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여자의 한평생

Jay.B.Lee 2012. 7. 10. 10:25

 

사진:두물머리 양수교.교량 공사중이다.교각이 완성된 후에는 교각이 시야를 막아 버려 다시 못 볼 풍경이다.

 

경희 의료원에서 노인 요양 병원으로 옮겨 입원하신 여권사님을 아내와 찾아 뵈었다.

병실에 누워 계신분들  모두가 살아서 병실을 나가실 분들같지 않아 마음이 짠하다.

아들이  상처한뒤  남은 손녀들을 돌보느라 충청도 단양 산골에서 농사를 접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서울에 올라와 산지 30년이 넘는다.

16살에 시집와 몇년전 할아버지 여위고 술을 그렇게 좋아했다던 죽은 남편을 우리앞에서 밉지 않게 흉을 보시더니 이제 당신 차례다.

평소 당뇨까지 있어서 나이보다 더 연로해 보인다.

아내의 두손을 꼬옥잡는 손길에 사람의 한평생을 생각한다.

아파트 옆 주말 농장에서 상추를 가꾸면서 지나는 길에 우리에게 상추를 늘 가져다 주시더니 그도 힘들어 그만둔지 몇년전이다.

혼인식도 올리기전 교회 다니는 손녀가 배가  불러와 부끄럽다 말도 못하시더니  엄마 아빠의 좋은 점만 닮고 나온 뽀오얀 증손녀,증손자가 너무 이쁘다.

"최고의 예단" 가져가는데 무슨 소리냐고 놀려대던 때가 삼년전이다.

이왕 나온 김에 양수리  사위 별장에 홀로 사시는 권사님을 찾아 뵙기로 했다.

경북의 명문 여고를 졸업한 권사님은 30살에 청상 과부가 되어서도 세딸을 잘키워냈다.

의사인 사위의 별장을 내집삼아 양수리 물가를 내려다보며 시간만 있으면 성경을 읽으시며 묵상으로 시간을 보내신다.

텃밭엔 소채를 길러 매년 가을엔 기른 콩으로 된장 간장을 담아 교회에 퍼나르셨다.

 초겨울마다 배추를 수확,교회 김장용으로 배추를 절여 보내오시더니 작년 가을부터 힘이 부쳐 처음 손을 놓았다.

인생에 가을이 오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어서다

워낙 교회에서 말수가 없으신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는 깊은 생각에서다.

모처럼 사람이 방문해오면 엔돌핀이 솟는다고 자분자분 말씀을 잘하신다.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우리에게 막농약을 뿌려 고추,토마토,가지등을 따주지 못한다고 못내 안타까워하셨다.

군대간 외손자 낳던해 심었다는 나무들은 이제 아름드리가 되어  마당을 가득 덮었고 텃밭엔 산비들기들이 한가로이 날아드는 여름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