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과 이주기

둔촌 아파트의 봄

Jay.B.Lee 2020. 2. 23. 20:49

 

봄이 오기가 무척 더디다.

반가운 계절이전에 우한 폐렴이 먼저 와서일까

둔촌 아파트 단지엔 땅을 파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땅을 파내고 기초공사와  함께 주차장 공사가 끝나면 봄에 새싹 돋아나듯 아파트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댐공사로  인하여 영원히 수몰된 고향을 등진 사람들에 비하면 살던 땅으로 돌아가는 우리는 얼마나 다행인가.

잃는 건 옛 풍경 뿐이다.

이곳에 나서 자라고 떠난 청년들은 그리움이 더해 책으로 기록을 남겼다.

딸이 사다준 둔촌 아파트 책들.

나보다 딸이 더 그리워할 옛 집이다.

3년후 입주할 때 옛 아파트 단지에 대한 사진들을 골라 전시하여 그들에게 추억을 안겨주면 어떨까 생각중이다.

 

 

사진 ; 둔촌 아파트의 추억을 담은 책 한 세트.

 

 사진 : 지하철에서 올라가는 1단지 길.

 

사진: 왼쪽으로 둔촌동 천주교회가 보인다.

 

봄이 오면 꽃들이 합창을 했다.

홍매화 ,개나리,목련,벚곷 ,산수유,라이락 ,아기 사과나무 ,철쭉,앵두 ,살구나무,감나무,단풍나무등  미련할 정도로 당시엔 나무 많이 심는 게 조경인 줄 알았던 시절이다.

다시는 가을에 발에 밟힌 은행 내음이 아파트에 퍼지지 는 일은 없겠다

 

 

5호선  지하철 둔촌 역에서 올라 오다 보면 우측에 5층 18평 아파트들이다.

80년 142동 에 살았었다.

그리고 3단지 31평으로 ,다시 4단지 34평으로 계단 오르듯 순차적으로 옮겨 살았다.

 

 

1단지를 지나면  집이 있던 4단지 아파트에 이른다.

403동을 지나면 404동이 우리집이었다. 

이천,구례를 찾지 않아도 산수유를 즐길수 있던 곳.

404동 과 403동 아파트앞으로 작은 동산이 있다.

이 동산은과 다른 동산 두개가 유일하게 공원지역으로 묶여 살아 남는다.

재건축후에 조금은 옛모습을 볼 수 있을 유일한 곳이어서 이곳에서 많은 위안을 찾을 수 있겠다.

 

 

404동 우리가 살았던 아파트 .

 

일년에 종종 등산화를 신고 올라 운동 삼아 곳곳에 날라온 비닐 쓰레기 봉지를 치우고 아이들이 놀다 버리고 간  종이 박스며 음료통들을 치웠다.속이 상했는지 누군가 자주  마시고 버리고 간 소주병들이 많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자연석 계단 이다. 저돌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건축후 제일 편리한 점이라면 지하주차장이다.

봄엔 미세먼지로 가을이면 낙엽으로 겨울이면 눈으로 옥외주차장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초록색 유리를 통해 밖을 보다 보면 베란다에 가까운 나무가지위에 여러 종류의 새들이 날아와 앉았다 가는 걸 보던 즐거운 추억이 있다.

그네들은 유리창 안의 우리가 보이지 않았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