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미친개

Jay.B.Lee 2009. 3. 18. 06:17

 

얼마전 사진들을 정리하다 중학교 졸업후 서울고로 진학한 친구의 사진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1964년 ,서울고교 동산에서 찍은 사진으로 고교 친구가 청주에서 상경하자 중학교 졸업후 서울로 진학한 친구들이 자리를 함께한  사진이었다.

경기고,경복고,서울고의 교복을 입고 교모를 쓴 모습들이  반듯했다.

사진을 보내준 친구 Y는 중학교 3학년때 한반이었고 반장으로 중학교때도 키가 훤출했다.

서울로 가족이 모두 이사간 Y는 고교 2학년때 갑자기 내가 생각났는지 학교로 편지를 보내왔고 그때 동봉했던 사진이었다.

중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은 키가 작달막하고 얼굴은 검고 이마에는  주름이 세게 깊이 파였었고  머리털은 위로 뻣벗하게 솟아 시골의 머슴을 연상시켰다.

그 선생님은 별명이 "미친개"로 당시 별명이란 애칭으로 지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대개 선생님의 흉을 잡아 별명을 짓게 되었다.

 선생님이 미친개가 된것은 책을 펼쳐놓고 있을 때 그 앞에서 선생님이 가르치면  우리들 책은 흠뻑 침으로 젖어서다.

특히 겨울 난로앞에서 자리를 이동하지 않고 가르칠 때 그 앞의 학생은 죽을 맛이었다.

그리고 간간히 학생들 옆을 지나다가 친해보자는 표시로 손바닥으로 우리들의 뒤통수를  이유도 없이 올려부쳐 학생들을 놀라게 했는데 흡사 그 행동이 발작을 일으킨 미친개도 같아 별명도 늘 잘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겨울 남향교실 커텐 사이로 햇볕이 들어 올때 그 역광사이로 튀는 침이 연출되던 장면을 늘 기억한다.

맡은 과목이 실과(상업)여서 담임 선생으로 만나는 시간외 특별히 주요 과목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시는 곳은 학교운동장 끝에 있는 작은 집으로 일요일 학교에  친구들과 공차러 놀러갔을 때  두번 정도 운동장 끝에서 본적이 있는 데 선생님은 학교 담벽  개구멍으로 드나들었다.

옛날 캐주얼 옷도 없었던 시절이라지만  줄무늬 융바지 잠옷을 입고 러닝셔츠를 걸쳐 입고 반가워하시는 담임 선생을 보며 어린 나도 한심스럽게 생각할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융잠옷은 얼마나 때가 꼬질 꼬질 묻었는지 무늬줄과  흰선이 구별이 안될정도였다.

당시 결혼 하고 계셨는데도.

 

학교가 5월에 접어들자 반장이었던 Y를 교무실로 불렀다.

아마 반장에게 묻고 싶었던 것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야,우리반 학생들이  왜 내말을 잘안듣는거야?"

"........"

"좀 얘기좀 해보라고"

반골 기질이 있는데다선생님 보다  키가 크고 어른 스러웠던  반장 Y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건요,.....선생님이, 선생님 같지 않아섭니다"

그날 반장은 교무실에서 담임 선생님한테 뒈지게 얻어 맞고 나왔다.

그 용기있고 엉뚱했던  Y는 서울고를 나와   외대를 거쳐 KBS에 입사, 나중에 독립하였다.

 담임 선생님은 명문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감당할 자질이 못되었는지 새봄 우리가 교교 진학하던해 일년만에 지방으로 전출되고 말았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

고등학교에도 또 다른 "미친개"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건데  중학교의 "미친개"에 비하여 고등학교 1학년 지리선생님께서 "미친개" 로 별명이 불리워지기에는   너무 함량미달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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