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어느 결혼식장의 사회자

Jay.B.Lee 2013. 11. 28. 20:54

"신사 숙녀 여러분 "-일러스트레이터 이우일 작품(1969년생)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를 참 많이 보았다.

여러 작품중에 주연들이 워낙 연기를 잘해 조연들이 존재감이 없이 주연들을 위해 희생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주연은 주연대로 조연은 조연대로 자기만의 케릭터가  뚜렷해 연기를 통해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과 신부가 분명하다.

나머지는 글자 그대로 둘러리일 뿐이다.

 

저녁시간 지인의 아들 결혼식이 강남 유명 호텔에서 있었다.

수많은 결혼식을 보며 사회자가 능숙하던 능숙하지 않던 좋은 날이어서   작은 실수도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조금은 이상한 사회자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순간이 있다.

 

한번은  동창의 자제 결혼에 주례로 전 xx부 장관을 모셨다.

사회자로 등장한 사십대 중반의 여성.

사회자가 여성이라던지 나이든 여성이라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여성 사회자가 주례 선생님을 소개한다는 것이 19XX년도 몇월 몇일 어느 곳에서 출생,어느 고등학교 졸업,XX 대학졸업, 두루거친 부서들을 한참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전 xx부 장관으로 끝을 맺었다.

난처해진 주례는  급기야 하객들에게 이렇게하는 게 아니라며 머리숙여 죄송하다 사과를 했다.

사회자인 여성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고희 기념 출판이나 팔순 잔치 약력 소개도 아니고 주례를 높여 준다는 짧은 생각이 오히려 결례가 되었다.

주인공이 신랑,신부라는 생각은 까맣게 잊었나 보다.

 

어제의 결혼은 양가 부모로 보나 신랑 신부로 보나 참으로 자랑할만한 혼인이었고 행복한 한쌍이었다.

달변의 사회자가 자기 소개를 한다.

"저는 신랑과 '서울 대학' 친구로서 현재 '서울 검찰청'에 근무하고 있는 xxx입니다"

훌륭하고 능력있는  젊은이다.

고시에 합격하여 검사로서 검찰청에 근무한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러나 살아오며 익숙치 않은 상황이어서  무엇인가 이상했다.

 

"저는 신랑의 절친한 대학 친구로서 친구의 결혼 사회를 맡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제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이렇게 얘기했더라면.

 

결혼식에 4명의 둘러리와 화동(花童)까지 있어 특별한 결혼식을 하고자 애를 많이 썼다.

사회자는  화동은 누구의 아들 딸이고  제1여성 둘러리는 누구고 제2여성 둘러리는 누구라고 소개를 했다.

그리고 제1남성 둘러리는 신랑과 어느관계이고 제2둘러리는 어떤 관계라고 부언하여 소개 했다.

전체적으로 성대하고 화려하게 결혼이 잘 진행되었다.

지인에게는 큰 경사요 혼인 당사자들은 많은 하객과 친구들의 축복속에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갈 것이다.

사회자가 나이가 더들면 깨닫게 되겠지만  겸손과 겸양은 당당함을 앞선다.

사회자도 결혼식을 위한 둘러리일뿐 자기를 앞서 내세우는 일은  듣기가 거북하다.

영화에서 희생적 역할을 하는  엑스트라내지 조연처럼 사회자는 자기의  존재감을 내 세울 필요가 없다.

결혼식하면 기억에 남는 주례가 있듯 앞으로  기억에 남을 또 하나의 혼례 사회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