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 영화 제목 중엔 옛날 외국 영화에 붙였던 영화 제목이 가끔 등장해 눈살이 찌프려진다.
원제목의 뜻과는 달리 붙여진 제목들이 다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옛날 영화제목을 짓는 사람들의 재능이 현재의 카피라이터를 능가하는 것인지.
"남주기아까운 그녀"란 영화 제목을 보면 "엽기적인 그녀"의 운을 땄을지언정 예를 들어 "뜨거운 것이 좋아 -토니커티스,작크 레몬 주연)'처럼 과거의 외화 제목을 도용한 것은 분명 아니다.
영화를 안봐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몰라도 대충 짐작은 할수 있겠다.
영화 제목에서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친구는 대학 졸업후 취직 한 곳이 은행 이었고 본점에 근무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결혼 한 아내 얘기를 꺼냈다
70년대 한참 중동 건설붐이 일어나 내노라 하는 건설회사들은 해외 건설면허를 취득후 대거 진출을 했을 때다.
당시 해외에 파견된 직원들은 한국에 일년 에 한번 휴가를 얻었다.
대부분 유럽 여행을 가거나 아니면 미혼 총각들은 한국에서 휴가 기간 동안 부지런히 맞선 자리에 나가야 했다.
마침 친구의 대학 동창으로 중동에 가 있던 친구가 참한 규수를 부탁하여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같이 근무하던 여행원을 소개 시켜 주었다 한다.
너무나 사람됨이 좋고 친구에게 추천하는데 망설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인연이 안되어선지 휴가 기간 동안 만나면서 구체적 언약없이 그냥 떠났다 했다.
중동으로 다시 떠난 그 친구는 외로운 해외 생활동안 곰곰히 생각해도 그만한 처자가 없었는지 7개월후 은행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고 했다.
다시 주선좀 해주어 편지라도 하고 몇개월후 한국에 휴가 나와 만나 결정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친구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했다.
"너무 늦었어. 남주기 아까워 내가 지난달 결혼 했다"
그래서 현재 그의 부인이 "남주기 아까운 그녀"다.
그녀는 결혼후 맏며느리가 되어 시부모를 모시며 한집에서 살았고 딸, 아들을 두고 젊은 시절 은행을 그만두고 사업가가 된 현재의 친구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내가 그녀를 30여년 만에 다시 보게 된것은 오래동안 치매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시어머님 장례식에서다.
"이 선생님이시지요?"
나를 먼저 알아보며 인사하는 검은 상복을 입은 "남주기 아까운 그녀"는 긴 세월속에서도 여전히 상냥했고 기품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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