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어머니의 호박국

Jay.B.Lee 2014. 1. 14. 08:17


 장모님은 함경도이시고 본인은 서울산인 아내가 결혼후   청주에 내려가 놀란 것은 자기가 생전에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을 해먹는다는 것이다.

지방마다 여러가지 별미나 음식이 있는 법이지만 어머니께서 해주신  음식은 내겐 평범한 음식이들이었다.

호박국과 토란국,애호박 말린 오가리를 넣은 된장 찌개등이다.

가죽 나무 잎사귀에 찹살을 묻힌 튀각이나 장떡도 처음이랬다.

결혼후 겨울철 주말 고향에 혼자 내려가면 어머님은 나를 위해 토란국이나 늙은 호박국을 미리 끓여 놓으시곤 했다.

며느리가 할줄 몰라, 먹기싫어 하는 탓에 아들이 못먹는 불상사를 막기위함이었으리라.

아들이 좋아하는 국들을 열심히 해주신 것은 며느리에대한 경쟁심보다 아들에 대한 어머님의 사랑이었다.

이젠 아내의 음식에 너무 익숙해졌다는 내말에 서운함도 있었을 것이다. 

어제는  잘익은 늙은 호박국이 상에 올랐다.

호박죽이나 호박 풀떼는 언감생심이다.

노랗고 붉게 잘익은  호박에 , 잘익은 김장 김치를 총총 썰어 넣은 호박국은 호박 고유의 단맛과 김치의 칼칼한 맛이 어울려 어머님의 솜씨와 거의 흡사하다.

청주에서 혼자 지내시던 어머님이  돌아가시기전까지 3년여 우리와 함께 지내셨다.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그 동안 어머님은  아들이알고 있는 50여년의 얘기보다 며느리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나보다.

그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드는걸 전수하셨는지 부탁하셨는지 계절이되면  두서너번  토란국이 상에 오른다.

아내는 음식을 통해 어머님을 그리워하고 나는 아내의 호박국을 먹으며 어머니의 사랑을 먹는다

 

 

 

'살아온,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아버지의 외손자 육아 일기   (0) 2014.02.06
설날 눈물을 보인 손자  (0) 2014.02.01
아내의 안경집  (0) 2014.01.07
손자들  (0) 2014.01.01
삶과 죽음-박태식신부  (0) 2014.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