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여행하며 버리는 재미

Jay.B.Lee 2011. 1. 7. 07:02

여행자의 짐은 필히 가벼워야 한다.

여행시간이 길어지면 여행가방 무게는 점점 가벼워진다.

가져간 비상식량( 인스탄트 커피,육포,튜브 고추장,초코릿등)이 없어지고 하다 못해  치약무게까지 준다

여행길 아이들에게 주고 심심할 때  내가 먹으려 가져간 사탕 무게도 많이 줄었다.

필림통 두개에 담아간 세탁용 가루비누를 거의  사용해 고무장갑과 함께 버렸다.

두개 가져간 여행용 간이 칫솔 한개도 버렸다.

그리스를 거쳐 터키에서부터 그루지아,아르메니아를 거쳐오며 하룻밤 자고 올 때마다 하나씩 버리기로 했다.

그리스 여행 안내책자 -그것도 필요 부분만 찢어갔다-두개중 한개를 버렸다.

여벌까지 가져간  안경은 잃어버려 다시 돋보기 한개를 사긴 했어도  안경무게도 줄었다.

종합 비타민(젊은 여행자는 불필요하다)과 타이레놀도 줄고  여행길에 만난 장기 한국 여행자 두 커플에게 약까지  나누어 주고나니 약무게도 줄었다 

(여행의 막바지인 아르메니아의 시골에선 여분의  연고와 아스피린,반창고를  더 나누어 주었다)

5개 가져간 양말중 두개를 버렸고 또 펜티 두장도 버렸다.

낡아진 러닝 셔츠 두장도 버렸다.티셔츠로 대신하면 되는거다.

가는 곳마다 싱글룸에 숙박하면   슬리퍼 (샌들)가 비치되어 있었다.

애써 가져간 샌달이 필요 없을 것 같아 공연히 무겁게 끌고 다녔다는 생각에 가차없이 버려버렸다. 

조지아 (그루지아) '티빌리시'에 도착해선  싱글룸이 없어  도미토리 침대 신세가 되었다.

아무도 없는 그 큰방에 혼자 자게되어 싱글룸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슬리퍼가 없는거다.

궁즉통으로  뒷 베란다를 뒤져보니  여행자가 쑤셔 박아놓고 간 샌들(중국제인듯 조악하다)이 있어 샤워장을 오가며 며칠간 요긴하게 신었다.

살이 부러진 접이식 우산은 비상용 우의로 대신하기로 하고 티빌리시를 떠나면서 버렸다.

가장 무게가 나가던 애물단지였다.

터키 Trabzon에서 비오는 날 잘 사용하여 소임을 다한 것이다.

터키를 거치면서 '사프란볼로'의 무랏(MURAT)부부를 위한 선물과 Trabzon에서 재회한 Seda에게 준비했던 선물까지 주고나자 가방이 훨씬 가벼워진 것을 실감했다.

전대안에도 고액권과 카드만 남았다.

아르메니아를 거쳐 터키를 떠나던 전날  병에든 터키제 선블록 크림을 버렸다.

 유리도 아닌 프라스틱  선블록 크림병이 금이 가고 줄줄 새기 시작한 것을 보면 자기도 때가 되었음을  안것 같았다.

이제 여행  짐꾸리기도 이골이 났다.

또 버리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은지 오래다.

이제 나의 삶의 마지막 여정을 꾸리며 다시 시작한다.

버리고 또 버리며 모든 것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집착과 욕망  또한 버리고 나면 나의 긴 여정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있지 않을까?

'살아온,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경화 피아노 독주회  (0) 2011.02.07
설날과 겹친 손자 생일  (0) 2011.02.05
벼락맞은 골퍼  (0) 2010.07.17
은행나무  (0) 2010.06.11
하루 나들이  (0) 201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