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아나로그 시대의 어느 자동차 세일즈맨 이야기

Jay.B.Lee 2013. 10. 8. 06:28

 

보험 회사나 자동차 회사나 일선 영업을 맡은 영업 직원들중 최고를 뽑아 판매왕 상을 주는 경우가 종종있다.

실제 1위의 판매왕이기도 하고  우수한 영업사원을 회사의 상징적 모델로 판매왕을 만들기도 한다.

본인의 성취욕보다 회사의 뒷 지원에 힘입어 1위가 되기도 해서 다른 직원들을 독려하고 자극을 준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판매왕의 진실을 파헤치면 실망하기도 한다.

70년대 초반경  회사가 서소문에 있었다.

빌딩의 3개층을 사용하고 있던 회사의  본사 직원은 전부 330여명이었다.

그중에는 자동차 세일즈맨이 30여명,운전기사가 30여명,식당 아주머니까지 포함되 있었다.

당시는 부장도 기사가 딸려있어 최상의 대우를 해주던 시절이다.

평사원들과 대리들은 소위 당직이라는 걸 서야했는데 일년에  두번 정도 돌아왔다.

당직 위치는 영업부서가 있는 층에서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당직 전화기앞에 앉아 있어야했다.

당직 화일에는 비상 연락망 ,그리고 자동차 정보에 대한 개괄적  내용이 있었다.

지금에 비하면 차종도 별로 없어 승용차로는 국내 조립인 코티나,Ford 20M  두종류와 서너종류의 트럭이 고작이었다.

고작 일년에 총 매출대수가 몇천대로 정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다.

 

영업사원으로 L이라는 분이 있었다.

그는 시골 사람으로 고학을 하며 2류 대학 비인기학과를  간신히 졸업했다.

집안이 넉넉하지 못한 관계로 짐작을 했다.

회사에는 정규입사와 별도로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후 선배를 따라가 평생 처음으로 다방에서 파는 "모닝 커피"를 마셔봤다고 했다.

그런 커피가 있는 줄도 몰랐다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짝이 없는  메뉴로 커피안에 계란 노란자를 넣어 모닝커피라고 팔던 시절이다

그의 생김새는 멧돼지를 닮아 우직하게 생겼지만 두텁한 입술 때문에 가끔은 숫사자같은 면모를 풍겼다.

그가 성실하고 우직한 사람인 것을 안 것은 내가 당직때였다.

남들이 퇴근하고 술이나 마시러 가는 시간 특별한 일이 있는 날 이외에는 소문처럼 저녁 8시까지 책상에 앉아 있었다.

아침에는 남보다 먼저 한시간 일찍 출근한다고 한다

고객들은 가끔 엉뚱하게 저녁 늦게나 아침 일찍 회사로 전화를 걸어 자동차를 문의하는 사람이 있었다.

당직자에게 전화가 오면 그에게 전화를 넘기기 마련이었고  그는 상담을 통해 고객을 잡았다.

회사가 광화문 새 사옥으로 옮겨 모회사인 건설회사와 함께 근무시 회사에서는 한국 최초 고유 모델  소형 승용차 <포니> 출시하였다.

 회사에서는 L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나기 시작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침에 출근후  영업활동을 나가면 오전엔 광화문에서 종로 동대문까지 왼쪽길을 걸어 상가와 건물들을 방문한다 들었다.

오후에는 동대문에서 오른편으로 걸어 본사까지 오며 영업활동을 했다.

365일 그런 식으로 영업을 하자 그의 성실함에 반해 그를 찾기 시작했고 오지랖 넓은 사람들은 소개까지 하게 된다.

회사가 커지며 본사 하나의 영업조직으로 부족하자 세개의 영업지점이 생기고 그는 지점에 나가 팀장을 맡았다.

당시 팀장제도는 책상에 앉아 밑의 직원들을 독려하고 본봉외 직원들의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그런 제도였다.

얼마후 그가 스스로 팀장을 내 놓고 팀원으로 내려왔다는 얘기가 들렸다

팀장이 되어봐야 명예일뿐 실속이 없다는 그의 지론이었다.

그는 그후 남들은 관리직으로 전환하여 영업지점장도 되고 특출난 사람은 중역까지 되는 동안 오로지 영업 한길을 걸었다.

승진은 계속하여 나중에 부장까지 올랐다.

허나 그가 은퇴시까지 한일은  개인 영업사원자격으로 뛰었다는 것이다.

회사 산악회에서 가끔 함께 산에 다녔는데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 "우직한 성실함"이 가득했다.

그는 회사의 판매왕은 못되었을 망정 항상 최우수 영업사원 그룹에 속해 있었다.

명예보다  돈을 택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간쓸개를 빼주며 실속없는 판매왕이 되기보다는 2등이길 원하던 사람이다.

실속을 차린다는 것이 그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종로를 걷던 날  그 길을 따라 열심히 다녔을 그가 문뜩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