는 사람,괴벽스러운 사람

비위에 맞지않는 사람,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지 못할 ,한마디로 최하중의 최하급 사람.....

그래, 좋다

설령 그말이 옳다해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기이한 사람,그런  보잘것 없는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주겟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알려주고 싶어서 또 편지를 쓴다.

나는 자연을 사랑하기 때문에 원칙부터 틀린 그림 ,거짓된 그림,왜곡된 그림을 그리고 싶지는 않다.

 

노력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절망에서 출발하지 않고도 성공에 이를 수 있다.

실패를 거듭한다해도 ,퇴보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해도 ,일이 애초에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돌아간다해도 ,다시 기운을 내고 용기를 내야한다

 

의욕적으로 일하려면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흔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훌륭하게 될거라고 하지 .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너도 그런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잖아 .

그들은 그런식으로 자신의 침체와 평범함을 숨기려고 한다

나는 지금 남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될 처지다.

무슨 말이야하면 ,돈을 부탁해야 할 입장이다.

당분간 그림이 팔릴것 같지 않기 때문에 좀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럴 때 가만히 앉아서 사색이나 하고 있느니 ,작업에 몰두 하는게 우리 두사람을 위해서 더 낫겠지

테오야,

나는 미래를 에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한다는 법칙은 알고 있다.

10년전을 생각해보자.그때는 모든 것이 달랐지 환경,사람들의 분위기......

그러니 앞으로  다가올 10년동안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의 작품은 남을 것이다

나는 내가 한일을 후회하지 않을 테다

더 적극적인 사람이 더 나아진다

게으르게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느니 실패하는 쪽을 택하겠다.

 

진정한 화가는 양심의 인도를 받는다.

화가의 영혼과 지성이 붓을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라 붓이 그의 영혼과 지성을 위해 존재한다

 

상상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내가 돈을 받을 때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엇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비록 그동안 밥을 못먹고 있었지만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그림을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돈이 들어오는 즉시 모델을 구하러 나가서는 돈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 작업한다.

 

그림은  나에게 건강을 잃은 앙상한 모둥아리만 남겨주었고 ,내머리는 박애주의자로 살아가기위해 아주 돌아버렸지 .넌 어떠냐

넌 내 생활을 위해 벌써 *15만 프랑 가량의 돈을 썼다.

그런데 .....

우리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인생의 마지막에 가서는 내 생각이 틀렷다는게 밝혀질지도 모른다.

그림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도 한낱 꿈에 불과하고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알게 될것이다.

 

나는  늘 두가지 생각중 하나에 사로잡혀 있다.

하나는 물질적인 어려움에 대한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색에 대한 탐구다

색채를 통해서무언가 보여 줄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서로 보완해주는 두가지 색을 결합하여 연인의 사랑을 보여주는 일,그 색을 혼합하거나 대조를 이루어서 마음의 신비로운 떨림을 표현하는 일,얼굴을 어두운 배경에 대비되는 밝은 톤의 광채로 빛나게 해서 어떤 사상을 표현하는 일,별을 그려서 희망을 표현하는 일,석양을 통해서 어떤 사람의 열정을 표현하는 일.이런 건 결코 눈속임이라고 할수 없다.

실제로 존재하는 걸 표현하니까

 

사랑하는 동생아,너에게 진 빚이 너무 많아서  그걸 모두 갚으려면 (꼭 갚게 되리라 믿고 있다)

내 전 생애가 그림 그리는 노력으로 일관되어야 하고 생의 마지막에는 진정으로 살아 본적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될것 같다.

 

 

 

빈센트 형에게

형은 내게 빚진 돈 얘기를 하면서내게 갚고 싶다고 말하는데,그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

내가 형에게 원하는 것은 형이 아무란 근심없이 지내는 거야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해야한다는 건 맞아 .

우리둘다 가진게 별로 없으니 너무 많은 짐을 지지않도록 노력해야겠지

하지만 그 정도만 염두에 둔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지낼수 있을 거야.아무것도 팔지 않더라도 말이지

(동생 테오가 고흐에게 쓴 편지)

 

너 하나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전체 그림을 보게 된다면 ,그 그림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네가 보내준 돈은 꼭 갚겠다. 안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고흐가 일년에 2,000프랑을 쓴다는 가정과 화가들의 그림이 100프랑 에 팔린다고 언급한 내용에 미루어 보면 동생에게 받은 15만 프랑이 얼마나 큰 돈인지 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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