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원이었던 신혼시절 오후에 아내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올 때가 있었다.
인천 친정에 와 있다고 퇴근 후 들 리라는 것이다.
아내는 청파동에서 태어난 원래 서울 사람이다.
효창동에 살다 처남이 인천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장모님도 함께 가셨다.
가끔 이런 일이 반복되며 깨달은 건 아내는 꼭 비가 올 듯 흐린 날에만 인천에서 전화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돌이켜 보면 아직 아이가 없던 신혼 시절, 아내는날씨가 우중충하게 흐려지면 우울해지고 어머니(장모님)가 불현듯 생각나 아무 생각 없이 인천으로 달려가곤 한거였다
직장에서 퇴근한후 인천 인하대학 부근까지 가서 저녁을 먹고는 아내를 데리고 다시 잠실 집까지 오곤 했다.
결혼 후 혼자서 외로워서겠지 이해하려 했고 하루 종일 근무 후 서울에서 인천까지 왕복하는 일에 내가 얼마나 피곤한지 말을 하지 못했다.
아내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겨울철 날씨가 흐려지면 갑자기 김치 부침개를 부쳐 먹자고 한다.
흐린 날 돼지고기를 넉넉히 넣고 두른 김치전을 먹으며 오래전 일이 다시 떠오른다.
장모님이 살아계셨더라면 날씨가 흐려지는 날 아내는 차타고 함께 휙 가자고 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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