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전화를 한 것이 일년전 , 반년전 그리고 다른 친구와 함께 얼굴보자 한 것이 3개월 전이다.
그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소식을 들었고 누구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는 얘길 들었다.
마침내 그와 통화가 되었고 이제는 체념했는지 만나자고 했다.
그가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것을 병원에서 보았다는 얘기다 흘러 나온 후였다.
그는 그룹사로 옮긴후 다시 회사를 나와 IMF 지원시 시기 적절하게 금융회사를 창립한후 성공가도를 걸어 왔다.
우린 한부서라고 보기에 조직이 너무 방대했던 부서에 고만 고만한 넷이서 근무를 햇다.
그도 그중 한명이다.
한 친구는 과거 상사들의 너무 각별한 편애가 오너의 아들인 젊은 사장의 눈에 났는지 입사부터 한자리에 근무하다 예고없이 해고를 당했다.
해고엔 예고없는 것이지만 관계사나 하청회사에 승진시켜 보내주던 관례도 없어 몇달간을 속을 끓이며 쉬었다.
그러다가 간신히 마련해준것이 관계회사로 승진없이 이사로 평행이동이었다.
과장시절 과거 작은 계열회사에서 늘 도움을 청하던 과장은 창립 멤버로 이미 부사장이 되어있었고 후배는 상무가 되어 있었다.
그가 심근 경색으로 죽었던 소식을 듣고 장래식장에 도착하자 울컥 눈물이 솟았다.
바로 그를 만나고 온 것이 며칠 전이었는데
모욕적인 직장내의 위치.
곧 간암으로 죽을 남동생에 대한 고민.
가정의 불화속에서 집안의 장남인 그는 온갖 스트레스로 잠자다 결국 심근 경색으로 떠났다.
한번도 화를 내는 성격이 아니어서 더욱 안타까웠다.
벌써 15여년이 지났다.
처가를 잘만나 은퇴후 강남의 유명 고급 아파트에 사는 친구는 허리가 아프다.
운동을 유난히 좋아했던 친구는 이제 운동은 커녕 걷기도 힘이든다 했다.
병원과 집을 오가는 이외에는 늘 집에 머문다.
마침 아들 결혼식에서는 약으로 간신히 버틴다더니고 이번에 함께 만나자는 말에 천천히 움직이면 된다며 지하철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층계를 살살 오르는 그에게 엘리베이터를 찾아 줄 것을 하며 금방 후회가 되었다
허리가 아프다지만 그렇게 심해질 줄 몰랐다.
삼성 ,아산 어느 병원에서도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한다.
약속시간에 나타난 친구 .
그가 쓰러진후 2년반이다.
왼손에 지팡이를 집고 천천히 걸어오는 친구를 보며 그 익숙치 않은 모습에 우리의 청춘이 확실히 끝났음을 알았다.
멀리 바람이나 쐬고 점심으로 퇴촌 분원 붕어찜이나 먹고 오자고 자가용 기사에게 얘기했다가 잠실에서 차를 돌려 제자리로 오고 말았다.
30분이상을 한자세로 앉아가지 못하는 허리 아픈 친구의 고통을 이해 못했던 거다.
워낙 병원가기 싫어 하던 자기라 잠시 잠자면 될 줄알고 서너시간 뒤 병원에 가자 이미늦었다고 했다.
3시간이 운명을 가른 것이다.
오른 손은 불능이요 왼손으로 겨우 사인이나 하는 정도라 한다.
지금 하루 4키로를 천천히 걷는다.
젊은 시절 운동을 틈틈히 했더라면.....
회사와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대주주가 된 젊은 이사와 긴 소송끝에 온 후유증이었다.
승소를 했고 회사는 지켜냈지만 결국 건강을 잃었다.
소송 기간 동안 그 스트레스는 엄청났다고 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 틀린말이 아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을 다시 뼈저리게 느낀다.
함께 일하며 시간을 나누고 웃고 할 때가 언제였나.
우리의 시대는 끝나고 흔한 "골골 10년"이 남았다.
더 건강해지기를 바람은 과욕이다.
현상 유지을 잘해가야한다.
몸에 이상이 오고 아프면 얼른 병원으로 갈 일이다.
한가지 남은 지혜라면 참지 말라는 것 뿐이다.
가족과 본인을 위하는 길이다.
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두 친구와 헤어져 오며 착잡한 마음에 발길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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