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추탕집 이야기

Jay.B.Lee 2012. 8. 17. 04:18

 

 

사진:평창동 "형제 추탕"집의 추탕

 

추어탕은  입맛이 좀 없을 때 종종 먹게 되는데 가까이 올림픽 아파트 부근  방이동에 제법 맛있게 잘하는 집이 있어서다.

상호가 흔한  '남원 추어탕'집으로 가게 안에는 남원 광한루 앞에서 찍은 누군지 모르는 옛 흑백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처음 간 날 추어탕에 들깨 가루를 많이 넣었는지 고소한 맛이 너무 강해 발길을 끊으려다 나중에 그냥 수수한 맛으로 변한뒤 맘을 바꾸었다.

회사 다니던 시절엔  강남역 못미쳐 강남대로 원주 추어탕을 자주 가게되었다.

 벽엔 "갈아서"와 "통마리"로 구분된 메뉴가 적혀있던 촌스런 풍경이 기억난다.

작고 검은  무쇠솥에 끓여 나오는 추어탕은 조미료맛이나  자극적인  맛이 아니어서 구수한 맛과 젊은 날의 식욕때문 국물 한방물 남기는법이 없었다.

삼성동 한전( 국순당/홍영재 청국장 맞은 편) 건너도 한동안 잘가던' 원주 추어탕'집이 있다.

한 때  한가한 시간  강원도 여행시 원주에 들려 원주 고등학교 부근에 있는 추어탕집을 찾았고 나중에 다시 들린 원주에서  대학 교수로 있는 지인이 대접해준  추어탕집도 원조격인 그집이었다.

안사람도 숙회와 추탕이 맛있었다고 기억한다.

가까운 잠실 석촌 호수 남원추어탕을 안가보면 실례일까보아 찾아 보았고 전라도 남원 여행시엔 광한루 근처의 추어탕촌에서 원조격인 집을 찾아 보았다.

죽어도 '국산 미꾸라지'만을 쓴다는 자부심많은 주인에게서 추탕에 대한 한바탕 강의를 듣고 비린내 폴폴나는 추탕을  먹고 왔다.

이북에서 남한에 온 인사가 아직 다동에 추탕집이 있냐고 물었다는 "용금옥"

서울식과 전라도식으로 메뉴판이 벽에 붙은집이다.

활동무대가 명동부근인 시절 자주가다가 요즈음은 소원하다.

일설에 의하면  용금옥에서는 쇠고기 내장으로 기본 육수를 낸다는 얘기가 있다.

덕수궁 정동극장 옆골목에는 우거지가 부드러운 전라도식 추어탕집 "남도 식당"이 있다 

해외에서 귀국시 친구가 대접해 주었던 그 맛은 감동이었다.

얼갈이 배추 무침이 맛있고 전화가 없는 집으로 유명하다.

서소문 직장에서  5년간 한국 지점에서 근무하다 본국으로 돌아가는 영국직원이 마지막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고 싶다고 해서  사촌과 함께 먹었다는 추어탕집이다.

대치 은마 아파트  지하상가엔 국만 끓여파는 유명한 '국 전문집'이 있다.

아내와 지나는 길에  뱀장어 굵기만한  미꾸라지가 그득한 추어탕을 보면 군침이 돌면서도 추어탕 전문집이 아니라는 선입관 때문  감자탕만 사다 먹어 마음에 걸린다. 

동대문 용두동 '곰보 추탕'집을 큰 마음 먹고 찾은 것이 몇개월전이다.

 찾아가는 길 목적지 주위에서 뺑뺑이 치는 GPS신호 때문 난처했는데 한참이나 차를 앞서 걸어가며  안내해주고 돌아간  골목길 동네 아저씨의 친절이 너무 고마웠던 날이다.

 시부모를 잘모시며 오랜 세월 대를 이어 추탕집을 하는 동안 이제는 허리가 굽어 받아 먹기가  안쓰러운 주인 아주머니가 있다.

국내산 쇠고기 양지머리를 삶아 국물을 낸다는 곰보추탕집 추탕은   \13,000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비싼 집이다.

국물맛이 차라리 육개장에 가까울 정도여서 미꾸라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추탕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드럽다

한가한 시간이라 아주머니에게서 안사람과 나는 이얘기 저얘기 듣고 향긋한 술까지 대접 받았다.

자기가 직접 담았다는  30년된  모과주라며 처음엔 무슨 술인지  못 맞추면 집에 못간다고 엄포를 놓던 아주머니다.

 미국에 이민 갔다가 다시 돌아온 형제들의 '형제 추탕'은 익히 들어온 뒤라 그 집만 가보면 유명한 추탕집은 다 섭렵한 것 같아 마침  아내와 평창동 미술관 다녀오는 길에 들렸다.  

하월곡동에서 평창동으로 이전했다는 집이다.

이른 저녁 시간이라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비 온 뒤여서  앞바위산에서는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뒷계곡엔 물이 세검정으로  힘차게 흐른다.

바위산 골짜기밑에 자리한 탓인지 손님의 취향에 맞춘 것인지 메뉴판엔  추탕외에 훈제 오리가 나란히  올라있다.

나는 추탕을, 아내는 추어탕을 주문했다.

추탕(\11,000원)은 미꾸라지가 통채로 나오고 추어탕은 갈아서 나오며 대신 1,000원 저렴하다.

추어탕은 우거지와 된장으로 담백한 맛이다.

 추탕은 붉은 국물 색갈이 식욕을 돋운다.  

저민 청량고추를 넣고 산초가루를 살짝 뿌렸다.

미꾸라지가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화수분처럼 끝없이 나왔다.

 고향인  충청도 영동군 양산에 갈 때마다  금강 상류인 호탄 다리 부근 "가선 식당"에서 먹던 "어죽"(雜漁탕에 3년근 어린 수삼을 갈아 넣고 손칼국수를 넣어 맵고 칼칼하게 끓인 국수) 맛이 잠시 난다.

 이상하게 탕의 뜨거운 국물이 식어가며 단맛이 너무 강해져 술꾼들이 쓴맛대신 단술을 싫어하듯 너무 달큼한 맛에 숫갈을 놓았다.

추탕은 국물을 남긴 적이 없었는데 처음이다.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 설명으로 늙은 호박과 양파,고추장에서 단맛이 울어 날 거라고 한다

거기다가 풍부하게 들어간  미꾸라지가 가미되어 단맛에 일조 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형제 추탕"에선 '추탕'대신 '추어탕'을 먹어야 겠다.

특이하게 설렁탕집처럼 삶은 국수덩이를 준다.

  정성스럽게 담근 심심한  열무김치와 깍두기가 아주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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