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양화진의 Dr.홀 의 묘지
아침 일찍 나선다는 것이 어엉부엉하다보니 9시 반이다.
새벽 기도를 다녀온 아내는 잠이 들어 있다.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지를 찾아가 보기로 마음 먹고 차일피일 하는 동안 안사람은 다른 분들과 작년에 다녀 왔고 어차피 혼자 가야했다,
2호선 합정동 역에서 내려 7호선 출구로 나왔다.
길에 붙은 선교사 묘지 표지판을 보고 우선 꽃집 을 찾아 꽃을 사기로 했다. 한평도 안되는 코딱지만한 꽃가게 에 나이든 아주머니가 어버이 날을 대비하여 꽃바구니를 만들고 있었다.
꽃이라곤 장미,카네이션 과 두어가지 꽃이 전부다.
참으로 빈한한 꽃가게였다.
"꽃"이라고 이름이 붙어서 그렇지 어버이 날이 없는 날엔 장미 몇송이만 겨우 살수 있을 것이다.
사기도 전에 어버이 날 때문에 꽃값이 비싸다고 엄살을 떨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곳에서 어찌하랴.
작은 꽃다발 두개와 꽃 화분을 하나 샀다.
내 꽃다발도 빈한하기는 마찬가지다.
길을따라 걷다보니 안내판이 반대 방향을 가르키고 있다.
너무 걸어 온것이다.
100주년 기념교회가 아담히 자리잡은 곳에 함께 있는 선교사 묘지.
한떼의 초등학생들이 안내를 받고 있다.
묘지 안내도를 보며 우선 A부터 시작되는 구획안의 선교사 이름을 확인 했다.
많은 선교사들이 100여년전 아프리카 보다 나을 것도 없었던 이 땅에 들어와 선교하다 많은 이들이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들이 뿌린 씨앗이 세상을 열었고 이제 우리나라는 수많은 선교사들을 보내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용사들이 이 나라를 방문하여 자유를 위해 싸웠던 이 페허에서 결실을 보았듯 그분들도 그러하리라.
언더우드 ,홀,헐버트 귀에 익숙한 분들이다.
특히 Dr.홀이 1991년 캐나다에서 별세하셨을 때 벤쿠버의 한인들은 한국에 묻히고 싶어 한 고인의 뜻을 받들어 비용을 갹출 한 사실을 신문 기사를 읽어 알고 있다.
당시 캐나다에 근무할 때라 홀일가의 한국 사랑에 대한 기사를 읽고 감동 받아 한국에 오면 꼭 와보리라 한것이 18년이 되었다.
그들의 무덤위에 꽃을 놓았다.
참으로 멀고 먼 오지의 나라를 찾아 하나님이 역사하시는데로 이끌려 믿음의 씨앗을 뿌리고 교육과 의료와 봉사로 헌신하다 떠나신 분들이다.
유난히 더운 날 커피를 들고 묘역을 거니는 여인둘이 있었다.
입구 한편에서는 돌위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세 중년여인들도 있었다.
그냥 지나칠수 없어 한마디 했다.
이 묘지내에 들어 와서 커피를 마시면 되겠냐고 했다.
묘역 입구 마다 붙어 있는 "정숙"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를 못했나 보다.
금새 잘못되었다고 사과를 한다.
조금전 인사한 남자분들은 누구냐고 물어 보았다.
한분은 이재철 목사(백주년 교회 담임 목사)시고 다른 분들은 목사인지 장로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마 이재철 목사님은 화면에서 많이 보아 그냥 인사를 드린것 같고 모르는 분들인 모양이었다.
복장을 보아 다른 교회 목사건 장로건 간에 섬기기 보다 섬김 받기 좋아하는 분들 같다고 하니 눈이 동그래진다.
묘역을 걷는 그들을 보니 한결같이 모두가 손으로 뒷짐을 지고 걷고 있어서다.
내 기준으로 보면 그랬다.
이제 일하기가 싫고 기득권에 안주하고 남들 앞에서 하잘것 없는 권위를 내세우고 싶어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 뒷짐을 지고 걷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집사님 한분이 재치있게 동감하듯 말을 받았다.
"우리 죄도 큽니다. 우리가 너무 받들어 주어 그렇지요"
이제 봄날이 여름으로 변한 날, 선교사 묘지를 나서며 마음의 빚을 던 기분이 들었다.
한번 온 이상 이제 자주 올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곳은 예배 장소이므로 참배객은 출입을 삼가해 주기 바람니다라고 팻말이 있던 교회앞.
앉아 기도드릴 장소도 없었다.
언제나 문이 열려 있는 성당과 모스크 ,사찰에 비해 이것이 단적으로 폐쇄적이 되어가는 한국 기독교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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