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검은 구름이 집안을 쓸고간 일주일.

Jay.B.Lee 2012. 9. 7. 07:49

 

지난 토요일  손자와 집에 올만도 한 며느리가 아프다며 오지 않았다.

대신 월요일 잠시 손자를 방문한 아내에게 울면서 털어 놓았다는 며느리 얘기다.

아들이 올해도 회사에서 하는  건강 검진에서 검진을 하며 며느리도 함께 한 모양이다.

검사 결과 며느리 폐에 2.5센티에 종괴가 보이고 젖가슴에도 조그맣게 멍울이 두어개 보인다고 했다는 것이다.

며느리가 순간 생각했던 것은 폐암과 죽음.

그래서 매일 며느리를 위한 기도가 우선이었다.

소식을 들은 사돈네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네살인 손자와 매일 일에 시달리며 사는 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풍납동 현대 아산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위해  다시 사진을 찍고  역삼동에서 유명하다는 클리닉에서 유방암 검사를 했다.

며느리는 울면서 의사에게 젖가슴보다 폐가 문제라고  말씀드리자 영상의학을 전공했다는 교수는 사진을 봐주겠다며 작년,올해 찍은 사진을 가져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엊그제 가슴의 작은 멍울 두개("맘모톰"이겠지만)를 수술한날,준비해간 CD사진을 보며 왜 똑같은 사진을 두개 가져왔냐고 했다는 것이다.

분명 작년과  올해 사진이라고 하자 작년 사진에도 폐에 똑같은 흔적이 보인다고 했다.

 작년에는 이상없음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젖꼭지 부분을 오인할수 있다며 젖꼭지 위에 납종이를 부치고 엑스레이 사진을 다시 찍어보자고 했다 한다.

정확히 건강검진 센터에서 나온 종양 위치와 맞아 떨어졌다고 한다.

어제 정밀 진단후 진료결과를 보러   현대 아산 병원을 다녀오는 날.

아내에게 전화 온 며느리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밝았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얘기다.

건강검진 센터의 오진을 원망하기전에  너무 감사했다.

매일 밤 잠못이루며 죽음을 생각하며 아들 하나만을 남기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는 며느리.

담배 핀적이 없고 남편도 담배피우지 않고 음식도 선별해 먹는 자기가 왜 하필 폐암이냐며 분노가 솟았다는 며느리다.

아이가 하나라 망정이지 만약 아이둘을 남기고 죽는다면 남편이 얼마나 힘들까 별의 별 생각에 눈물만 계속 흐르더라고 했다.

순간의 헤프닝으로 끝나버렸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지난 일주일은 정말 우울한 시간이었다.

어쨋든 우리 가정에 어둠의 광풍이 몰아쳐간  일주일이었다.

네살난 손자가 수술후 가슴을 총총히 붕대로 감싼 며느리를 보며 애처럽게 한마디 하더란다 

"엄마,내가 엄마 속썩혀서 가슴아픈 것 아니지?"

일이 너무 바빠 휴가를 못간 아들은 결과가 어쨋든 휴가를 간다고 하다  셋이서 기쁜 마음으로  필립핀 세부로 오늘 떠났다.

세상에 다시 태어난 기분일 며느리.

모두 행복하여라.

분수를 유난히 좋아하는 손자가 오면 바다 얘기를 들려 줄 것 같다.

아이의 눈에 처음 보는 바다는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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