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늦게 다시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돌아온 탕자

Jay.B.Lee 2013. 7. 23. 12:15

한달에 한번식 트레킹을 하던 친구와 날이 더워 트레킹 대신 점심이나 하자는 제안에 친구들 셋이 모엿다.

한 친구의 제안으로 죽다 살아난 중고교 동창을 초대하기로 했다.

3개월만에 만난 수척했던 그의 얼굴엔 조금 살이 붙어있었다.

마지막 항암 치료를 마친게 한달전이라며 반갑다며 상위에 놓인 소주잔엔 입만대고 만다.

의정부에 있던 사단장 친구가  등산을 마친 친구들과 부인들에게  점심을 내던 날 기분이 좋아  점심에 술을 고주 망태가 되도록 마셔 버스에 올라타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던 그다.

그래서 아내는 그 친구의 이름 대신 "의정부에서 술취했던 친구"로 기억한다.

결혼식에 참석하면 혼주에게 인사만하고 피로연장에 내려가  소주 몇병은 기본으로 즐겼다.

그러면서 동창들 일이라면 늘 앞장서 궂은 일을 열심히 해주던 친구라 모두 그를 좋아했다.

그는 은퇴한 체육교사다.

고교시절 축구를 좋아했던 그는 나중에 체육대학으로 진학하여  체육 교사가 되었다.

그의 고향은 청주에서 가까운 청원군  남일면 묵방리(墨坊理)다.

그러나 우리들은  원래 우리말 동네이름을 붙여 모두 "먹뱅이 촌놈"이라 불렀다.

당시는 마치 발길이 쉬 닿지않던  단양 (충북) "어상촌"처럼 멀게만 느껴지던 그의 동네다.

10여년전 헌법 재판소 다니던 친구가 죽자 그는 죽은  친구의 조사를 썼다.

한 동네서 자라 청주로 나와 중학교와 고교를 같이 나온" 죽마고우"였기 때문이다.

나와도  가까웠던 죽은 친구 역시 술을 너무 좋아 했다.

두어번의  심장 수술후 술을 못끊어 결국 뇌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했던 친구가 이젠 자기 차례임을 깨닫게 된것은 순전히 엉터리 의사 덕이다.

배가 아파 동네 병원를 찾은 그에게 의사는 약만 처방해주었다.

 아픈 부위를 보아도 맹장을 의심해 볼만 한데 약만 먹은 그는 맹장이 터져 서울대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사진을 찍고 담당한 의사는 사진이 의심스럽다며 정밀 진단후 암임을 확인했다.

처음 병원에서 신속한 진단을 해서 외과에서 급히 맹장 수술을 했다면 암세포가 급속히 전이되어 오래 살지 못햇을 것이라고 한다.

동네 의사의 오진이 그를 살렸다.

그는 수술후 12번의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으며  술마시고 노래하던 세상친구들과  멀어져갔다.

그는 죽음 가까이 다가가자 비로서 어머님의 간절했던 기도가 떠올랐다고 했다.

모태 신앙으로 시골에 있던 교회는 할아버지께서 지은 것이라 했다.

 고교시절까지 주일이면 목사님을 도와 등사지를 긁어 주보를 열심히 만들던 자기라고  한다.

대학 진학후 고향을 떠난  그는 세상과 너무 가까이 하며  하나님을  영영 잊고 말았다.

노래라면  가수 뺨치고 그가 젊은 시절부터 캬바레에서  춤을  잘춘다는 소문은 동창들간에 자자했다.

은퇴후에도 오로지 "노는 것"에 열심이던 친구가 죽음이 가까이 왔다 가는 사이 하나님을 찾았다.

 돌아가신 어머님의 기도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교회를 다니고 있던 아내를 따라 47년만에 교회에 나아가 무릎꿇고 눈물의 회개를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교회에 등록을 하고 새신자반에 들어 갔다고 한다.

그는 돌아온 탕자였다.

그리고 새로 태어나 새 삶을 얻었다.

우리 모두는 탕자였다.

 

*당신의 삶은 짧으며 모든 사업은 그 짧은 삶을 위한 것이지만 구원과 심판의 문제는 영원한 것임을 기억해야합니다.-낸시 레이 드모스(여성 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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