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사촌이면서 장손인 형님이 계시다.
지금 나이가 팔십인 사촌형은 사립 고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은퇴하였다.
사촌형이 결혼할 당시 35살이었니까 당시로서는 만혼이었다.
기울어진 가세 때문에 동생들 보살피느라 장남으로 늦어진 이유도 있다.
수 없이 맞선을 보고 연이닿았는지 맞선 본후 시큰둥하다가 반년이 지나 다시 만나 결혼한 형수다.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형과 형수였다.
형님은 일년전 건강검진을 하며 위내시경으로 검사시 십이지장까지 조금 내려가 본 모양이다.
십이지장부근이 이상해 CT 촬영결과 2센티정도 크기의 종양같은 것이 발견되었다.
여러번 특수 내시경까지 동원하여 보려해도 혹이 담즙이 나오는 입구를 덥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지방대학 병원에서는 양성인지 악성인지 관찰하며 기다려 보자하고 1년이 지나도록 빨리 자라지 않아 다소 희망을 가졌다.
나이도 있고 살만큼 살았으니 그대로 둘까도 생각하며 형님에게는 악성의 가능성 때문 죽음의 공포가 서서히 몰려든 거다.
죽음이 서서히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실감하는지 전화 할 때마다 불안감때문에 늘 경과 보고 하듯 병원 얘기가 주를 이루었다.
서울에서 의대 교수인 조카말로 그 곳이 수술이 까다로운 부위라 과거 수술중 사망이 50프로 였으나 지금은 상당히 낮아졌어도 항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더 겁먹은 듯했다.
수술여부에 대한 확실한 진단을 위해 서울에서 소아과및 내과를 개업하고 있는 사촌 동생의 추천을 받아 강남의 모 종합 병원에서 그간 CT 사진을 보며 조직검사를 하기로 했다.
부위가 까다롭다고 100만원 상당하는 특수침을 사용하여 여러번의 시도끝에 겨우 조직을 떼어 내었다 한다.
발견된것은 2미리 길이의 기생충으로 우리나라에 없는 종류라 한다.
조직을 뗀 곳이 혹 종양이 아닌 부분일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의사는 일반 시중에서 구충제를 5일 계속 먹어 보고 다시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2,500원을 주고 산 구충제를 5알을 계속 복용하고 나서는 몸이 휘여해지는 기분이 들더라는 사촌형.
다시 내시경과 CT촬영으로 검사한 결과 2.5센티 크기의 종양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완전히 없어진 2.5센티 종양을 미루어 보면 문외한인 나도 기생충 서식처가 종양으로 보인 것으로 짐작을 한다.
물론 변검사도 병행했다.
6개월뒤의 검사가 남아 있긴 하나 그 동안 혹시 혹시하며 불안에 떨었던 사촌형님이다.
이제 100세이후는 몰라도 100세까지는 보장하겠다는 의사인 사촌 동생말에 내심으론 싱글 벙글하면서 장손으로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노인네가 되버린 사촌 형님에겐 좋은 이야기 거리가 생긴 셈이다.
그동안 노심초사 하며 죽음의 공포와 대면해 왔던 형님.
올 때 갈 때 마음이 틀리다고 원낙 짠돌이 형님인지라 그동간 들인 시간과 병원에 갖다준 진료비가가 아까워서라도 오래 살 것 같아 생각만해도 웃음이 난다.
해외 여행후 돌아와서는 구충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주 희귀한 케이스여서 진료시 이미 모든 권한과 자료는 병원에 위임한다고 서명한지 오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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