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조지아(그루지아)

[스크랩] 러시아의 `니노 카타마제`와 그루지아 민요 술리코

Jay.B.Lee 2011. 5. 26. 18:19

벌써 3년 전 2008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루지아와 러시아의 소위 "5일전쟁"으로 야기된 양국간의 외교단절이 아직도 더 이상 새로운 관계 정상국면으로 접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양국 간의 문화공백으로 현 정치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근 2백년 이상 지속되어 왔던 이들 국민들 사이의 애증 조차도 표현할 수단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제가 좋아하는 그루지아의 재즈싱어 '니노 카타마제'는 오늘도 러시아 땅에서 "그루지아는 당신 러시아인들을 사랑합니다!!!"라는 멘트를 날리며 양국 문화예술인들의 교류에 물꼬를 터주고 있습니다.

물론 '니노'가 러시아인이나 그루지아아인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있는 가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전쟁 발발 후인 2009년 3월부터 모스크바 및 쌍페쩨르부르크를 비롯한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한 공연만도 무려 70회에 달하고 바로 이 시간 오늘 5월27일에도 흑해도시 소치에서 실황공연이 잡혀있을 정도입니다.

 

자, 올 4월 초로 거슬러 올라가 보지요.

제가 오랜만에 다시 찾은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이르쿠츠크는 여전히 레닌 동상이 시내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었고 강변의 인투리스트호텔도 낡은 유니폼에 훈장을 줄줄이 단 퇴역군인처럼 그대로였습니다.

물론 근처 앙가라 강변공원에는 철거된 소비에트 시절의 오벨리스크 대신 원래 있던 제정 러시아 짜르 알렉산더 3세의 동상이 다시 세워지고 주변에는 젊은이들이 보드카 대신 맥주병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모습이 어느덧 세월이 바뀌었음을 말해 주고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이르쿠츠크 "뮤직홀"을 찾았습니다.

10여년 전 우연히 저에게 "라흐마니노프" 가곡의 서정성과 아름다움을 처음 알게 해준 곳이 바로 여기였으니까요.

운 때가 맞았는지 마침 '니노 카타마제'의 공연실황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어 귀국을 앞두고 흥분된 마음으로 홀을 찾았습니다.

 

사실 그루지아 출장을 여러번 다녔왔지만 '니노'의 공연을 한번도 볼 기회가 없었던 터라 큰 기대를 가지고 갔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출국예정일 다음날 단 하루만 하는 시베리아 순회공연이라 아쉽게도 발걸음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음악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려우나 '니노'는 자칭 '아트 재즈'(Art Jazz)라고 말하는데 주로 사랑을 테마로 노래하며 때로는 무대에서 즉흥 연주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부 음악평론가는 '카타마제"를 '그루지아의 제니스 조플린'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노래 분위기에서 뿐 아니라 60년대의 딸을 연상케하는 니노의 긴 머리카락과 히피 스타일의 특유의 복장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1972년 태생인 니노는 그루지아 서부 '아자라'지방 출신으로 4살에 이미 무대 경험이 있을 정도로 어린시절부터 음악적 자질을 보여주었고 1990년 바투미음악원의 성악과에서 수학한 후 아마추어 가수로서 경력을 쌓았네요.

그녀가 실제로 프로세계로 뛰어든 시점은 10여년 전에 불과한데 대표적인 앨범들(Black, White, Blue..)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 이미 그룹 "니노와 인사이트"는 그루지아보다는 러시아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다보니 장기간에 걸친 러시아 순회공연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끝으로 이르쿠츠크 실황 공연을 놓친 아쉬움을 달래며 러시아와 전쟁을 치룬 후 '2009년 6월 카잔'에서 개최된 "평화"를 기리는...'니노'의 Сотворение Мира (The Creation of Peace) 실황공연 중에서 그녀가 항상 즐겨 부르는 레파토리인 그루지아의 대표적 민요 "술리코"로 대신합니다.

제목 그대로 영혼을 뜻하는 "술리코"(Suliko)라는 이름의 죽은 연인의 무덤을 찾아 사랑을 노래하는 19세기 말 유명한 그루지아의 국민시인 아카키 쩨레텔리(Akaki Tsereteli)의 시에 부쳐진 곡으로 가슴 저미는 슬픈 노래지만 '니노'가 부르는 재즈풍의 '술리코'는 어떤 느낌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아래의 악보와 함께 우리말로 옮겨진 가사를 보며 함께 따라 불러보시면 어떨까요?

 

 

 

სულიკო

술리코

(마리암 바부나슈빌리 번역)

 საყვარლის საფლავს ვეძებდი,
ვერ ვნახე!.. დაკარგულიყო!..
გულამოსკვნილი ვჩიოდი
„სადა ხარ, ჩემო სულიკო?!“
 

사랑하는 그대 무덤을 찾아왔으나, 어딘지 없구나!... 정녕 잃어버린 건가!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의 술리코는 어디 있을까?!"

 ეკალში ვარდი შევნიშნე,
ობლად რომ ამოსულიყო,
გულის ფანცქალით ვკითხავდი
„შენ ხომ არა ხარ სულიკო?!“
 

가시덤불 속에서 장미를 보았다. 홀로 외롭게 꽃송이를, 떨리는 가슴을 안고 물어보았다. 네가 술리코 아니니?”

 სულგანაბული ბულბული
ფოთლებში მიმალულიყო,
მივეხმატკბილე ჩიტუნას
„შენ ხომ არა ხარ სულიკო?!“
 

죽인 나이팅게일이 나뭇잎 사이로 몸을 숨겼다. 달콤한 목소리로 새에게 물어보았다. 네가 술리코 아니니?”

 

 

출처 : 그루지아 사랑
글쓴이 : GVINO 원글보기
메모 : 그루지아 카페 지인이 구해준 "Suliko "악보다.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