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사기 결혼을 했다는 친구.

Jay.B.Lee 2014. 1. 12. 18:35

사진: 삼청동 매듭  전시관 

 

시내 나간 길에 차나 마실까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자리에 있어 만나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전화에 요금이 부과된다는 메세지가 들리는 것을 보니 동남아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 모양이다.

그를 안지가 40년-사실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은 한반도 아니어서 그의 얼굴만  어슴프레 기억할 정도였다.

지방 명문 중학교를 나와 고교로 진학한 친구들에 비하여 시골 중학교에서 고교로 진학해온 친구들은 그만큼 낯이 설게 마련이었다.

서울에서 직장을 얻어 친구들과  종로 스포츠용품 가게에 들려 그를  만난 것이 70년대.

그 때 사실 처음 만난 것과  다름없다.

얼마후 그는 스포츠용품 가게문을 닫았고  슈퍼마켓을 인수받아 일하기 시작했다.

그 슈퍼마켓도  경마에 술에 빠져 씀씀이가 커버린  동창생인 슈퍼 사장이 공금과 개인돈을 구별하지 못하고 유용한 바람에  불어난 모든 채무를 안고 인수한 것이다.

그 사이 장가를 간 그는 동생과 친구의 종업원세명을 데리고 하루 열네 다섯시간씩 일을 했다.

그의 나이 어린 아내는 시집식구와 종업원들의 하루 세끼 12명의 밥을 해대며 말할수 없는 고생을 했다.

돈이 좀 모이자 한때는 천호동 지금 현대백화점이 된  건물을 빚을  끌어 모아 인수하여 사업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불운은 피해 파산 직전  원금은  건지고 결국 매각하고 말았다.

그후 전자 대리점 ,광고업등 여러 사업을 펼쳤으나 문을 닫으면서도  항시 아슬아슬하게 파산을 면했다

지금은 아내의 말을 따라 시내로 진출하여, 기념품가게와 음식점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

 현재 알게 모르게 예술인들을 포함  많은 사람들을 도우며

아내가 다니는 교회에는 함께 나가  소명을 다하고 있다. 

술을 마시면 젊은 날 <개>가되던 악습에서 벗어나 술을 끊은지는 아주 오래 되었다. 

가끔 그가 지나온 과거를 실토하는 얘기를 들으면  깜짝 깜짝 놀라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한번은 지인인 국회의원이 전혀 다른 부류의 세계에서 살아온 그의 인생 얘기를  책으로 내면 어떻겠냐고 권할 정도였다.

학창시절은  말하자면 그는 깡패도 아닌 그저 "양아치"같은 건달부류였다.

 체육시간에 빈 교실에 들어가 영어사전 훔쳐 팔아먹기,친구들과 여관에가서 멋진 신사화 훔쳐신기가 그들의 놀이였다.

왜 그런 악동 같은 짓을 했는지 많이 후회한다고 고백했다.

왜 부친이 시골 학교 교장인 그가  중학시절과 달리 공부는 않고 그런 길로 빠지게 된 이유는 묻지 못했다.

당시 시골 중학교에서 도시 고교로 오려면 전교에서1-3등을 해야했다.

고교 시절 퇴학 당할  것을 고교선배이기도 한 교장선생님이 무기정학으로 변경하여 겨우 구제 받았다고 한다.

교장선생님이 나서서 명문고 고교생이 졸업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인생을 바꾼다며 퇴학시키자는  교사들을 간신히 설득했다고  한다.

사유를 묻자 마침  상업고생들과 패싸움이 붙어 숫자로 열세인터라  남의 집 지붕위에 도망가 기와지붕을 다 벗겨낼 정도로  던지며 싸웠다고 한다

친구는 나중에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로 부임하신 교장 선생님을 늘 찾아 뵈었다.

사업하는 아들이 빚더미에 올라  노년을 힘겹게 보내신 교장 선생님을 은퇴후 돌아가시기전 까지 잘 돌봐드렸다. 

그 교장 선생님은 나중에 나의 주례를 서주신 분이기도 하다.

고교 졸업후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한 그는 서울대 문리대 정치과에서 1학년때 데모하다 짤렸다는 레파토리를 만들어 다녔다 한다 .

그는 군 입대후 베트남에 지원하였으며 데모하다 붙들려 강제로 입대한 것으로 모두 알고 있었다고.

 베트남에 도착하자 기간병이 영어할줄 아는 사람 손들라고 해서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명색이 서울대 퇴학생이라고 거짓말을 하던 자기라  혼자 손을 번쩍들정도로 넉살이 좋았다.

그 후 그는 한동안  베트남에서 비행기에 타는  군인들의 탑승자 명단을  알파벳으로 적는 일을 했다

결국 나중에 야간 대학 졸업장 하나를 딴다.

그가 어느 날 나와 점심을 먹으며 자기가 사기결혼을 했다고 실토했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8살이나 어린 공무원의 딸을  꼬시느라 빌려온  친구의 차를  자기차라하고(차가 귀하던 시절이다) 살고 있는 가족의 전세 아파트는 자기소유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은퇴한 아버지,중풍으로 쓰러져있는 어머니,학생과 무직인 동생 다섯-한 여동생은  소아마비.

자기 가족사정을 알면 어느 누가 시집 오겠냐는 것이다. 

결국 신혼때 아내는 가출해버리고  일주일후에 혼자 돌아왔다고 한다.

모든 사실을  속였지만 심성은 착한 남편이라라 자기가 없으면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간이 불쌍해서  돌아 왔다는 것이다.

그 후 그의 어린 아내는 시부모가 돌아가실 때까지 집에서 모셨고 시동생들을 전부 시집 장가를 보냈다.

그의 가정의 중심은 그의 아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지금도 그는 그의 아내 앞에가면 죄인이요 그의 아내는 평생 은인이다.

효부요 훌륭한 어머니로 많은 나이차를 떠나 개차반 같은 친구를 남편으로 다독거리며 "인간"으로 만들고 자녀들을 잘 키웠다.

그녀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그녀를 지켜낸 것은  신앙의 힘이었다.

남편을 회개시키고 하나님앞으로 인도하였고 가정과 사업을 일으킨 셈이다.

 친구 아내의  젊은 날의 고운 모습은 이제  조금씩 사라져간다.

내년이 환갑이다.

대신 그녀의 얼굴에 항상 겸손이란 아름다움이 더해간다.

친구가 바라보는 눈길은 사랑스러운 아내를 넘어 존경스러운 인생의 동반자를 대하듯하고 그 조차 그녀 앞에선 늘 겸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