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몽롱이와 일주일 함께 살기

Jay.B.Lee 2011. 6. 14. 06:37

 

사진:누워있는 8살짜리 몽롱이.시추 잡종이다.

 

원래  개나 고양이를 싫어하면서  개 키우는 사람들을 바보 취급이나 하고 야만시 하는 사람들이 뜻하지 않게 본인들이 개를 키울 때는 더 유별스러워져 과거 자신들의 언행이 얼마나 상처를 주었나조차 잊어 버리고 만다.

그런 사람 여럿 봐왔으나 누나네가 그런 경우였다.

우리집 "두이(욕셔테리어)"를  키울 때 차마 동생인 나에게 말을 다못해 그렇지 눈치를 보면 안다.

우리가 다니던 작은 교회에 태백에서 온 "시골 목사"가 잠시 머문적이 있었다.

남의 집을  가면 개부터 칭찬해야할  기본 예의을 잊은 채  심방한 집사님댁 개가 예배중 성가시다고  인상을 쓰며 나무랬다 한다. 

자식처럼 키우는 남의 개를 야단치며  개에 대한 사랑이 없고 문화가 다른 목사가 성도들에게 사랑이 있을 리 없었다.

아뭏든 개를 무척이나 싫어하던 누나와 자형이었다.

 8년전 누나와 자형이 하루의  매일 싸우며 살자(누나 부부에겐 주요 일과요 시간 죽이기였다)  조카가 어느 날 잡종 강아지 한마리를 사들고 왔다.

강아지나 키우며 시끄럽게굴지 말라는 뜻이다.

 아들의 청을 거절 못하고 강아지를 키우며  하는 짓이 너무 이쁘고 귀여워 누나네 부부는 새로 얻은 아기처럼  개에게 정성을 쏟느라 싸울 겨를도 없었다.

더우기 다행인 것이 몽롱(원래 이름은 몽룡인데 발음하기 어려워 그렇게 부른다)이가  집에 들어 온후 막대한 손실을 보았던 주식을 비롯해 무슨 일이든지 술술 잘풀려 누나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게 되었다.

너무 귀여워 한 나머지 집에서 조카를 유일한 경쟁자로 여기고 자기가 사람인양  착각을 했다.

누나네 집을 방문 할 때 마다 손자 자랑 들어주듯 몽롱이 관련 사건 얘기를 들어주어야 했다. 

개를 싫어 하던 집에서 몽롱이를 키우며 투자하는 돈이나 시간을 보면  집에 돌아와선 마구 키우던 우리집"두이"를 보며 반성하게 되었다.

비록 사랑만큼은 많이 주었지만 말이다.

생질이 결혼시엔 몽롱이는 특별히 맞춘 '턱시도"를 입고 사진관에서 가족 사진을 찍었다.

재 작년  여조카가 결혼시엔 한복을 맞춰입고 가족의  일원으로 또 사진을 찍었다.

이젠 청주 선산에 몽롱이 묘자리까지 봐두었다는 자형이다.

이번에 자형 칠순 기념으로 해외 여행을 간다하여 개를 맡기기엔 우리가 미더웠던  모양이다.

오랜동안  낯익은 우리이고 몽롱이가 숫개여서그런지 유달리 안사람을 특히 더 따랐다.

이제 녀석도 젊은 날 자랑스럽게  빛나던 회색털이 윤기가 바래며 장년으로 접어 들었다. 

8살 ,사람으로 치면 48세에 해당되는 나이다.

누나네가 해외출국 하던 날 챙겨준 한보따리 짐을 들고 몽롱이를 차에 태우고 왔다.

우리가 친구에게서 택배로 배달해먹는 유기농 쌀보다 비싼 개먹이와 하루에 여러번  나눠 주라는 닭고기,쇠고기 통조림 몇통,간식으로 우리 커피 마실때 주라던 작대기 소세지.하루 한번씩 귀에 넣어 주라는 귀소독약,개 비타민,몽롱이 전용 드라이어.

하루 하루 산책(40분 내지 한시간)후 돌아와 닦아 주라는 발 소독약, 솜 ,거즈,솜방맹이.다치면 바르는 연고,발닦는 수건,목욕타월,샴프 ,배설물 봉투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용 누나 치마등.- 혼자 두고 나가면 대신 물어 뜯으며 시간을 보낸다

매일 동네 아파트나 뒷산 산책코스로 운동을 시키고 배설물 치우고 발닦이고 발을 말리고선 애완견용  비타민을 한알씩 먹여야 했다.

몽롱이는 밤이면 침대에 올라와 내 곁에서 네 다리를 하늘로 뻗고 코까지 가끔 골며 일주일을 보냈다.

마치 하는 짓이 15년 7개월을 살다 죽은 "두이"가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몽롱이와 보낸 일주일은 우리 부부에겐 새로운 경험이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누나네가 귀국하던 날  풋풋한 냄새나는 전용 샴푸로 깨끗이 목욕을 시킨후 차에 태워 집에 데려다 주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오려는 나를 따라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을 보면 일주일간 나에게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아니면 일주일간 너무 맛있는 간식까지 챙겨주던 삼촌이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