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설날 눈물을 보인 손자

Jay.B.Lee 2014. 2. 1. 08:18

사진:증조모 장례식후 (1936년 경으로 추정 -충북 영동 )


설날 아침이다.

자동차로 5분 거리 에 살고 있는 아들 내외가 어제왔다

 손자가 혼자 할아버지,할머닌 옆에서 잔다고 하더니  아들 내외도 자고 간다하여 손자에겐 또 1박2일 나들이 행사가 되었다.

 설날 아침  가정 예배를 들이며 아버지 ,어머님 사진 액자를 내어 놓았다.

아들은 할아버지를 기억못한다.

사진으로 자기를 안고 있는 사진으로만 보았을 뿐 .

만 25개월때 돌아가셨으니 당연하다.

이제는  내 나이가 돌아가실 때의  아버님 나이를 넘었다.

사진을 보며 궁금증이 많은   손자가 누구냐고 묻는다.

"응, 아빠의 할아버지,할머니야

원우야,할아버지 ,할머니도 나중에 천국가면 나중에 원우가 설날 이렇게 예배해줘"

순간 감성이 예민한 손자의 눈에 금방 눈물이 맺히더니 고개를 돌려 며느리 가슴에 얼굴을 쳐박고는 통곡하듯 울기 시작한다.

"아냐 ,원우야 할아버지 할머니는 원우 장가갈 때까지 오래 오래 있다가 천국에 갈거야 "

그제서야 조금 진정이 되는지  울기를 그쳤다.

지난해에는 천국에서 할아버지가 나중에 기다릴거라고 하자 슬프던  얼굴이 환해지던 손자였다.

삶과 죽음이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서 죽음을 빨리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우리 삶은 보다 명확하고 영혼은 평안하다.

손자에겐 아직 죽음-육신의 이별을 이해하긴 힘든 나이다.

이런 과정 ,저런 과정을 거쳐 손자의 삶이 성숙해지기를 원한다.

설날 가정 예배를 마치고 조상들을 잘 기억못하는 아들을 위해  커다란 사진을 꺼냈다.

증조모 장례를 끝내고  집안이 모여 찍은 사진이다.

손자가 묻는다 

"왜 할아버지는 없어요?" 

"할아버지가 태어나기 12-3년전이란다"

아들에게 옛 사진을 보여주며 집안의 내력을 설명해준다.

직접 만나지 못한 분들이라 금방 망각하겠지만  반복하다보면 조금씩 기억해 갈 것이다.

그리고 혼자 잘나서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음을 깨달아 갈 것이고 조금 더 겸손해 질 것이다.

앞줄을 제외하고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집안의 가족 사진을 함께 들여다 보는 손자.

그것이 인생임을 빨리 깨닫기를.

며칠후면 만 다섯살의 생일을 맞는 손자가 세뱃돈과  할머니가 미리준 돈 봉투를 받으며 봉투위에 글을 또박 또박 읽어간다.

"원우야,다섯번째 생일을 축하한다.할머니가"

손자야, 결국 우린 만났다가  헤어지기위해  세상에  왔단다.

그리고 또 천국에서 만나는 거란다.



친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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